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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호의시사전망대] 외국계 은행, 계좌유지 수수료를 받는다고?

대담 : 이인철 한국경제TV 기자

▷ 박진호/사회자:

경제브리핑 한국경제TV 이인철 기자 나와 계십니다. 안녕하세요.

▶ 이인철 한국경제TV 기자:

안녕하세요.

▷ 박진호/사회자:

다음 달부터 외국계 은행들이 계좌 유지 수수료를 받는다는데. 이게 무슨 말입니까?

▶ 이인철 한국경제TV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시티은행인데요. 다음달 8일부터 계좌유지 수수료를 도입합니다. 계좌유지 수수료라는 게 무엇이냐면, 은행에 가서 입출금통장을 만듭니다. 이 때 입출금통장을 새로 가입하는 고객에 대해서는 평균 거래 잔액을 따집니다. 1,000만 원 미만의 잔액이 쌓였다. 이럴 경우에 월 5,000원씩 수수료를 떼가겠다는 겁니다. 

물론 예외도 있습니다. 19세 미만이라던가, 60세 이상이라던가, 장애인, 수수료 부과 대상이 아닌 사람도 있지만. 기억해야 될 것이 시티은행은 미국계 은행입니다. 미국은 사실 계좌유지 수수료를 진작부터 내고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은행에 계좌를 튼다. 계좌를 갖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 사람은 신용이 보장됐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그 계좌를 만든 고객이 아무리 금융 사고를 낸다 하더라도 은행이 책임을 지는 구조입니다. 그러니까 한국 유학생이 돈을 많이 가지고 가서 미국 은행 가서 계좌 만들어달라고 해서 미국 은행에서 오케이 하느냐. 절대 안 해줍니다. 미국 내 확실한 보증인이 있어야 하고요. 그리고 미국 내 안정적 일자리가 있는지 여부를 따집니다. 대신에 수시입출금 통장을 만들면 사실 한국과는 다르게 미국은 개인 수표, 개인 당좌 수표를 발행해 줍니다. 퍼스널 체크라고 하는데요. 그래서 미국인들은 신용카드보다도 개인 수표를 더 많이 사용합니다. 이 얘기는 미국 은행에서 신용을 보증했다는 의미이고 예를 들어서 소비자들이 마트에 가서 물건을 살 때, 계산할 때, 그리고 주유할 때 카드보다도 개인 수표를 더 많이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면 은행이 내 연동된 계좌에서 돈을 인출해서 그 업체에 갚는 방식입니다. 한 마디로 고객을 위해서 은행이 무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이런 계좌 유지 수수료가 가능한 겁니다.

▷ 박진호/사회자:

미국과 말씀하신 대로 현실이 다르고. 지금 우리 경제 상식대로라면 은행에 돈을 맡기면 은행이 좋은 것으로 생각하게 돼왔는데. 국내 은행들도 이런 수수료, 특히 창구 수수료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은행이 있다죠.

▶ 이인철 한국경제TV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시티은행이 계좌 유지 수수료를 도입한다고 하니 이번에는 국내 최대 은행이죠. KB국민은행이 창구 거래 수수료를 부과하겠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창구 거래 수수료라는 게 무엇이냐. 고객이 창구를 방문해서 입출금과 같은 거래를 하게 되면 그 때 수수료를 매기겠다는 것입니다. 시티은행의 계좌 유지 수수료와는 조금 차이가 있는데요. 계좌 유지 수수료라는 것은 온오프라인 상관없이 은행 잔고가 일정 수준 이하이면 일괄적으로 매달 수수료를 걷는 방식이라면. 창구 거래 수수료라는 것은 은행 거래 잔액과 상관없이 창구를 방문해서 입출금 거래든 여러 가지 복합적인 서류를 떼든. 이럴 경우에는 수수료를 물리겠다는 것입니다. 인터넷, 모바일 뱅킹, 단순히 할 수 있는 것을 영업점을 찾아서, 오프라인점을 찾아서 하는 고객에 대해서 매기는 일종의 서비스 요금인데요. 

이렇게 되면 사실 국민은행의 고객수가 3천만 명이 넘습니다. 그러니까 거의 우리나라 성인 모두가 국민은행에 계좌 하나 정도는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요. 그리고 창구 거래 수수료를 최저 1,000원 단위로만 부과한다고 하더라도 그 수익은 엄청납니다. 그리고 창구 거래라는 게 주로 모바일이나 온라인에 조금 익숙지 않은 노인, 고령층이라는 점에서 반발이 큽니다.

▷ 박진호/사회자:

수수료를 부과하는 은행을 이탈하는 고객들도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드는데요. 어떻게 보세요?

▶ 이인철 한국경제TV 기자:

그렇습니다. 은행이 너무 많다보니까 경쟁적으로 사실 지난해, 지지난해부터는 수수료를 도입하면서 좁혀왔는데요. 만에 하나 이처럼 오프라인 창구를 방문할 때마다 거래하는 고객에게 수수료를 부과한다면. 분명히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 수수료가 부담입니다. 그렇게 되면 다른 은행으로 빠져나갈 개연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은행이라는 점에서 1위 은행, 3천만 고객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리스크를 피한다 하더라도 수수료를 부과하면 더 이익이라는 겁니다.

▷ 박진호/사회자:

다른 은행들도 따라서 수수료를 부과할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이고요.

▶ 이인철 한국경제TV 기자:

그렇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이렇게 은행들이 수수료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뭡니까?

