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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pick] '퇴임' 이정미 "법의 도리, 고통이 따르지만 나중에는 이롭다"

정윤식 기자 jys@sbs.co.kr

작성 2017.03.13 13:39 수정 2017.03.13 17:25 조회 재생수1,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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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자신의 법관 인생을 마무리하는 퇴임식 자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선고를 두고 "참으로 고통스럽고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정미 권한대행은 오늘(13일) 오전 11시 헌재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자신의 퇴임식에서 "헌재는 이번 결정을 하면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하게 절차를 진행하면서 헌법의 정신을 구현해 내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고 말했습니다.

30년 동안의 공직생활의 끝머리에 주어진 커다란 역사적 과제를 고민 끝에 수행해낸 책임자로서 소회를 밝힌 셈입니다.

이 권한대행은 "우리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통치구조의 위기 상황과 사회갈등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그리고 인권 보장이라는 헌법의 가치를 공고화하는 과정에서 겪는 진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권한대행은 "비록 오늘은 이 진통의 아픔이 클지라도 우리는 헌법과 법치를 통해 더 성숙한 민주국가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이 권한대행은 특히 중국의 고전 <한비자>에 나오는 "법의 도리는 처음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나중에는 오래도록 이롭다"는 뜻의 '법지위도전고이장리(法之爲道前苦而長利)'라는 소절을 인용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권한대행은 "우리가 사랑하는 민주주의의 요체는 자신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데 있다"며 "이제는 분열과 반목을 떨쳐내고 사랑과 포용으로 서로를 껴안고 화합하고 상생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1987년 판사로 임관한 이 권한대행의 퇴임식은 오전 11시에 시작해 국민의례와 약 6분의 퇴임사 낭독, 꽃다발 증정 순으로 모두 9분 만에 마무리됐습니다.

퇴임식에는 헌재 직원 약 100명만이 참석했을 뿐 남편과 아들·딸 등 가족도 자리하지 않았습니다.

이 권한대행은 사법연수원 교수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을 거쳐 대전고법 부장판사 시절인 2011년 3월 14일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의 지명으로 여성으로서는 두 번째 헌법재판관이 됐습니다.

지난 2014년 12월 선고한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 사건의 주심 재판관을 맡았고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잘 알려진 부정청탁금지법을 비롯해 국회 선진화법 등 주요 사건 등을 판결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 권한대행의 퇴임 뒤 재판관 회의를 열고 임명일 순으로 선임자인 김이수(64·연수원 9기) 재판관에게 차기 소장 권한대행의 역할을 맡길 예정입니다.

이 권한대행의 퇴임사 장면을 '영상픽'에서 준비했습니다.

▶ 이하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퇴임사 전문

사랑하는 헌법재판소 가족 여러분! 

저는 오늘 헌법재판관의 임기를 마치고, 정든 헌법재판소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헌법재판관으로서의 지난 6년, 그리고 30년 동안의 공직생활을 돌이켜 보게 됩니다. 

흔히 얘기하듯이, 큰 과오 없이 무사히 소임을 다할 수 있었다는 점, 참으로 다행스럽고 고마울 따름입니다. 

이 모든 것은 여러 재판관님들과 헌법재판소의 모든 가족 여러분들의 도움 덕분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헌법재판관이라는 자리는 부족한 저에게 참으로 막중하고 무거웠습니다. 

고요하고 평화롭기만 해 보이는 그 자리가 실은 폭풍우 치는 바다의 한 가운데였습니다. 

또한 여성 재판관에 대해 우리 사회의 소수자와 여성이 기대하는 바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 때, 어떤 판단이 가장 바르고 좋은 것인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였습니다. 

저의 그런 고민이 좋은 결정으로써 열매 맺었기를 바랄 뿐입니다. 

 여러분 모두 아시다시피, 지금 우리나라는 안팎으로 큰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세계정세는 급변하고 있으며, 우리는 내부적 갈등과 분열 때문에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바로 엊그제 참으로 고통스럽고 어려운 결정을 하였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헌법재판소는, 이번 결정을 함에 있어서도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하게 절차를 진행하면서, 헌법의 정신을 구현해 내기 위하여, 온 힘을 다하였습니다. 

우리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통치구조의 위기상황과 사회갈등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그리고 인권 보장이라는 헌법의 가치를 공고화하는 과정에서 겪는 진통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오늘은 이 진통의 아픔이 클지라도, 우리는 헌법과 법치를 통해 더 성숙한 민주국가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법의 도리는 처음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나중에는 오래도록 이롭다.”(法之爲道前苦而長利, <한비자>)는 옛 중국의 고전 한 소절이 주는 지혜는 오늘도 유효할 것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민주주의, 그 요체는 자신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데 있다고 믿습니다. 

저는 이번 진통을 통해 우리 사회가 보다 자유롭고 평등하며, 보다 성숙하게 거듭나리라고 확신합니다. 이제는 분열과 반목을 떨쳐내고 사랑과 포용으로 서로를 껴안고 화합하고 상생하길 간절히 바랍니다. 

늘 헌법재판소를 신뢰해 주시는 국민 여러분께 경의를 표하고 그 성원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헌법재판소에 주신 국민 여러분의 격려와 기대, 비판과 질책은 모두 귀하고 값진 선물과 같았습니다. 

헌법재판소 가족 여러분, 

그 동안 부족한 저를 도와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좋은 환경에서 멋진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그 동안 혹시라도 저로 인하여 상처를 받으시거나 서운한 일이 있었더라도 너그러이 용서하여 주시길 빕니다. 

헌법재판소가 늘 국민의 행복을 실현하고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계속 큰 역할을 다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늘 함께 하여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감사합니다.

(영상편집 : 한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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