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끝장 토론, 다들 동의하신 겁니다"…민주당 토론도 기대

[취재파일] "끝장 토론, 다들 동의하신 겁니다"…민주당 토론도 기대
더불어민주당이 대선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본격적인 ‘토론 대결’에 들어갑니다. CBS가 주관하는 3월 3일 라디오 토론을 시작으로 6일에는 오마이TV의 인터넷 토론이 예고돼 있습니다. 탄핵 심판 결정 전에는 이렇게 2차례 토론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이는 첫 TV토론은 오는 14일에 개최됩니다. SBS를 비롯한 지상파 4사와 YTN의 공동 중계로 전국에 방송됩니다. 탄핵 결정 이후 첫 토론이 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선두와 후발 주자 모두에게 일대 기회이자 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이대로 대세론을 굳힐지, 아니면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이번 토론을 계기로 추격의 발판을 마련할지가 최대 관심사입니다. 또 그 동안 주자들이 자제해왔던 '네거티브' 공세가 다시 등장할지, 문 전 대표의 본선 직행을 막고 결선 투표로 가기 위한 2~3위 주자 사이의 연대전략이 성사될지 등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하지만 정말 관심이 가는 부분은 말 그대로 <토론>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 ‘초(秒)재기’, ‘말 끊기’

지금까지 우리가 봐온 대선 후보 토론은 토론을 빙자한 후보별 자기 PR(Public Relation/홍보)의 자리에 가까웠습니다. 주어진 시간 안에 최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준비된 발언을 쏟아내는 자리에 불과했습니다. 후보자들끼리 서로의 정책과 비전, 도덕성을 검증하기에 지금의 토론 방식은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이른바 ‘토론’이 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이슈라도 시간을 갖고 서로의 의견을 충분히 묻고 따질 수 있어야 하는데 그 자체가 안 됐다는 얘기입니다.

사회자 질문에 맞춰 주어진 시간 안에 답을 하거나 혹은 상호 토론을 하더라도 주제별 혹은 후보별로 할당된 시간이 10분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렇다 보니 관심 있는 주제가 나와도 수박 겉핥기 식 토론에 그치기 일쑤였습니다. 답변이 궁해진 후보는 사회자의 ‘초 재기’, ‘말 끊기’만 적절히 이용하면 얼마든지 난처한 질문을 피해갈 수 있었습니다.

이런 토론 진행은 형평성 원칙에 따라 후보들에게 공평한 발언 기회를 주는 데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정작 유권자들이 후보를 선택하는데 필요한 정보는 주지 못했습니다. 일방적인 공급자 눈높이에 맞춘 것으로 정작 누구를 위해, 왜 토론회를 하는 것인지 생각해보면 무엇이 잘못됐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방송 토론이 보편화된 90년대 이후 지금까지 이런 문화는 ‘공정성’이란 명분 아래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 불꽃 튀는 美 민주당 경선 토론회
美 민주당 경선 토론회
우리 경선 토론과 비교해볼 만한 게 미국 경선 토론입니다. 같은 진보 노선을 표방한다는 점에서 우리 나라 민주당과 미국 민주당 경선 토론을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겁니다. 지난해 미국 대선을 앞두고 열린 미국 민주당 경선은 단연 대세론을 앞세운 힐러리와 선명성을 내세우며 추격전에 나선 샌더스의 대결이었습니다. 지금 우리 나라 민주당 경선 상황과 비교하자면 문재인 전 대표 대세론 대 안희정 지사 혹은 이재명 시장의 추격전 정도가 되겠습니다.

미국 민주당 토론회 모습은 제가 그 동안 봐 왔던 한국의 경선 토론회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우선 ‘초 재기’가 없었습니다. CNN의 간판 앵커인 앤더슨 쿠퍼가 사회자로 나서 토론을 이끌어 가긴 했지만 후보들의 발언 시간을 초 단위로 자르는 식의 진행은 하지 않았습니다. 사회자가 던진 질문을 놓고 후보들이 치열한 토론을 벌였습니다. 토론에 참가한 후보는 모두 5명이었지만 아무래도 힐러리와 샌더스에게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토론도 그 관심에 맞게 진행됐습니다.

주목 받지 못한 다른 후보들에게는 그다지 유쾌한 시간은 아니었을 겁니다. 실제로 한 후보는 자신도 발언을 좀 해야겠다고 대놓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토론에서 주도권을 잡는 건 온전히 후보 자신의 몫이었고 그건 시청자의 관심에 비례했습니다. 공정의 개념을 후보 개개인의 자기 발언 기회에 두느냐, 아니면 유권자의 관심에 두느냐, 그런 차이가 차이라면 차이였습니다.

더 놀라온 것은 토론이 끝난 다음이었습니다. 토론회가 끝나자 뉴욕타임즈에 속보 기사가 떴는데 어떤 후보가 얼만큼의 토론 시간을 장악했느냐가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공정하게 시간 배분하는 게 금과옥조(金科玉條)인 우리나라 토론 문화에서는 생각하기 힘든 기사였습니다. 다른 언론들도 토론을 누가 잘했는가를 놓고 전문가들의 평가를 쏟아냈고 일부 매체는 아예 점수를 매기기도 했습니다. 모든 것을 다 좋게 볼 건 아니지만 분명 눈여겨볼 대목도 있었습니다.

● 끝장 토론 가능할까?

경선 토론을 전제로 한 질문은 아니었지만 과연 끝장토론이 가능한지 확인한 인터뷰가 있었습니다. 2월 5일 방송된 SBS스페셜 <대통령의 탄생>입니다. 선거 토론을 총괄하는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에 끝장 토론이 가능한지 물었습니다. 최영돈 방송토론 팀장은 질문을 받고 살짝 당황한 모습이었습니다.

최 팀장은 “일단은 공정성 시비가 있을 수 있다. 왜냐하면 다른 후보자들의 반발이 심할 수가 있다. 우리나라는 특히 그렇게 (끝장 토론을) 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우리나라의 토론문화가 거기까지 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제도적으로 안될 건 없지만 토론 문화 자체가 아직 이를 수용할 만한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뜻밖의 대답은 후보들에게서 나왔습니다.

제작진이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 이재명 시장, 유승민 의원에게 끝장 토론이 가능한지 묻자 모두 흔쾌히 응하겠다고 답한 겁니다. 특히 대세론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니는, 그래서인지 당내 경선 토론을 앞두고도 토론을 피하는 것 아니냐는 공격을 받아온 문재인 대표도 (인터뷰 자체가 토론 회피 논란 전에 딴 것이기는 합니다) “끝장 토론 또는 치열한 토론,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을 위해서 평가를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문 전 대표의 답변 취지로 볼 때 본선뿐 아니라 경선에서도 끝장 토론에 응할 수 있다는 이야기여서 더욱 관심이 쏠렸습니다. 문 전 대표만 좋다고 한다면 이번 경선 토론에서도 안 지사나 이 시장도 응하지 않을 리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식으로 토론을 진행할지는 사실상 후보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우리도 이번 대선 본선과 경선 토론은 유권자들이 기대하는 그런 토론을 볼 수 있을까요?

자, 이제 앞으로 있을 10번 있을 민주당 경선 토론회부터 지켜볼 차례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