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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못 나가…'탈출구 없는 수로'에 사라지는 야생동물

<앵커>

농촌에서 논밭에 물을 대는 수로를 만들 때, 혹시 동물들이 빠져도 탈출할 수 있게 통로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키는 경우가 아직도 별로 없습니다.

이용식 기자입니다.

<기자>

천수만 간척지에 있는 한 농수로 공사장입니다.

합성수지로 된 수로를 뜯어내고 콘크리트 수로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길이가 700여 m, 그러나 수로 안에는 야생동물의 이동통로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콘크리트 수로는 이처럼 어른 허리 높이인 데다 직각으로 돼 있어서 야생동물이 빠질 경우 스스로 탈출하기는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근처에 있는 또 다른 농수로현장도 사정은 마찬가지, 깊숙이 파인 수로 안에 탈출로 하나 없습니다.

친환경 설계지침에 따라 보통 100m 간격으로 생태통로를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겁니다.

[농어촌 공사 직원 : 경사로를 타 가지고 물이 넘쳐 흐르다 보니까 (생태통로를) 아예 빼달라는 민원이 상당히 많습니다.]

생태통로가 없다 보니 고라니뿐 아니라 이곳에 사는 멸종위기 2급인 삵도 위험합니다.

개구리나 뱀은 알 한번 낳으러 들어갔다 영영 못 나오기 십상입니다.

[김봉균/충남 야생동물구조센터 직원 : 양서류는 농수로에 알을 낳고 번식을 하는 경향이 있는데 다시 벽을 타고 나오기도 힘들고….]

대안 없이 민원만 탓하며 멀쩡한 지침을 대놓고 무시하는 사이, 야생동물들은 하나둘 우리 곁에서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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