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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프랑스에서 온 애니메이션 '내 이름은 꾸제트'

호박 소년이 물었다, "나의 가족이 되어주실래요?"

[취재파일] 프랑스에서 온 애니메이션 '내 이름은 꾸제트'
독특한 프랑스 애니메이션 영화 한편이 개봉했습니다. ‘내 이름은 꾸제트(Ma Vie de Courgette)’라고 하는데요, 여기서 꾸제트(Courgette)는 프랑스어로 ‘기다란 호박’을 뜻합니다. 주인공 소년의 실제 이름은 이카르(Icare)이지만, 예명인 꾸제트로 불리는 걸 훨씬 좋아하는 아이입니다.

소년은 9살. ‘맥주를 많이 마시고 으깬 감자를 잘 만들며 가끔 함께 놀아주던’ 엄마와 둘이 살았지만, 엄마가 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보육원으로 보내집니다. 아빠의 빈자리와 엄마의 방임과 학대 속에서 많이 외로워하던 소년은 그 곳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게 됩니다.

보육원의 대장을 자처하는 빨간 머리 ‘시몽’과 새로 온 매력적인 여자 친구 ‘까미유’, 그리고 개성 강한 다른 여러 또래 친구들까지, 이들은 모두 꾸제트처럼 각자의 상처를 안고 보육원에 왔지만 서서히 서로의 마음을 열며 친구가 됩니다. 영화는 그 따뜻하고 아름다운 치유와 성장의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영화 '내 이름은 꾸제트'의 한 장면
감독 끌로드 바라스(Claude Barras)는 질 파리(Gilles Paris)의 원작소설을 읽고 순식간에 매료돼 영화화를 결심했다고 합니다. 원작은 어른들을 위한 소설로 불리지만, 어른은 물론 아이들까지도 좋아할만하게 각색에 공을 들이고 캐릭터를 만들 때도 색깔과 형태에 특히 주의를 기울였다고 하더군요.

그 결과 우리가 흔히 보는 미국이나 일본의 애니메이션과는 전혀 다른, 프랑스식 애니메이션 ‘내 이름은 꾸제트’가 탄생했습니다. 제작진은 인형 54개와 세트 60개를 만들고 1년 6개월에 걸쳐 스톱모션 기법으로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사람이 직접 인형들을 움직여 한 컷 한 컷 사진을 찍고 다시 그 사진들을 쭉 이어 붙여, 마치 인형이 연속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은 효과를 만들어내는 스톱모션 기법에는 관객들을 감탄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 흔한 컴퓨터 그래픽 하나 없이 긴 시간 수작업으로 완성하는 방식에 깃든 정성과 소박함 때문입니다.
'내 이름은 꾸제트' 인형
라텍스로 만들었다는 인형들의 총천연색 머리칼은 바람이 불면 바람에 따라 섬세하게 날리고, 실리콘으로 만들었다는 팔은 이리저리 부드럽게 구부러지며 다양한 동작들을 재연해냅니다. 송진으로 만들어진 얼굴과 반짝이는 소재의 커다란 눈은 아이들의 기쁨과 슬픔, 공포와 외로움까지 다양한 표정을 효과적으로 담아냅니다.

몸에 비해 거대한 머리는 제작에 3D프린터를 활용한 덕분에 무게를 줄일 수 있었고, 머릿속의 비어있는 공간을 이용해 눈동자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귀여운 손가락은 오른손, 왼손 각각 4개씩에 불과하지만, 옷은 실제 옷감을 사용해 사실적인 질감을 살렸습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등장인물들
이런 정성으로 탄생한 귀엽고 사랑스러운 영상은 차가운 현실에 따뜻한 숨결을 불어넣고, 영화는 부드럽지만 단호한 어조로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 좋은 부모가 되어주실 건가요?” 이 질문은 다음과 같이 바꿔도 될 겁니다, “부모가 될 준비가 되어 있나요?”

실제로 영화의 마지막에서 보육원의 아이들은 갓난아기와 함께 등장한 선생님에게 질문을 쏟아냅니다. 아기를 버리지 않는다는 선생님에게 “아기가 엄청 못생겨져도요?”, “계속 울기만 해도요?”, “공부를 못 해도요?”, “바보라도요?”, “말도 안 듣고 하루 종일 소리를 질러도요?” 같은 질문을 수도 없이 이어갑니다.

부모에게 사랑 받지 못한 경험이 아이들의 마음에 의심과 두려움을 키우는 건 당연합니다. 버려진 아이들은 때로는 문제의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아내려고도 합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사회는 대신 알려줘야 합니다. “너희 모두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들이고, 잘못은 너희가 아니라 부모에게 있었다”라는 걸.

이런 가르침은 물론 말이 아닌 행동으로 가능합니다. 꾸제트가 보육원에서 경험하게 되는 친구들과의 우정과 강한 유대감, 그리고 꾸제트와 까미유를 입양하는 경찰 아저씨 ‘레이몽'의 태도에는 이런 가르침이 담겨 있습니다. 이쯤해서 영화는 꾸제트를 통해 또 한 번 관객에게 묻습니다. “나의 가족이 되어주실래요?”

오늘날 사회적 의미에서 가족을 혈연을 필요충분조건으로 하는 배타적 관계가 아니라 사랑을 기반으로 한 사람들 간의 강한 연대로 재해석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부모가 된다는 것, 가족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게 하는, 프랑스식 어른과 아이를 위한 동화입니다.

(사진=영화 '내 이름은 꾸제트'/제공=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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