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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엘시티 수사…"판도라의 상자는 결국 열리지 않았다." (17)

연속 취재 '해운대 엘시티' 수사
[취재파일] 엘시티 수사17-1 엘시티 착공 사진
특혜와 비리로 얼룩진 엘시티 사업이 성공하기까지 허남식 전 부산시장을 비롯한 부산시 고위 공무원과 산하 도시공사 고위 간부, 도시계획 위원회 및 건축심의위원회 등 각종 심의 위원 그리고 지역 정치권 인사들의 지원과 결탁, 특혜 행정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특히 허 전 시장의 엘시티에 대한 관심은 유별났습니다. 해운대구 국회의원을 지낸 서병수 부산시장도 엘시티 사업과 관련해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는 너무도 허술했고 전 현직 시장에 대해 면피성 수사라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 검찰의 축소 수사 의혹 3 : '변죽만 울린 허 전 시장 수사, 면죄부 줘'
[취재파일] 엘시티 17
검찰이 지난 7일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기 까지 1여 년 동안 허 전 시장을 수사한 것은 수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인 지난 2월 10일 허 시장의 자택과 서울 종합정부청사 내 지역발전위원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부터입니다. 그리고 2월 20일 소환 조사를 한 뒤 27일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으로부터 기각 당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7일 허 전 시장을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부산지법 왕해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 자료에 의한 범죄 혐의의 소명 정도 및 이에 대한 다툼의 여지 등에 비춰 볼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습니다.
 
한마디로 검찰이 허 전 시장을 구속시킬 만큼 범죄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검찰의 수사가 허술했거나 허 전 시장이 정말로 깨끗해 부정 비리가 아예 없었거나 둘 중 하나겠지요.
 
● 검찰… '허 전 시장 측근의 뇌물 수수 2건 밝혀낸 것이 전부'
[취재파일] 엘시티 17-3
검찰이 허 전 시장과 관련해 지금까지 밝혀낸 것은 지인인 이 모 씨를 통해 지난 2010년 부산 시장 선거에서 이영복 회장으로부터 선거자금 명목으로 현금 3천만 원을 받은 혐의입니다. 검찰은 이 건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이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기각해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허 전 시장은 2006년 부산시장 선거에서도 이 모 씨를 통해 2천만 원을 받은 사실을 밝혀냈으나 공소 시효 만료로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2006년은 이 영복 회장이 엘시티 사업의 도시개발구역 지정이 있던 시깁니다. 그리고 이듬해 6월 이 회장의 트리플 스퀘어 시행사가 엘시티 사업 민간공모 사업자로 선정이 되었죠. 2010년은 엘시티 사업에 주거시설 도입이 허용되고 건축 심의가 진행될 시기입니다.
 
검찰은 “엘시티 인 허가 및 편의 제공을 청탁받아 대가성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허 전 시장은 “사전 돈을 받은 사실을 알지 못했고 더구나 대가성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이 엘시티 사건을 1여 년 가까이 수사하면서 허 전 시장과 관련해 현재까지 밝혀낸 이 정도 사안에 대해 재야 법조계에서는 “불구속은 물론 재판 과정에서 무혐의 처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공소 유지를 위해서 밝혀낸 증거가 너무 빈약하다는 겁니다.
[취재파일] 엘시티 17-4
이러한 결과는 이미 예견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검찰이 허 전 시장에 대해 압수수색을 한 시기도 수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서 이뤄졌습니다. 검찰 수사에 이미 대비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준 겁니다. 검찰이 허 전 시장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서류 봉투 한 장 달랑 들고 나온 것이 이를 단적으로 말해 줍니다.
 
더구나 검찰은 허 전 시장이 부산시 공무원에게 지시해 함바업자 유 모 씨에게 관내 대형 건설공사 현장에 함바 식당을 수주 받게 해 주고 금품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오래 전의 일이고 관련자들의 진술이 상반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해 주었습니다. 검찰이 지난해 초부터 의욕적으로 수사해 온 함바 비리 수사는 용두사미가 되고 말았습니다.
 
부산지검은 허 전 시장 관련 비리 연루설이 나올 때 마다 내사를 하는 시늉만 했을 뿐 이제까지 모두 무혐의 처분을 해 온 전통(?)을 이번에도 여지없이 보여 주었습니다. 다만 엘시티 수사와 관련해 여론 면피용 불구속 기소가 전부였습니다. 한마디로 수사 의지를 전혀 느낄 수 없는 대목입니다.

● 지역 소식통.. “허 전 시장 비리 물증 찾기 쉽지 않을 것” 예상 적중
[취재파일]
사실 검찰이 엘시티 비리 수사에 착수했을 때 지역에서는 허 전 시장을 비롯해 지역의 유력 정치인 관련설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습니다. 하지만 지역 소식통들은 이들의 범죄 물증을 찾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예상해 왔습니다.
 
