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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정신 기리는 건 좋지만…근거 없는 '윤동주 마케팅'

<앵커>

윤동주 시인 탄생 100주년을 맞아, 올해는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그의 삶과 작품을 되돌아보는 건 좋지만, 연고가 없는 지자체들까지 너도나도 '윤동주'라는 이름을 남용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류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은평구가 짓고 있는 가칭 '신사동 공공도서관'입니다.

구청은 이 도서관 명칭에 '윤동주 시인'의 이름을 넣으려 추진 중입니다.

근처 숭실중학교가 시인 윤동주가 다녔던 숭실학교의 후신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하지만 숭실학교는 시인이 다녔던 1935년엔 평양에 있었고 이후 서울 성동구, 용산구를 거쳐 40년 뒤에야 은평구로 옮겨왔습니다.

유족들은 "관련성이 없다"며 시인의 이름을 빼달라 요청했지만, 구청은 유족을 설득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은평구청 담당자 : (다른 문학인을 넣어도 되는데, 왜 꼭 윤동주 시인을….) 그건 제가 답변을 드리기가. 계속 (유족과) 협의를 통해서 가는 쪽으로 설득하고자 (합니다.)]

종로구의 '윤동주 시인의 언덕'도 마찬가지입니다.

연희 전문학교 재학 시절, 시인이 누상동 하숙집에 석 달 가까이 머물렀는데 가까운 이곳 언덕에 올라 시상을 가다듬었을 것이라는 게 구청의 주장입니다.

학자들은 하지만, "기록에 없고 당시엔 지금처럼 길이 없었다"고 말합니다.

[민윤기/서울시인협회장 : 인왕산을 산책했다는 말은 있지만 (당시엔) 여기 올라올 수 있는 지형이 아니었으니까 (여기서) 시를 짓고 서울 시내를 봤다는 것은 상당히 확대된 해석이죠.]

[유성호/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 말하자면, 너무 유추가 지나쳤다. 전혀 윤동주의 흔적이나 향기가 없는 곳에서 윤동주를 소비하는 것은 삼가는 게 좋겠습니다.]

지자체들이 뚜렷한 근거 없이 추진하는 사업들을 신중하게 조율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영상취재 : 유동혁, 이병주, 신동환, 영상편집 : 최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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