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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냉파'에 '봉투 분리'…'짠테크 시대' 들어선 서민의 삶

[라이프] '냉파'에 '봉투 분리'…'짠테크 시대' 들어선 서민의 삶
물가가 하늘 높을 줄 모르고 가파르게 오릅니다. 지난 1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0%를 기록했습니다. 4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소득은 늘기는커녕 줄고 있습니다. 통계청의 2016년 가계동향에 따르면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국민의 실질 소득은 지난해 0.4% 줄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티끌' 모아 '태산'은 모으지 못하더라도 '언덕'이라도 모아보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아니 '남은 티끌'이라도 만들자는 '타는 목마름'입니다.

오늘 SBS '라이프'에서는 최근 사람들 사이에 번져가는 '극한의 절약법' 이른바 '짠테크(짜다+기술을 뜻하는 테크)'를 살펴봅니다.

짠테크의 기본은 강제 저축

고전적인 짠테크 방식은 강제 저축입니다. 월급이 들어오면 먼저 저축을 하고, 생활비를 더 쥐어짜 추가로 예금하는 겁니다.

주머니에 돈이 들어 있으면 돈을 쓰게 되는 게 사람의 심리니, 처음부터 강제 저축으로 주머니를 아예 비워놓는 것이죠.

하지만 이런 '강제 저축법'에도 여러 방법이 있었습니다. 단순히 월급 들어온 날 무조건 적금에 집어넣는 고전적인 방식이 아니라 약간의(?) 재미도 가미한 방법들입니다.

① 캘린더 머니 저축

'캘린더 머니 저축'은 말 그대로 달력과 연계해 저축하는 방식입니다. 하루 단위로 저축을 늘리는 방식인데요, 해당 날짜에 1,000원을 곱한 금액을 저축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매달 1일에 1천 원으로 시작해, 한 달의 마지막 31일엔 3만 1천 원을 저축하는 겁니다.

한 달에 49만 6천 원, 일 년에 약 5백73만8천 원 정도를 모을 수 있습니다.

'캘린더 머니 저축법'을 고안한 머니앤바디 윤지경 씨는 하루하루 돈을 저축하는 과정에서 저축 습관이 형성되고 일상의 작은 행동에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② 일일 봉투 분리법

한 달 생활비를 미리 정해 놓습니다. 그리고 하루 단위로 이를 쪼갭니다. 이 돈을 봉투에 따로 담아 매일 정해진 액수만큼만 들고 사용하는 겁니다.

하루 쓰고 남은 돈은 다음 날 보태 쓰지 않습니다. 따로 모아놨다가 통장에 저축하는 겁니다.
짠테크의 기본은 강제 저축
③ 냉장고 파먹기

최근 가장 이슈가 되는 짠테크는 '냉장고 파먹기'입니다. 이른바 '냉파'라고도 합니다.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만으로 음식을 해 먹는 겁니다. 새로 장을 보지 않거나 장보기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겁니다.

많은 가정의 냉장고, 특히 냉동고 속에는 얼려놓은 음식이 상당합니다. 설에 남은 떡국 떡이나 만두, 싸게 사겠다며 대량으로 사놓은 생선 같은 것들이죠.

이 음식들을 다 처리할 때까지 장을 보지 않겠다는 의지로 생활비를 줄이는 겁니다.
③ 냉장고 파먹기
④ 인터넷 저금통

출시 5년 된 적금 상품이 느닷없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4% 이자를 주는 상품이기도 하지만 매일 은행으로 가 저축하는 번거로움을 줄여줘 인기라고 합니다.

어떤 상품인가 하면 클릭 한 번으로 저금통에 넣을 수 있는 '인터넷 저금통'입니다.

예를 들어 택시를 타지 않고 지하철을 타서 아꼈다거나, 5천 원짜리 커피를 참고 아꼈다고 하면 그만큼 저금을 하는 겁니다.

자동으로 저금이 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얼마 아꼈다는 기록도 남고, 덤으로 이자 4%까지 붙여서 주니까 짠테크를 하는 사람들에게 최적화된 상품이라는 겁니다.
인터넷 저금통
여기에 이른바 '풍차 돌리기'도 유행입니다. 매달 새로 적금을 들어서 12개의 적금을 운영하는 겁니다. 1년 뒤 매달 적금이 만기 될 때마다 목돈을 만질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고 합니다.

마음까지 얼어붙은 서민…섣부른 대책 '헛웃음' 난다

이런 '짠테크'의 분위기는 얼어붙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보여줍니다. 단순히 지갑만 닫은 게 아니라는 겁니다.

올해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소비자 심리지수는 94.4입니다. 100 이하면 비관적, 100 이상이면 낙관적으로 평가합니다. 1월 93.3보다 1.1 오르기는 했지만 여전히 비관적입니다.

사람들이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하는 겁니다. 몇 포인트가 오르내린 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기준선 100을 한참 못 미치는 비관적인 소비 심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위험한 겁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합리적인 선택으로 소비를 줄일 수 있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총수요가 줄어 경기가 더 악화하는 '절약의 역설'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겁니다.
마음까지 얼어붙은 서민…섣부른 대책 '헛웃음' 난다
(취재: 손승욱 / 기획·구성: 김도균, 송희 / 디자인: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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