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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구의 해피베이스볼] WBC실패가 충격적이지 않은 이유

[정진구의 해피베이스볼] WBC실패가 충격적이지 않은 이유
솔직히 실망스럽긴 하다. 

‘국민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의 WBC 1라운드 탈락은 이제 현실이 됐다. 역대 국제대회에서 한국야구가 이렇게 무기력한 적은 없었다. 나름 야구강국이라는 자부심이 처연하게 무너져 내렸다.

물론 이번 대회 실패의 원인을 찾는 일은 중요하다. 세계야구의 흐름과는 다른 KBO리그의 스트라이크존도 수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병역 특례 말고도 선수들의 동기를 유발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프로선수들에게 애국심만을 강요한다고 될 일은 아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겸허하게 인정하고 넘어가자. 바로 우리의 실력이다.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한국야구가 좋은 성적을 거둔 것에 현혹되면 안된다. 올림픽이나 최근 열린 프리미어12에서 대부분의 국가는 아마추어급 대표팀을 내보냈다. 반면 우리 대표팀은 프로 선수들로 구성됐다. 병역특례라는 엄청난 당근도 따라왔다. 좋은 성적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1,2회 WBC 선전은 다른 측면이 있다. 당시만 해도 메이저리그 스타들이 WBC라는 대회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던 때였다. MLB사무국의 강요에 울며겨자먹기로 출전하는가하면 한낱 이벤트 대회쯤으로 여기고 몸도 만들지 않은채 경기에 나선 선수가 대부분이었다.

반면 우리 대표팀은 착실히 대회를 준비했고, 해외파가 총망라된 베스트 멤버로 꾸려졌다. 병역혜택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선수들의 의욕은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WBC가 회를 거듭하자 대회에 임하는 타국 선수들의 자세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 핏줄을 가진 메이저리거들이 유대감을 느끼면서 팀워크도 다져졌다. 메이저리그 올스타들이 즐비한 도미니카공화국, 푸에르토리코, 미국 대표팀은 직전 대회에서 이름값에 어울리는 전력을 뽐냈다.

14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의 수준은 36년에 불과한 KBO리그에 비할 바가 아니다. 류현진, 오승환 등 일부 선수의 예를 들어 KBO 수준을 논할 수는 없다. 70여개에 불과한 고교 야구팀 숫자와 부족한 야구인프라 언급은 이제 식상할 정도다.

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KBO리그를 미국 트리플A와 더블A 중간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정확히 그 정도로 구성된 이스라엘 대표팀에게 연장 끝에 패한 것을 보니 수긍이 가는 비교였던 셈이다. 

7일 우리가 네덜란드에게 5대 0으로 패한 것은 우리 축구대표팀이 네덜란드 대표팀에게 패한것 만큼 전혀 충격적이지 않다. 네덜란드에 포진한 잰더 보가츠, 안드렐톤 시몬스 등은 메이저리그 올스타급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크게 뒤진다. 홈팬들 앞에서 한점도 내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질만한 팀에게 졌으니 땅을 치고 분개할 일은 아니다. 이번 대회의 실패로 ‘한국야구 최대위기’, “KBO리그 거품‘ 등의 비판에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다음 상대인 대만은 그런 핑계도 통할 수 없으니 반드시 이겨줬으면 한다.

실력 차를 인정하자는 것이지, 약팀이기 때문에 늘 패해도 상관없다는 것은 아니다. 도전자의 입장에서 다음 대회에는 더욱 철저히 준비해 강팀을 꺾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마땅하다. 스포츠 최고의 묘미는 약팀이 강팀을 꺾는 이변의 드라마라 생각한다.   

(SBS스포츠 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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