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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무죄 판결 나면 다시?…재심, 사실은?

장훈경 기자 rock@sbs.co.kr

작성 2017.03.14 14:48 조회 재생수44,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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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무죄 판결 나면 다시?…재심, 사실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밝혀질 것"
 
끝내 승복이란 두 글자는 들을 수 없었습니다. 탄핵의 사법적인 절차는 끝났지만 “진실은 밝혀질 것”이란 말과 함께 탄핵은 다시 정치의 세계에서 논쟁의 대상으로 되살아났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측은 다시 한번 정치 세력을 집결시키는 모양새고 그에 호응하는 태극기 지지자들은 난폭한 구호를 외치며 삼성동 사저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일부 대통령 측 대리인단 변호사도 “적당한 때가 되면 재심을 청구하겠다”며 불복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재심이란 말이 헌재에서 처음 등장한 건 지난달 22일 16차 변론 때였습니다. 1월 3일 최초 변론 이후 두 달 가까이 변론을 이어오다 17차 최종 변론을 앞두고 거의 끝날 때쯤에서야 재심이 언급된 것입니다. 재심 카드를 꺼낸 사람은 김평우 변호사였습니다. 그는 헌재가 너무 빨리 심판을 진행한다며 “사유가 있으면 재심은 가능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다른 변호인까지 합세해 “8인 재판관 체제는 위헌”이라며 재심을 언급하기 시작합니다.
 
● "대통령 탄핵 심판 재심 가능하다?" – 거의 사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은 이론적으로 재심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우세합니다. 이런 의견을 가진 헌법 재판관 출신이나 헌법학 전공 교수들은 헌재법을 그 근거로 듭니다. 법에 따르면 헌법재판은 형사소송과 민사소송을 준용하는데 여기에 재심 조항이 있습니다. 2015년 헌법재판연구원이 쓴 주석 헌법재판소에서도 단심제인 헌재에서도 재심은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법에 명문 규정이 없지만 사건 유형별로 판단해 탄핵 심판의 경우에도 절차상 중대한 흠이 있을 때는 재심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다만 탄핵 심판 대상이 대통령일 때는 의견이 엇갈립니다. 대통령 파면 결정의 경우 그 결정이 지닌 헌법적 의미의 중대성, 재심으로 인한 정치, 사회적 파장 등을 고려해 허용할 수 없다는 견해가 있는데 실제 독일에서는 법관 탄핵심판에 대한 재심은 인정하지만 대통령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소개합니다.
 
● "박 전 대통령 탄핵 선고는 재심 사유다?"– 거의 거짓
 
헌재에서 재심은 가능하지만 박 전 대통령 탄핵 선고에 재심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재심을 하려면 재판부 구성이 위법하거나 위조, 조작된 증거로 확정 판결을 받았다는 게 알려지는 등 절차상 중대한 흠이 있어야 합니다. 김평우 변호사의 합류 이후 제기된 많은 주장들이 재판부 구성의 위법성을 지적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선고 이후에도 김 변호사가 꾸준히 위헌이라 주장하는 ‘8인 재판관 체제’에 대한 지적은 이미 이번 선고에서 일축됐습니다.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후임 헌법재판소 소장을 임명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큰 상황에서 후임 소장 임명할 때까지 기다리자는 건 탄핵심판 하지 말자는 소리와 같다”고 말했습니다. 8인 혹은 7인 재판관 체제에서 선고를 내린 이전의 많은 경우들은 이미 저희 <사실은> 코너에서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조작이 의심되는 최순실 태블릿 PC를 살펴보지 않고 선고를 내려도 되나?”, “고영태 등이 최순실을 속여 이번 일을 기획한 것으로 의심되는 김수현 녹음파일을 들어보지 않아도 되나?”는 의혹 제기들 역시 재심 사유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해당 태블릿 PC는 아예 증거로도 채택되지 않았고 문고리 3인방 중 하나인 정호성 전 비서관과 최순실의 증언과 기록 등을 통해 각종 공무상 기밀이 담긴 문건이 오간 사실이 충분히 확인됐습니다. 헌재는 또 ‘고영태 기획설’ 역시 탄핵 심판과 무관하다고 밝혔습니다. 최순실 씨가 누구에게 어떻게 속아 이 사건이 외부로 불거졌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고, 오직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을 위해 권한을 남용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는지를 따졌다는 것입니다.
[취재파일] 무죄판결 나면 다시?2● "무죄 판결 나면 재심?" – 거의 거짓
 
일부에선 최순실 씨, 이재용 삼성 부회장, 심지어 박 전 대통령이 형사재판을 받게 돼 무죄 판결을 받으면 재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하지만 이 역시 거의 가능성 없다는 게 법조계 중론입니다. 형사재판은 헌법재판과 완전히 별개입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선고가 형사재판의 유죄 판결과 직결되는 게 아니듯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게다가 헌재는 비교적 명백히 사실로 인정되는 것들만 다뤄 심판을 되돌릴만한 가능성을 더욱 낮췄습니다. 결국 누구보다 법을 더 잘 아는 사람들이 이번 탄핵심판에 대한 재심을 언급하는 것은 ‘불복’ 여론을 키우려는 의도로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