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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국민과 맞서는 교육부…끝없는 갈등 조장

[취재파일] 국민과 맞서는 교육부…끝없는 갈등 조장
교육부 기자실 옆에 붙어있는 브리핑 룸이 국정역사교과서를 놓고 6일 오전 또다시 시끌벅적했다. 브리핑룸에서는 매주 월요일 오전 11시 한 주간 보도계획에 대해 출입기자를 상대로 사전 설명회가 열린다. 대변인이 사회를 보고 주로 정책 담당 국장이나 과장, 사무관이 참석해 보도 자료를 중심으로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주고받는 자리다. 교육정책에 대해 깊이 있는 취재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교육부는 이날 두건의 보도 자료를 설명했다. 하나는 소프트웨어교육 연구. 선도학교 1,200개교 선정 관련이었고, 다른 하나는 자격기본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 입법예고에 관한 것이다. 당초 미리 배포된 주간 보도계획에는 국정역사교과서 활용 희망학교 신청 결과도 예정돼 있었으나 설명회에는 빠졌다. 기자들의 관심은 단연 국정역사교과서에 쏠렸는데 핵심이 빠진 불충분한 자료만 내놓고 보충 설명도 없자 브리핑룸이 술렁거렸다.

교육부는 국정역사교과서를 교육에 활용하겠다고 신청한 학교 수만 밝히고 나머지는 공개 불가 방침을 고수했다. 신청학교 이름은 물론 시·도별 숫자나 학교별 숫자, 교과서 신청부수 등도 빠졌다. 교육부는 “학교 이름을 공개할 경우 연구학교지정을 신청했다 어려움을 겪는 경북 경산의 문명고처럼 외부로부터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밝힐 수 없고, 신청학교에서도 비밀로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학교 이름을 빼고 나머지 정보를 공개하라는 기자들 요구에 결국 역사교육추진단 소속 과장이 브리핑룸으로 뒤늦게 나왔다. 담당과장 역시 우물쭈물 대기는 마찬가지, 궁금증을 시원스럽게 풀어주지 못했다. 결국 교육부는 오후에 추가 보충자료를 내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교육부의 브리핑 현장
국정역사교과서 보조교재 활용 논란은 지난 2월 2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육부는 이날 연구학교 지정 신청결과를 발표했다. 전국 시·도 교육청을 통해 연구학교 지정을 신청한 학교는 경산의 문명고 1개 학교에 불과했다. 교육부 입장에서는 국정역사교과서가 당혹스러울 만큼 철저하게 외면을 당한 것이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교육부는 “일부 교육감과 시민단체 등 외부적 요인 등으로 적지 않은 학교가 자율적으로 연구학교 신청을 할 수 없게 된 상황에 대해 깊은 유감”이라며 국민적 반대여론을 시민단체나 진보 교육감 탓으로 돌렸다. 그러면서 ‘보조교재활용’ 카드를 꺼내 들었다. 꺼져가는 국정역사교과서의 불씨를 계속 살리겠다는 의도였지 국민들의 갈등조장에 대한 고민은 별로 없어 보였다.

교육부가 밝힌 국정역사교과서 활용 방식은 다섯 가지다. 첫째, 학급별 읽기 자료로 활용, 둘째 도서관 비치 활용, 셋째 역사동아리 및 방과 후 학교에서 활용, 넷째 교과서 재구성을 교수-학습 참고 자료로 활용, 다섯째 역사수업 보조교재 활용 등이다. 국정역사교과서를 희망하는 학교는 시·도교육청을 거치지 않고, 학교장이 직접 교육부로 신청하도록 했다.

지난 3일 약 2주간에 걸쳐 접수를 받은 결과 전국 중·고등학교 5천5백62개교(중학교3,209개 고등학교 2,353개교)와 특수학교 257개교 등 모두 5천8백19개 신청 대상 학교 가운데 약 1.4%인 83개교가 국정교과서 활용을 신청했다. 중학교 33개교, 고등학교 49개교, 특수학교 1개교 이다. 이 가운데 공립학교가 22개, 사립은 61개교에 이른다. 시. 도별로는 서울11개교, 경기13개교, 인천1개교, 부산5개교, 대구6개교, 울산4개교, 대전5개교, 광주1개교, 경북19개교, 경남5개교, 충북3개교, 충남10개교 등 이다. 강원, 세종, 전남, 전북, 제주 등 5개 시.도에서는 신청학교가 없다.
국정역사교과서
신청한 83개 학교 가운데 100권 이상 신청한 곳은 중학교1개교와 고등학교 8개교이다. 특히 중학교 1개교와 고등학교 3개교 등 4개 학교는 역사나 한국사 교육대상인 1학년 학생 수 보다 더 많이 신청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A중학교의 경우 1학년 학생 수가 86명인데 역사1,2를 각각 120권씩 신청했다. 또 B고등학교의 경우 1학년 생이 159명인데 한국사 교과서는 170권을 신청했고, C고등학교는 1학년 생 228명보다 많은 273권을 신청했다. D고등학교도 350권을 신청했는데 1학년 학생은 343명이다.

현행 규정상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수업시간에 보조교재로 쓸 경우 학교운영위원회를 거쳐야한다. 때문에 만일 학생 수보다 많은 국정교과서를 신청한 4개 학교가 보조교재로 활용하려면 학부모들과의 갈등과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사전에 학교장이 학교운영위원회를 열어 국정교과서 활용 결정을 했다면 몰라도 교장이 독단으로 신청했다면 학부모들과의 갈등은 불 보듯 뻔하다. 그 많은 책을 단순히 도서관에 비치해놓을 수도 없으니 말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경북 경산 문명고의 경우 입학식까지 파행을 겪은데 이어 학부모들이 국정교과서 반대를 위한 촛불집회를 여는 등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또 문명고의 역사교사가 국정교과서 수업을 거부해 새 학기 시작 뒤 지금까지 학생들은 검정교과서로 역사과목을 배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역사교과서 담당과장에게 교육부의 ‘보조교재활용’방침은 어떻게 정해졌는지 물었다. 과장은 “국정교과서를 보조교재로 쓰기를 원하는 학교가 다수 있었다”고 했다. 좀 더 구체적인 데이터를 요구하자 “시·도 담당과장 회의 때 어느 교육청에서 온 과장이 보조교재로 쓰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덧붙였다. 또 교육부 실무자들이 일선 학교로 부터 “보조교재 활용의지가 있다”는 전화를 여러 통<대부분 한 자리 수 이내> 받았다는 얘기도 했다.
교육부
교육부가 갈등이 예상되는 데도 보조교재 카드를 꺼내 든 결과는 이게 다인 것 같다. 보조교재 카드는 연구학교지정마저 외면받자 꺼져버린 국정교과서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이란 생각이 든다. 국민과 끝까지 맞서겠다는 교육부의 독선과 꼼수다.

교육정책을 마련하고 추진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눈치를 봐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묻고 싶다. 교육의 3주체인 교사, 학생, 학부모다. 3척 동자도 다 아는데 교육부만 모른 척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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