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월드리포트] "전화기 도청한 나쁜 오바마"…트럼프에 부메랑되나?

[월드리포트] "전화기 도청한 나쁜 오바마"…트럼프에 부메랑되나?
"오바마가 (지난 대선) 승리 직전 트럼프타워에서 내 전화를 도청했다는 걸 방금 알았다…나쁜 사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 새벽 트윗터에 올린 이 글들이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도청 파문으로 중도사퇴한 닉슨 전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까지 언급하며 전 정권을 향해 칼날을 겨눈 것이다. 실제로 오바마 전 대통령이 도청을 지시했다면, 명백한 위법행위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아주 민감하고 중요한 사안이다. 이 때문에 미 의회가 조사하기로 했는데 하원 정보위원회 등에서 러시아 대선 개입 의혹을 조사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도청 주장을 함께 다루기로 한 것이다. 지난 주말 하원 정보위원장인 데빈 누네스 의원과 민주당 간사인 애덤 쉬프 의원이 미국 시간 13일 월요일까지 증거를 제출하라고 요청하는 내용의 편지를 공식적으로 백악관에 보냈다.

트럼프 트윗 직후 오바마 대통령 측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고 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장(DNI)역시 트럼프 후보나 선거운동본부를 도청한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민주당은 물론 여당인 공화당도 트럼프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아니나 공화당 1인자인 라이언 하원의장은 도청 증거를 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본 적 없다고 말했다.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도 증거를 제출하라고 백악관을 공개 압박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인 증거를 제출하든지 아니면 도청주장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케인 상원의원(공화당)
이런 상황에서 증거제출 데드라인인 현지시각 13일 현재까지 트럼프 측은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 실세 중 하나인 콘웨이 백악관 고문이 이날 한 방송인터뷰를 보면 결국 증거가 없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콘웨이는 “증거가 자신에게는 없다”면서 “자신은 유명한 만화캐릭터인 ‘형사 가제트’ 가 아니라면서 증거를 찾아내는 것은 수사 당국의 소관”이라고 말했다. 전날 뉴저지 지역지와 인터뷰에서 "전자레인지도 카메라로 변할 수 있고 전화와 TV 등 여러 가지 방식을 통해 누군가를 감시할 수 있다"고 주장한데 대해서도 이런 말은 일반론이었다며 슬그머니 발을 뺐다.
콘웨이 백악관 고문
실체가 없는 한바탕 '소동'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진 것인데 그렇다면 트럼프가 왜 이런 트윗을 올린 것일까? 트럼프가 트윗을 쓴 전후사정을 살펴보면 흡사 가짜뉴스가 퍼져나가는 과정과 같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도청설이 처음 나온 것은 트윗 이틀 전인 지난 2일 보수 성향 변호사이자 작가인 마크 레빈이 라디오 방송 <웨스트우드 원>에서 진행하는 ‘마크 레빈 ’쇼’에서 처음 불거졌다. 700만명이 듣는다고 하는 이 프로그램에서 레빈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공화당원들의 전화를 도청했다며 “거대한 스캔들”이라고 주장했다. 
마크 레빈. 변호사겸 라디오 진행자
다음날 아침 백악관 실세 스티브 배넌이 창립한 극우매체 <브레이트바트> 뉴스가 이를 확대 재생산한다. 레빈의 의혹 제기를 ‘딥스테이트 게이트’라고 이름 붙여 오바마 정부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워터 게이트’의 내부 제보자였던 마크 펠트 FBI 부국장의 별명 ‘딥 스로트’에 빗댄 것이다. 이후 여러 보수매체가 도청의혹을 정치 쟁점으로 부풀리자 처음 도청론을 제기한 레빈은 방송에 나와 오바마 정부가 감시활동을 했다는 증거는 강력하다고 다시 주장했다. 물론 아무 증거도 내놓지 못한 상태에서 한 말이다.
트럼프 트위터
트럼프의 트윗은 <브레이트바트>보도 다음날인 4일 새벽에 올라왔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이 글을 올리기 전에 어떤 정보기관이나 참모들에게도 이 내용을 확인해 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부 백악관 참모들은 트럼프가 트위터에 글을 쓰는 것을 어떻게 막을지를 논의했다고도 한다. 

CNN은 맨 처음 도청 의혹을 주장한 마크 레빈이 자신의 가설에 유리한 정보만 선택하고 배치되는 정보는 생략했다고 지적했고, 워싱턴 포스트의 ‘팩트 체크’ 담당자인 글렌 케슬러는 “(도청 주장은) 불확실한 익명의 소식통들에서 나온 보도”라고 전했다.

명백한 근거없는 의혹이나 풍문을 놓고 극우보수매체들이 서로 주고받기를 하면서 이를 사실로 만들어 갔고 여기에 부화뇌동한 트럼프가 브레이트바트 뉴스를 보고 느닷없이 새벽에 트윗을 했다는 추론이 점점 설득력이 높아진 것이다.
스파이셔 백악관 대변인
백악관도 결국 꼬리를 내리는 모양새다. 스파이셔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이 도청했다'고 한 것도 오바마 대통령의 개인적 개입을 비난한 게 아니라 오바마 행정부를 광범위하게 언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도청'(wiretapping) 주장이 사전적 의미의 '전화 도청'을 뜻한다기보다는 광범위한 의미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사찰행위를 지적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스파이서 대변인은 "2016년 대선에서 발생했던 사찰이나 다른 활동들에 관해 오바마 행정부가 어떤 행위를 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대선 당시 불법사찰 등이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도청주장을 놓고 측근들의 러시아와의 내통을 물타기 위한 의도였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정치 복귀를 견제하기 위한 의도였다는 해석이 있다. 하지만 나가도 너무 나갔다. 광범위한 사찰이었다며 덮으려 하지만 누가 봐도 변명에 불과하다.
 
이번 사건은 대통령 언행의 막중함에 대한 고민 없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경우다. 도청론이 실체가 없는 것으로 최종 밝혀질 경우 트럼프에게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이다. 물타기를 위해 던진 카드가 자신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