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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X 피습 생존자의 증언…"가슴과 폐가 타들어 가는 느낌"

VX 피습 생존자의 증언…"가슴과 폐가 타들어 가는 느낌"
'눈앞이 캄캄해지고 가슴과 폐가 타들어 가는 듯한 기분. 온몸에 땀이 솟고 피부에 불이 붙는 것 같았다.'

20여 년 전 일본 종교단체 옴진리교 신도로부터 신경성 독성물질 VX 공격을 받았다가 혼수상태 끝에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피해자는 VX 중독 증상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지난 13일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김정남이 VX 공격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는 말레이시아 당국의 발표가 나온 가운데 78살 나가오카 히로유키는 24일 NHK 방송,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1995년 경험했던 VX 노출 증상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그는 당시 도쿄에서 거리를 걷던 중 옴진리교 신도가 뒤에서 뿌린 VX에 노출됐습니다.

나가오카는 "처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몰랐다"며 피습 이후에도 새해 인사 편지를 부치고 집까지 걸어갔다고 전했습니다.

30분 정도 지나 집에 도착했을 때 모든 것이 이상할 정도로 캄캄하다고 느끼기 시작한 것이 첫 증상이었습니다.

VX가 신경계를 교란하면서 동공이 수축하자 주변이 어두워져 보인 겁니다.

곧이어 가슴과 폐가 타는 듯이 뜨거워졌고 그 기분이 전신으로 번지면서 온몸에서 땀이 솟았다고 나가오카는 전했습니다.

나가오카는 방바닥에 쓰러져 불에 타는 듯한 피부를 긁어댔고 고통 속에 몸을 비틀고 구르다가 곧 정신을 잃은 뒤 무려 2주가 지나서야 구사일생으로 깨어났습니다.

그나마 옴진리교 신자가 뿌린 VX가 대부분 피부가 아닌 외투 옷깃 아래쪽에 묻었고, 그가 이송된 병원에 사린가스 공격을 받은 피해자를 치료해 본 의료진이 있어서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던 덕이었습니다.

김정남도 피습을 받은 후 두통과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도움을 청해 공항 내 치료소로 옮겨졌고, 발작증세도 보이다가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에 숨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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