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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만년 꼴찌에서 사상 최강팀으로…우리은행 변신의 비결은?

'최고 승률 우승'의 주역 임영희, 박혜진이 본 과거와 미래!

[취재파일] 만년 꼴찌에서 사상 최강팀으로…우리은행 변신의 비결은?
여자 프로농구 우리은행이 프로 스포츠 사상 최고 승률(94.28%)로 2016-2017 정규리그를 화려하게 마무리 했습니다. 시즌 초반 이승아가 임의 탈퇴하고, 양지희가 잦은 부상에 시달렸지만, 악재를 딛고 도저히 깰 수 없을 것 같았던 신한은행의 기존 최고 승률(2008-2009시즌 92.5%)을 넘어섰습니다. ( ▶농구 승률 94.3% 대기록 눈앞에…우리은행의 원동력은 / 2월 28일 8시 뉴스)

우리은행의 역사적인 기록 수립에는 새롭게 가세한 외국인 선수 존쿠엘 존스의 맹활약도 한 몫을 했지만, 위성우 감독의 용병술과 많은 훈련을 바탕으로 한 우리은행 특유의 끈끈한 조직력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지난 1월, 25경기 만에 최소 경기 우승을 확정할 당시 우리은행 훈련장에서 했던 박혜진 선수와 임영희 선수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최강 우리은행의 탄생 과정을 다시 살펴봤습니다.

● 위성우 감독, 만년 꼴찌팀의 체질을 바꾸다!

2012년 4월, 위성우 신한은행 코치는 우리은행과 3년 계약을 맺고 지휘봉을 잡았습니다. 신한은행의 전신 현대 산업개발에 입단해 20년 이상 한 팀에서 뛰었던 전주원 코치도 함께 둥지를 옮겼습니다. 당시 4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던 우리은행은 이때부터 대변신을 시작했습니다.

위 감독은 지휘봉을 잡자마자 밤낮으로 훈련을 시켰습니다. 너무나 혹독한 훈련에 선수들은  불만을 쏟아냈고, 훈련의 효율성에 대한 의문도 품었습니다.
위성우 감독
박혜진
"만약에 (위성우 감독이 부임한) 첫 해로 돌아가라고 한다면 그건 정말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요. 솔직히 첫 해 비시즌 동안에는 감독님이랑 훈련하면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말 그대로 (훈련을) 너무 많이 하니까 ‘아 이렇게 하다가 나중에 시즌 들어가면 몸 퍼지는 거 아니야?’ 이런 생각도 솔직히 들었고,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도 매일 운동할 때 혼만 나니까 내가 변한 것도 없이 왜 이렇게 힘들기만 해야 하지?’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그때는 하루하루 버티기가 급급하고 힘들었어요."

하지만, 위 감독은 선수들과 타협하지 않았습니다. 훈련이 재미는 없더라도 기본부터 반복, 또 반복해서 시켰습니다.

박혜진
"끝까지 하는 끈기나 악이나 깡 같은 것을 많이 주문하셨어요. 이전까지는 수비를 하다가 골을 내주면 ‘여기까지 잘 막았으니까 어쩔 수 없어’ 이렇게 생각 했었는데, 위 감독님이 오셔서는 “그런 과정도 중요하지만 끝까지 골을 못 넣게 해야 그게 성공이다”라고 말씀을 하시니까 선수들이 단 한 골도 안주기 위해서 더 이 악물고 수비하고 더 악착같이 하는 그런 모습이 제일 많이 변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임영희
"항상 감독님께서 기본을 강조하시고 저희가 잘못했을 때도 그런 부분을 많이 지적하시기 때문에 저희가 조금 더 집중해서 작은 것부터 하자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것이 좋은 성적을 내는데 밑거름이 된 것 같아요."

훈련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코트 위에서는 선후배간 위계질서도 없앴습니다.
돌파하는 박혜진
박혜진
"예를 들어서 이전에는 (훈련 도중에) 후배가 선배 언니한테 파울을 심하게 하거나 이랬을 때 좀 움츠러들고, “언니, 죄송해요” 이렇게 사과하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위 감독님이 그런 행동(사과) 자체를 아예 못하게끔, 체육관 안에서는 선후배가 없는 그런 분위기를 만드셨거든요. 그러다보니까 지금은 운동할 때 누가 파울을 하든지 누가 뭘 하든 크게 신경 안 써요. 이제는 후배들이 선배 언니들한테 심하게 파울해도 언니들이 기분 나빠하지도 않고 오히려 운동할 때는 (선배들이) 후배들한테 더 세게 몸싸움 하라고 하고 진짜 각자 전쟁터처럼 연습한다고 생각해요."