▶ 이인철 한국경제TV 기자: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이냐. 사실 지금과 같은 저금리가 은행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동안은 사실 국내 은행들은 땅 짚고 헤엄치는 영업 방식이었죠. 국내 소비자가 맡긴 돈을 가지고 돈놀이 하는 겁니다. 예금 이자는 쥐꼬리만큼 주고 주로 대출 놀이를 하는 겁니다. 특히나 주택담보대출이 얼마나 많이 늘었습니까. 그러다보니까 예대마진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줄어드니까 가능하면 고객들에게 수수료를 부과하자는 건데요. 이런 굉장히 빈약한, 이런 것을 기본적으로. 예대마진이 줄어드니까 비대면 거래가 90%인 상황에서 예전과 같은 운영 방식은 지속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에 이처럼 수수료를 높이고 있는 상황인데요. 실제 국내 은행들이 영업이익에서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만 80%가 넘습니다. 일본이나 미국, 유럽과 같은 선진국 같은 경우에 이런 비이자이익 비중은 30% 정도인데요.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영업 구조가 다르다는 겁니다. 그래서 은행들은 사실 지난해부터 꾸준히 수수료를 인상해 왔는데요. 최근 3년 동안 시중 은행들이 수수료 올린 건수를 봤더니 전세자금대출 중도상환 수수료 등 80건이 넘습니다. 이런 것을 새로 만들어낸 겁니다. 그래서 은행들은 비대면 거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저금리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 오프라인 창구를 점진적으로 없애겠다. 그러면서 비용을 줄이고 오프라인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이득을 챙기고 있다는 겁니다.

▷ 박진호/사회자:

이게 고객들 모르게 슬금슬금 오르는 수수료가 꽤 있는 것 같은데. 이게 피해의식인지 모르겠는데. 실제로 외국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우리나라 은행들 수수료와 비교하면요.

▶ 이인철 한국경제TV 기자:

그러니까 지금 국내 은행들이 내세우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해외-국내 은행들 수수료를 비교해보면 현저하게 우리나라가 낮다는 겁니다. 사실 단순 금액만 비교하면 맞는 말입니다. 금융연구원의 연구를 보게 되면 창구에서 송금수수료의 경우에는 국내 은행의 경우에는 최저 500원에서 3,000원을 받는다면. 미국은 약 40,000원 정도를 받고요. 영국은 36,000원. 그러니까 우리나라가 1/10 수준도 안 된다는 겁니다. 일본과 비교해도 우리가 절반 이하로 수수료를 매기고 있다는 건데요. 물론 국내 은행이 수수료 측면에서 단순 비교하면 싼 게 맞습니다. 그건 그러나 은행들이 출혈 경쟁하면서 고객들로 하여금 은행 고객 서비스가 수수료를 무료로 하는 것들이 많다 보니까 은행이 자초한 측면도 많다는 겁니다. 

그리고 또 하나가 국내 은행과 외국 은행과의 서비스의 질과 다양성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는데요. 사실 국내 은행은 외환위기 거치면서 대부분 공적 자금이 투입됐습니다. 구조조정으로 성공했는데요. 그리고 은행업은 정부의 허가로 진입장벽도 굉장히 높잖습니까. 더군다나 공공성이 있기 때문에. 공공성 제약 하에서 너무 수수료를 위하는, 상업성을 추구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만만치가 않은데요. 또 하나가 수수료 인상 전에 비용 절감 노력을 얼마나 했는지 여부를 따져볼 필요가 있는데. 은행원은 사실 차장 이상이면 억대 연봉자입니다. 지난해 은행원의 33%가 1억 원 이상 연봉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억대 연봉자 비중이 전 업종 가운데 은행이 가장 높다는 겁니다. 생산성은 우리나라 은행이 가장 낮고, 연봉은 높고. 은행이 이런 수수료를 인상하기 전에 왜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이 필요한지를 꼭 되새겨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 박진호/사회자:

이인철 기자 말씀하신 대로 외국, 특히 미국이나 영국과 우리나라 은행 시스템이 많이 다르고 서비스 면에서도 차이가 있고. 이 문제도 그렇지만 지금 우리나라 은행들 불황 속에도 순이익이 사상 최대라고 하는데. 말씀하신 대로 비용 절감 노력은 없고. 수수료만 더 받겠다. 이것 좀 국민들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은데요.

▶ 이인철 한국경제TV 기자:

맞습니다. 시중 4대 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을 봤더니 5조 5천억 원을 넘어섰는데요. 이 저금리 속에 예대마진 줄어들었다고 하더라도 이처럼 은행 수익이 급증한 것은 주택 대출 증가 때문입니다. 사실 담보대출, 가계대출의 1/3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이런 저금리 속에 일종의 박리다매 효과가 나타난 셈인데요. 여전히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의 영업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더 큰 문제는 은행의 예대마진에서 생긴 수입 공백을 각종 수수료로 벌충하고 있다는 건데요. 이처럼 은행이 수수료 인상 카드를 꺼낸 것은 금융 당국 탓도 있습니다. 금융 당국은 2015년부터 은행 자율적으로 수수료를 자율화해라. 그리고 사실상 인상을 용인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사실 수수료 올린만큼 서비스의 질이 개선되었느냐. 오히려 고객의 신뢰를 저버리고 있다는 겁니다. 국내 은행도 외국 은행처럼 비이자 수익 비중을 높여야 합니다. 외국 은행 같은 경우에는 유가증권투자, 그 다음에 외환파생상품 운용, 자산관리, M&A 컨설팅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수익을 걷어 들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굉장히 덩치는 커졌습니다. 자산만 많지 이런 자산을 활용한 부가가치사업,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이고요. 그래서 해외 진출이나 경영 혁신을 통해서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고 대고객 서비스 품질을 더 높이는 고민도 함께 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은행에 돈 맡기면 은행이 고마워하던 시대. 완전히 지났군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 이인철 한국경제TV 기자:

네. 감사합니다.

▷ 박진호/사회자:

지금까지 한국경제TV 이인철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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