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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국경조정세와 국경세…실현 가능성이 있을까?

[월드리포트] 국경조정세와 국경세…실현 가능성이 있을까?
지난 대선 기간 트럼프 미 대통령은 OECD 국가 최고 수준인 높은 법인세율 때문에 미국 기업이 중국이나 멕시코 등으로 공장을 이전한다며 최고 35%인 현행 법인세율을 15%까지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의 경우 법인세율은 높지만 GDP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선진국 중 최하위 수준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덜컥 법인세만 내렸을 때 발생하는 막대한 재정적자는 어떻게 메워야 할까요?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공화당 하원에서 내놓은 게 바로 법인세율 20% 단일화와 국경조정세입니다. 처음에는 부정적이었던 트럼프도 점점 국경조정세에 우호적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국경조정세란 일종의 세금정책으로 미국 기업의 수입품이나 수입부품에 대한 비용공제는 인정하지 않고 대신 수출에는 법인세를 면제하는 제도입니다. 트럼프가 얘기한 중국이나 멕시코산 제품에 45% 또는 35%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국경세와는 다른 개념입니다. 우선 법인세를 줄일 목적으로 해외로 공장을 이전한다든가 아웃소싱을 하는 미국 기업들을 줄일 수 있고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무역적자 문제를 해소할 수 있으며 세수까지 늘어난다는 게 찬성론자들의 논리입니다. 국내 법인세제를 개혁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특정 국가에 대한 징벌적 성격의 관세 부과가 불러올 통상전쟁까지 피할 수 있는 묘안이라는 거죠.

하지만 반대론자들의 입장은 전혀 다릅니다. 국경조정세는 달러 강세를 불러올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입니다. 수출 쪽만 보더라도 가격 경쟁력 때문에 미국 물건이 잘 팔린다면 달러 수요가 늘어나 달러 가치는 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 만약 달러 가치가 충분히 빠른 시간에 20%까지 오른다면 수출 기업은 달러로 표시되는 자신들의 제품 값이 비싸져서, 수입 기업은 같은 돈으로 더 많은 부품을 들여올 수 있기 때문에 이전과 큰 차이가 없어집니다. 좋았다가 나빠지거나 아니면 그 반대겠죠. 수출기업의 경우 법인세율이 낮아져서 영업이익이 늘어난 만큼 제품 값을 낮춰서 수출 물량을 늘릴 수도 있지만 이들은 동시에 해외로부터 부품을 들여와야 하는 수입업체인 경우가 많아 그 효과는 상쇄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이 해외에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의 가치는 달러 가치가 오르는 만큼 폭락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위기가 몰고올 혼란은 별개로 한다면 이 경우 높은 법인세를 피하기 위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할 이유가 없어지긴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얘기한 '일자리'를 미국에 남길 수는 있는 방안이죠.  

문제는 달러 가치 상승이 충분히 빠른 속도로 이뤄질 것이냐 하는 점입니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이 부분에는 동의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국제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달러는 하루 4조 달러 규모로 무역거래액의 300배 이상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국제 원자재 가격, 무역 상대국의 관세 정책 등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무수히 많습니다. 그 기간 수입품의 가격 상승으로 인한 피해는 주로 미국의 저소득층과 한계기업이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국경조정세가 부가가치세 같은 간접세가 아닌 직접세라는 점에서 WTO 규정에 위배될 가능성도 있고 이 경우 교역 상대국의 보복 조치가 이어질 것은 분명합니다. 한 국가가 미국을 상대로 WTO에 제소하는 것이 어려운만큼 여러 국가들이 뭉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입니다. 제품 가격 상승을 우려한 미국 내 소매업체들의 반대도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아직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조정세에 확실한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 행정부 내 관료들의 입장도 조금씩 다릅니다. 하지만 국경조정세를 도입하면서 법인세를 낮추는 방안 외에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이 뚜렷한 대안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때문에 당장은 아니겠지만 국경조정세를 어떻게든 보완해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강화하는 세제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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