이영복 회장이 계좌 추적 등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 현금이나 현물 거래로 유명하고 더구나 수사 과정에서 로비 인물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특히 허 시장의 경우 엘시티 사업뿐만 아니라 유 모씨 함바 비리사건과 H 설계회사 용역 비리사건, 동부산 관광단지 개발 비리 사건 용호만 매립부지 매각 의혹 사건 등으로 여러 차례 검찰의 내사를 받아 와 금전 거래에 관련한 관리를 누구보다도 철저하게 하기 때문에 계좌 추적 등의 방법으로는 걸려들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그 예상은 적중했습니다.
 
따라서 지역에서는 이영복 회장에 대한 수사 강도를 더 높이고 허 전 시장의 가족이나 지인 등 주변 인물들의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한 투명성 여부를 점검해 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건물 등 부동산의 차명거래 관계 등도 폭넓게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허 전 시장은 검찰 조사에서 “엘시티 사업과 관련해 부정한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제가 만난 많은 지역 인사들은 허 전 시장에 대해 “돈 관계가 깨끗하고 투명하다”고 진술한 사람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 검찰의 축소 수사 의혹 4 : "서병수 부산시장 수사는 아예 하지도 않아"
[취재파일] 엘시티-6
검찰의 수사 의지에 의문을 품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사례는 서병수 현 부산시장에 대한 수사입니다.
 
수사 초기 지역에서는 엘시티 사업장이 있는 해운대구에서 3선 의원을 역임한 서병수 부산시장에 대해 주목을 했습니다. 친박 핵심인물인데다 여당 사무총장을 역임한 서 시장이 이영복 회장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알만 한 사람은 다 압니다. 그래서 “서 시장이 이번에는 검찰 수사를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습니다.
 
● "서 시장 핵심 측근 인사 2명 엘시티 비리 혐의 구속돼"
[취재파일] 엘시티17-7
서 시장과 관련해 먼저 정 모 전 부산시 경제특보가 검찰 수사에 포착됐습니다. 서 시장의 핵심 선거 참모이기도 한 정 전 특보는 2010년~2012년까지 엘시티 시행사인 엘시티 PFV대표이사를 지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시기는 엘시티 사업과 관련해 주거 시설 도입을 허용한 도시계획 변경과 환경영향평가 면제, 교통영향평가 약식 처리 등 각종 인허가 특혜가 이뤄졌던 시기입니다. 이후 정 특보는 서 시장 부산시장 선거 캠프에 합류해 부시장급인 부산시 경제특보에 임명됐습니다.
 
정 전 특보는 2013년 9~2014년 6월 시장 선거 캠프에서 정책본부장을 맡아 이회장으로부터 엘시티 법인카드를 받아 1900만원 상당을 사용했고 2014년 9월~2016년 3월까지 부산시 경제특보로 있으면서 이 회장으로부터 엘시티 사업의 편의를 봐 달라는 청탁을 받고 엘시티 법인카드를 받아 3천만원 상당을 사용한 혐의로 정치자금법 및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정 전 특보는 또 2009년 2월 이 회장과 공모해 자신이 운영하는 용역회사에 허위 용역을 의뢰해 1억 천만 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난 것은 이 횡령금 중 수천 만 원을 엘시티 사업이 가능하도록 모든 특혜를 제공해 준 부산도시공사 부사장의 엘시티 비리 등 형사 사건의 변호사 비용으로 대납해 주었다는 사실입니다. 이 회장과 부산도시공사의 유착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서 시장의 핵심 측근인 P 포럼 김 모 씨도 엘시티 비리 사건에 연루돼 구속됐습니다. P 포럼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부산지역 포럼인데요. 김 고문은 이 포럼의 실질적인 실세인 서 시장의 핵심 인물입니다. 김 씨는 2008년 4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이영복 회장으로부터 서 시장 선거 캠프 운영비 등으로 2억 2천만 원의 정치 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또 2014년 8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서 시장의 비선조직 사무실 임대료 등의 명목으로 2천 5백만 원을 대납 받은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총 2억 5천만 원 정도 되는 거액이지요.
 
● 검찰, 서 시장 핵심 측근 구속에도 서 시장은 한 번도 조사 안 해
[취재파일] 엘시티17-8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서 시장의 핵심 측근 한 명은 엘시티 시행사 대표 출신이고 부산시 경제 특보를 지내면서 엘시티 법인 카드를 지속적으로 사용해 왔고 다른 또 한 명은 친박 포럼을 운영해 오면서 서 시장 선거 캠프 운영을 도맡다시피하며 이 회장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지속적으로 받아 왔습니다. 서 시장 관련성을 합리적으로 의심해 볼만한 충분한 사유가 되겠지요?
 
그런데 검찰은 서 시장에 대해 “인지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단 한 번도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도 했습니다. 이유인 즉 “구속된 정 전 특보와 김 고문이 서 시장에게 따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검찰은 이들의 진술만으로 “서 시장은 이 회장으로부터 돈 받은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고 변명을 하고 있는 겁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검찰이 언제부터 비리 혐의자들의 진술을 이렇게 100% 신뢰했다는 겁니까?
 
검찰이 전 현직 부산시장에 대해 보인 수사 의지와 태도는 면죄부를 주기 위한 통과 의뢰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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