임영희
"감독님께서 굉장히 싫어하시는 부분이 그런 부분(위계질서)이에요. “코트위에서 선후배 사이가 어디 있냐?” 이걸 강조하세요. 제가 (후배한테) “때리지 마라, 수비하지 마라.”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 서로 간에 연습하는 효율성이 떨어지거든요. 농구라는 게 몸으로 부딪히는 스포츠다 보니까 몸을 부딪지 않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해요. 연습 때 서로 몸을 부딪혀주고 해야 시합에서도 나오기 때문에 (후배들과 몸싸움이) 저한테 도움이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선후배가 더욱 똘똘 뭉쳤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힘든 훈련 덕분이었습니다.

임영희
"너무 악독하게 훈련을 시키니까 저희 선수들끼리는 모여서는 감독님이나 코치님 험담으로 스트레스를 풀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선수들끼리는 더 돈독해 진 것 같아요. 훈련을 안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야 우리 이겨내 보자.” 다짐하며 마음을 맞췄어요. 그리고 “이때 되게 힘들지 않았냐?”, “나 되게 힘들었다.” 이런 얘기를 하면서 공감도 하고 많은 대화를 하면서 훈련으로 쌓인 스트레스를 풀었어요. 좋은 얘기든 나쁜 얘기든 선수들끼리 많은 얘기를 하게 되면서 코트 위에서도 좀 더 많은 대화를 하게 된 것 같아요."
박혜진 인터뷰
박혜진
"운동량이 너무 많다 보니까 다들 정말 힘들어서 언니들이 후배들 간섭하고 이런 건 전혀 없어요. 정말 말 그대로 운동만 열심히 하고 잘 하면 힘든 게 없는 그런 시스템으로 바뀌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선수들끼리 분위기가 정말 좋아요."

위 감독은 엄하기만 하지는 않았습니다. 요즘 말로 소위 ‘츤데레’였습니다. 선수들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구단에는 최고의 지원을 요청했고, 또 여자 선수들이 다른 사람 시선을 의식해 식사량을 줄이지 않도록 그 때까지 구단 식당에서 사용하던 개인 식판을 없애고 모든 반찬을 식탁 위에 푸짐하게 차린 뒤 먹을 수 있게 했습니다.

임영희
"위 감독님이 처음에 오셨을 때 저희가 식당에서 밥 먹는 것 같은데 많이 신경을 쓰셨어요. 저희가 뭘 어떻게 먹나, 식단 같은 것을 많이 신경 쓰셨고, 연습복이나 농구화 이런 지원 물품들도 최상으로 좋은 것을 선수한테 지급해 달라고 (구단에) 말씀하셨어요. 뭐 그전에도 지원을 안 받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감독님께서 말씀하셔서 조금이라도 더 좋은 걸 저희가 받다보니까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그만큼의 성적으로 보답을 해야 되고 이런 게 있기 때문에.. 그런 게 잘 맞물려서 저희한테 좋은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한국 여자 농구의 전설’ 전주원 코치의 역할도 컸습니다.

박혜진
"전주원 코치님은 아무래도 여자이다 보니까 저희 몸 상태나 이런 것도 더 빨리 캐치하세요. 저희가 정말 몸이 안 좋아서 체력이 떨어진 건지, 아니면 운동을 할 때 100%를 안 쏟아 부어서 그런 걸로 인해서 몸이 둔해진 건지 정말 정확히 아시거든요. 그럴 때는 따로 불러서 이런 부분에는 네가 운동을 100% 쏟아줘야만 경기에 들어가서 이런 동작이 나올 수 있다 이렇게 지적해주세요. 매의 눈으로, 정말 소름끼칠 정도로 저희를 너무 잘 알고 있어서요. 정말 속이기 힘든 것 같아요."

기본부터 변화한 선수들은 한 시즌 만에 달라졌습니다. 만년 최하위 팀은 위 감독 부임 첫 시즌부터 연승을 거듭했고 우승까지 차지했습니다.

