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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그림자'에서 '스나이퍼'로…막혔던 수사 뚫었던 장시호

[리포트+] '그림자'에서 '스나이퍼'로…막혔던 수사 뚫었던 장시호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28일로 마무리됐습니다. 특검은 검찰 수사 이상으로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파고들었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의외의 조력자를 얻었습니다. 국정농단 사건의 주요 인물 가운데 한 명이자 최 씨의 조카인 장시호 씨입니다.

자신은 '그림자'였을 뿐이라던 장 씨는 이제 '스나이퍼(저격수)'로 불립니다. 70일 동안의 특검 수사에서 장 씨를 통해 풀린 고리들을 '리포트+'에서 짚어봤습니다.

■ 이모의 배신 뒤 복수 다짐…그림자에서 저격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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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호 씨가 특검의 특급 도우미가 된 데는 두 가지 계기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나는 최순실의 진술입니다. 최순실은 친언니이자 장 씨의 어머니인 최순득 씨의 부탁을 뒤로하고,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가 장 씨의 것이라고 진술한 겁니다.

말기 암 환자인 최순득 씨가 검찰에 출두해 최순실 씨 앞에서 무릎을 꿇고 "내 딸만은 살려 달라"며 눈물로 부탁했지만, 최순실 씨는 동계센터의 책임을 장 씨에게 미룬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에 장 씨는 강한 배신감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른 하나는 검찰의 설득입니다. 아들과 엄마를 생각하라는 말에 장 씨의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거짓말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장 씨는 비밀을 풀어놓기 시작했습니다.

특검은 장 씨를 가장 많이 소환해 묻고 확인했습니다. 64일 동안 18번, 즉 3.5일에 한 번꼴로 특검에 나와 결정적인 도움을 줬습니다.

■ 이모를 겨눈 다섯 발…드러난 진실

저격수가 된 장 씨는 크게 다섯 차례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최 씨에게는 '치명타'가 된 다섯 가지 사항을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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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최순실의 두 번째 태블릿PC

내부고발자가 된 장 씨의 역할이 언론에 처음 공개된 것은 지난달 10일. 특검이 "최 씨가 사용했던 제2의 태블릿PC를 장 씨 측이 제출했다"고 밝힌 겁니다.

장 씨가 제출한 태블릿PC는 최 씨가 지난 2015년 7월에서 11월 사용했던 것입니다. 최순실-정유라 모녀에 대한 삼성의 승마 지원을 뒷받침하는 핵심 증거입니다. 이 증거로 '태블릿PC 조작 논란'과 '사용할 줄도 모른다'던 최 씨의 주장은 힘을 잃었습니다.

② 최순실의 미얀마 K타운 프로젝트 의혹

장 씨는 '미얀마 K타운 프로젝트'의 진상도 털어놨습니다. 최순실은 우리 정부가 미얀마에 지원하기로 했던 공적 개발원조, ODA 사업 예산을 노렸습니다.

정부는 미얀마에 한류 붐을 일으키겠다며 지난해 8월, 760억 원을 투입하는 'K타운 프로젝트'를 추진했습니다. 미얀마가 토지를 제공하면 컨벤션 센터를 무상 원조로 지어주고, 한류 기업들을 입점시키는 사업이었습니다.

최 씨는 당시 미얀마에서 사업을 벌이던 A 씨와 짜고, A 씨의 회사를 K타운 프로젝트의 대행사로 선정하기로 한 뒤, 지분의 상당량을 넘겨받은 것으로 특검 수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A 씨의 회사를 통해 원조금을 빼먹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겁니다. 최 씨는 이때 회사 지분을 장 씨의 명의로 받았습니다.

특검은 한 공증 사무실에서 관련 계약서를 입수했습니다. 이것도 장 씨의 동의가 있어 가능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③ 최순실의 대여금고

장 씨는 최 씨의 차명 대여금고를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최 씨가 변호사에게 돈을 맡겼고 비밀 금고도 가지고 있었다는 겁니다. 이를 통해 특검은 최 씨의 은닉재산 2억 원을 찾을 수 있었다고 전해졌습니다.

④ 최순실이 민정수석실로 보낸 인사청탁 파일

특검은 이철성 경찰청장, 우리은행장, KT&G 사장 등 3명의 인사청탁이 의심되는 인사 관련 문서를 확보했습니다. 특검은 최 씨가 이 문서를 청와대 민정수석실로 보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 문서가 밝혀지는데도 장 씨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장 씨는 과거 최 씨의 에르메스 가방에서 인사 파일을 찾아 사진으로 찍었고, 이를 특검에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장 씨는 당시 자료 위에 붙은 '민정수석실'이라고 적인 접착형 메모지를 봤다고도 진술했습니다. 이 사진들은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 증거물로 제출되기도 했습니다.

⑤ 최순실이 전화한 차명 휴대전화의 번호

지난달 초 장 씨는 한 차명 휴대전화 번호 뒷자리를 기억해 특검에 알려줬습니다. 박 대통령이 최 씨와 통화하며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차명 전화의 번호입니다.

특검은 이 번호를 토대로 최 씨와 박 대통령 사이의 잦은 통화가 있었던 것으로 밝혔습니다. 지난해 4월 18일부터 10월 26일까지 총 570회 통화했다는 사실과 전화의 발신지가 모두 청와대 경내였다는 게 드러났습니다.

■ 장시호도 주범…국정농단 일당의 '자중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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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장 씨가 특검에 사건의 실체를 가려낼 핵심 증거들을 제공하면서 특검의 '복덩이'가 됐다는 평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장 씨가 국정농단 사건으로 져야 할 책임은 결코 가벼울 수 없습니다. 아무리 '최 씨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더라도 말입니다.

장 씨는 현재 스포츠계 인맥을 이용해 평창 동계올림픽 관련 각종 이권을 챙긴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상태입니다.

(기획, 구성 : 김도균, 정윤교 / 디자인 :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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