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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대학가에도 사드 불똥

사드를 둘러싼 한중 갈등의 불똥이 대학 캠퍼스로까지 튀고 있습니다. 국내에 유학하고 있는 6만 5천 명의 중국 유학생들은 한국 기업 취직에 불이익이 있을까봐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밖에서는 중국어를 쓰지 마라”며 언행에도 조심하고 있습니다. 사드와 관련해 정치적으로 민감한 언급은 가급적 피하고 있습니다.

한국으로 유학을 포기하는 중국 학생도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과 중국 대학간 공동 연구 추진이 중단되는 사례도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중국 유학생이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도 있어 대학들도 긴장하고 있습니다. 
불안감 커지는 중국 유학생들
●  “중국어 쓰지 마라” 중국 유학생들 노심초사

대학에서 만난 중국 유학생들은 한결같이 사드를 둘러싼 갈등으로 유학 생활에 지장이 있을까봐 걱정하고 있습니다. 중국 유학생들이 가장 걱정하고 있는 것은 한국 기업 취업에 대한 불안감입니다. 아르바이트나 인턴도 해야 하고 졸업 후 한국 관련 기업 취직이 희망인데 취업길이 막힐까봐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한 대학에서 언론학 석사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한 중국 유학생은 “졸업이 얼마 안 남았는데 졸업하고 한국 기업 취직길이 막힐까봐 걱정 된다”고 불안해했습니다. 이 학생은 “ 두 나라의 정치적 갈등이 제발 유학생활에 지장을 주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중국 유학생은 “밖에서는 중국어 쓰지 마라”는 가족의 안부 전화를 매일 받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두 나라 국민 사이의 감정의 골이 깊어져서 혹시라도 한국에서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봉변을 당할까봐 두려워했습니다. 언행도 조심하는 분위기입니다. 한국 학우들과의 관계도 서먹해지는 것 같다고 털어 높기도 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흉금 없이 털어놓고 편하게 얘기하던 한국 친구들도 요즘은 아무래도 민감한 주제는 서로 언급을 피한다고 했습니다. 중국 대사관측에서는 유학생들에게 가급적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가지마라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한국 식당을 피하고 중국인 식당만 간다는 학생도 있습니다. 중국과 한국 정부의 갈등 사이에 끼어서 불이익을 받을 까봐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생활비 충당을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유학 2년 차의 한 중국 유학생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한국화장품이나 옷을 사서 중국에 되팔아 생활비를 벌어왔는데 요즘은 통관이 까다로워져 이마저 여의치가 않게 됐다며 생활비를 걱정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생활비 일부를 충당하는 중국 학생들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국내 중국인 유학생 수
●  중국 유학생 발길 돌리나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하고 있는 중국 유학생은 6만 5천여 명입니다. 전체 외국인 유학생은 11만 3천여 명입니다. 전체 외국인 유학생 10명 가운데 6명 꼴입니다. 이렇게 중국 유학생이 많아진 것은 한류 영향도 큽니다. 거기다 중국과 가까우면서도 마약에 빠지거나 총기사고 염려 없이 유학을 보낼 수 있는 안전한 나라라는 인식도 한 몫 했습니다. 대학들의 적극적인 유치 노력도 주효했습니다.
 
그런데 사드를 둘러싼 갈등이 깊어지면서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 유학의 매력이 줄어들어 한국 유학이 주춤한 상태였는데 사드 갈등까지 겹쳐서 중국 학생들이 유학 대상국으로 한국에서 다른 나라로 돌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당장 한국으로 유학을 계획했다가 보류하거나 포기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태가 장기화돼 중국 유학생이 줄어들 경우 대학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부족한 학생을 중국 유학생으로 채워왔던 지방 일부 사립대는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서울의 주요 사립대의 경우에도 학과에 따라 석사과정 학생의 절반 가량이 중국 유학생인 경우도 많습니다.

팀 플레이나 토론 수업이 제대로 안 될 정도로 중국 유학생이 많은 곳도 많습니다. 중국 유학생들은 정원 외로 뽑습니다. 정원 외로 뽑기 때문에 대학 측으로서는 재정적으로도 중국 유학생이 큰 도움이 된다는 얘기입니다. 서울의 한 사립대의 경우 중국 유학생을 받아서 들어오는 돈만 1년에 백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중국 유학생이 한국을 외면하기 시작하면 국내 대학도 유학생 유치가 벽에 부딪칠 수 있습니다. 2022년까지 유학생 20만 명을 유치하겠다는 교육부의 구상도 공염불이 될 수도 있습니다.
대학가도 사드 불똥
베이징대 공동 연구 추진 중단 통보…학술교류도 차질 조짐
 
사드불똥은 학술교류에도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당장 예정된 학술대회가 취소되거나 중단되는 사례는 나타나고 있지는 않으나 개별 연구소 차원의 공동 연구 추진이 중단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양대 중국 연구소는 지난 7일 베이징대로부터 갑작스러운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동안 순조롭게 진행되던 공동 연구 추진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통보를 받은 것입니다. 특별한 이유 설명도 없이 최근의 분위기상 어쩔 수 없다는 통보만 받았습니다.
 
공동 연구를 추진해온 한양대 국제대학원 민귀식 교수는 “명시적으로 사드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일련의 사태 때문에 더 이상 할 수 없게 돼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으로 봐서 대학측의 지침이 있었던 같다”고 해석했습니다. 더구나 연구비 전액을 한국연구재단이 부담하는 조건의 공동 연구 추진으로 그동안 베이징 대학측도 적극 호응했던 것이었는데 갑자기 공동 연구 추진 중단을 통보한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사드 갈등이 장기화 될 경우 한중 학술 교류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과의 학술 교류가 많은 전공이나 대학의 경우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어서 내심 긴장하며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중국 유학생 유치로 활로를 모색하던 대학가에도 고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 '사드 불똥' 튄 대학 캠퍼스…中 유학생 발길 돌리나 (03.09 8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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