박혜진
"막상 시즌을 치르면서 저희가 달라진 모습이 느껴지고 다른 분들이 다  인정해주시니까 ‘아, 우리도 이렇게 운동을 하니까 변할 수 있었구나’ 이런 걸 좀 느끼게 됐던 것 같아요. ‘아, 이것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했구나!’하고 선수들이 다 느낀 것 같아요."

임영희
"저희가 반박을 할 수 없는 부분이 감독님께서 (훈련을) 그렇게 시키고 저희가 소화를 하다 보니까 이렇게 성적이 나고 우승이라는 것을 하는구나 알게 됐어요. 이런 것을 선수들이 알게 되니까 좀 힘들어도 참고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4년 연속 통합 우승에, 올 해도 정규리그 우승. 이제는 훈련량도 조금 줄었지만, 선수들은 더욱 효율적으로 훈련할 수 있게 됐고, 작은 승리에 도취되지도 않았습니다.
임영희 인터뷰
임영희
"똑같이 훈련을 3시간을 하면 다른 팀도 안 힘들지는 않을 거 아니에요? 다른 팀도 힘들고 저희도 힘들 텐데, 힘든 만큼 더 얻어낼 수 있고 좀 더 많이 배워서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박혜진
"연승을 한다고 해서 (들떠서) 운동량이 줄거나 웃으면서 운동하는 이런 분위기가 전혀 아니에요. 1승을 할 때나 1패를 할 때나 분위기나 운동량이 한결같다 보니까 연승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한 경기 (결과)에 너무 좋아하거나 너무 속상해하고 이런 건 진짜 아무도 안 해요. 감독님도 경기에 이겼을 때는 잘못된 부분이나 이런 걸 더 많이 지적하고 혼내시는데요. 오히려 졌을 때는 별 말씀 안하세요. 선수들이 각자 느끼게 바라는 것 같아요."

조직력은 갈수록 좋아지고 있고, 자신감도 배가 됐습니다.

박혜진
"운동량에 대한 믿음이 있는 것 같아요. (운동량이 많다 보니) 체력적인 부분, 그리고 조직력에도 자신이 있어요. 예를 들어서 제가 돌파할 때 지희 언니나 영희 언니가 어디에 있는지 알 것 같아요. 5년째 (반복 훈련을 통해) 계속 호흡을 맞추다 보니까 그런 부분이 다른 팀보다 더 나은 것 같아요."

임영희
"꼴찌였을 때는 항상 시상식이나 이런 데 가면 저희는 다른 팀의 들러리라는 생각이 많았어요. 선수들의 표정도 다 어둡고.. 그런데 우승이라는 것을 하고 성적이 좋다 보니까 이제 어딜 나가도 우승팀 멤버, 우승팀 선수 이런 시선들로 우리를 보니까 ‘아! 우리가 주인공이 됐구나!’ 이런 생각들이 들고 조금 더 자신감 있는 그런 모습들이 나오는 것 같아요."

최단 경기 우승에 최고 승률까지 세웠지만 선수들은 아직 배가 고픕니다. 이제 목표는 5년 연속 통합 우승입니다.

임영희
"저희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건 팬들의 사랑 덕분인 것 같아요. 저희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렇게 좋은 성적을 내는 것 같아요. 이제 챔프전도 있는데 많이 응원해주시면 꼭 통합 우승으로 보답 드리겠습니다."

박혜진
"정규리그 우승 자체도 큰 의미가 있지만 챔프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정규리그 우승하고 챔프전에서 우승을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챔프전까지 잘 마무리 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우승하면 항상 감독님께서 휴가를 많이 주시는데, 이번에도 고생한 만큼 멋지게 마무리 짓고 좀 푹 쉬었으면 좋겠어요."

너무나 압도적인 우리은행 때문에 여자 농구의 재미가 없어졌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우승은 정당한 땀의 대가이고, 프로는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이제 우리은행은 94.28%를 뛰어 넘는 더 높은 승률을 향해, 다른 팀들은 우리은행을 잡기 위해 더욱 열정을 쏟아 붓는다면 농구팬들은 더욱 수준 높은 경기를 즐기게 되고, 한국 여자 농구도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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