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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인명진-김무성 '설전'…두 얼굴의 '야누스'

'탄핵 결정의 날' 다가오자 '책임론' 공방…보수 '두 얼굴' 적통 경쟁

[취재파일] 인명진-김무성 '설전'…두 얼굴의 '야누스'
● 인명진-김무성 ‘설전’…두 얼굴의 ‘야누스’

야누스,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문(門)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의 양면을 보여주듯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죠. 흔히 사람들에게 '야누스'라고 하면, 두 얼굴을 지닌 사람, 즉 이중적인 사람을 뜻합니다.

자유한국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과 바른정당 김무성 고문이 최근 '야누스' 설전을 벌였습니다. 다시 말해, 서로가 서로에게 '두 얼굴'이라고 지적한 거죠. 보수의 '두 얼굴'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그리고 각 정당의 대표급 인물들 간의 ‘두 얼굴’ 설전은 왜 벌어졌을까요?

● 인명진 위원장, 서청원 의원과 ‘할복’ 설전 이어 ‘설전 2라운드’
서청원 의원, 인명진 비대위원장 그래픽
인명진 위원장은 지난달에도 한 차례 설전을 벌였던 적이 있습니다. 바로 친박계 맏형격인 서청원 의원과의 '할복' 논란이었죠.

인 위원장이 서 의원을 포함한 핵심 친박을 향해 '대통령이 탄핵 됐는데, 일본 같으면 할복해야 마땅하다"라고 말하면서 논란이 됐죠. 서 의원은 '거짓말쟁이 성직자', '죽음 강요하는 성직자'라며 맞섰고, 일주일 넘게 입씨름이 벌어졌습니다.

결과는 인 위원장이 새로운 윤리위를 구성해 서 의원의 당원권을 3년간 정지하는 징계 조치를 내리면서 사실상 인 위원장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설전 1라운드’는 그렇게 일단락됐습니다.

‘설전 2라운드’도 지난 21일 인명진 비대위원장의 입에서 다시 한번 비롯됐습니다. 인 위원장이 인천시당 당원 연수에 참석해 바른정당 의원들을 향해 작심 비판을 늘어놓은 겁니다. 인 위원장의 당시 발언입니다.

"당이 이렇게 어려울 때 당을 버리고 나가는 것은 인간으로서 도리가 아니라고 본다."
"정치라는 건 사람이 하는 건데, 사람이 된 다음 정치를 해야 정치가 바로 되는 것이다."
"인간의 도리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나가서 무슨 정치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당이 힘들 때 탈당한 바른정당 소속 의원들을 겨냥한 비난입니다. 특히, '사람이 된 다음 정치를 해야 한다', '인간의 도리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무슨 정치냐'라며 원색적인 표현으로 공격에 나섰습니다.

● 김무성 “당 떠나라고 했던 사람이 인명진…인명진은 ‘야누스의 얼굴’”
김무성 '신당 창당 고민
하루 뒤, 바른정당 회의에서 김무성 의원이 공개 발언을 자청하고 반격에 나섰습니다. 김 의원은 최순실 사태 초기에 당을 떠나라고 부추긴 사람이 인명진 목사였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의원 발언입니다.

“인명진 목사가 정치권에 와서 하나님 말씀을 전해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기존 정치권보다 더 저급하고 날 선 독설을 쏟아내고 있다.”
“인명진 목사는 최순실 사태 초기 저와 가까운 지인들에게 ‘당장 탈당하라’고 얘기한 분”
“두 얼굴의 인명진 목사는 야누스의 얼굴. 성직자 이름 더럽히지 말고, 교회로 돌아가라”


여기서 ‘야누스’가 등장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당을 떠나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탄핵을 외면하고, 박근혜 대통령을 보호하려는 거냐는 지적입니다. 최순실 사태 초기와 탄핵 심판 초읽기에서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 인 위원장을, ‘두 얼굴’ 야누스에 빗대 꼬집은 겁니다.

● 인명진 “박 대통령 ‘천사’라던 김무성은 ‘나쁜 야누스’” vs 김무성 “참는 데도 한계가 있다”
인명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공방은 말의 꼬리를 물며 이어졌습니다. 인명진 위원장은 야누스라는 지적에 “대꾸할 가치도 없다.” 라면서도, 김무성 의원을 향해 “과거에 박 대통령을 보고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라고 해놓고선 배신했다. 좋게 변한 나는 ‘좋은 야누스’, 잘못되게 변한 사람은 ‘나쁜 야누스’”라며 김 의원의 비난을 그대로 되갚았습니다. 성직자의 이름을 더럽히지 말라는 지적엔, “정치인 이름도 더럽히면 안 된다. 정치도 똑같다. 정치 잘해야지”라며 복수했습니다.

김무성 의원도 물러나지 않았죠. “인명진 목사가 그동안 너무 심했다. 참는 데도 한계가 있다.”며 인 위원장이 참을 수 없는 발언을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 ‘탄핵 결정의 날’ 다가오자 ‘책임론’ 공방…보수 ‘두 얼굴’ 적통 경쟁

인명진 위원장과 김무성 의원의 날 선 비판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심판 D-day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죠. 헌법재판소의 최종 변론 일이 오는 27일로 확정되면서, 사실상 탄핵 심판 결과가 다음 달 10일 전후로 발표될 것이란 이야기가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옵니다. 결국, 두 당이 탄핵 D-day가 다가오자,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의 파장, 보수민심 요동 등 탄핵 심판 이후의 후폭풍에 촉각을 세운 겁니다. 두 당은 탄핵의 책임을 거론하며 ‘보수 적통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사실상 탄핵 반대, 탄핵 기각을 외치고 있습니다. 태극기집회에는 대선 주자들도 참여하고 있죠. 그런 면에서 인 위원장의 첫 공격은 바로 ‘박 대통령을 버린 바른정당은 ‘배신자’, 박 대통령을 지키고 새롭게 태어난 자유한국당은 ‘보수 적통’’임을 강조한 겁니다.

반면, 바른정당은 탄핵 주도 세력들이 만든 정당입니다. 김무성 의원을 비롯해 30여 명의 의원들이 ‘대통령 탄핵’을 외치며 당시 새누리당을 떠나서 만든 당이 바로 바른정당입니다. 그러니 탄핵의 정당성을 확보해야겠죠. 김 의원이 ‘인명진 목사도 원래는 탈당, 탄핵을 지지했다’라고 말한 부분이 그것입니다. 지금은 태극기집회에 눈치를 보고 있지만, 보수의 정의는 탄핵이라는 거죠.

● 홍준표 경남지사 “부부싸움 중…이혼한 것은 아니다”
홍준표 경남지사 캡쳐 800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보수 적통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중재에 나선 사람이 있습니다. 최근 ‘성완종 리스트’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기사회생한 홍준표 경남지사입니다. 홍 지사는 무죄 판결에 힘입어 대선 출마를 고심 중인데, 출마 파트너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사이에서 저울질 중이죠. 그렇다 보니, 어느 한쪽 편을 들기보다 둘 모두의 손을 잡은 겁니다.

“부부싸움 별거할 때 얼마나 혹독하게 상대방을 욕질을 하냐.”
“별거하는 데 뭐 상대방 욕하는 거야 당연한 것이지. 아직 이혼한 것은 아니다.”


인명진, 김무성 두 사람의 싸움이 부부싸움이란 겁니다. 보수라는 가족 안에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내부 갈등을 벌이고 있다는 거죠. 이혼하지 않았다는 것은 보수 아래 다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걸 뜻합니다. 홍 지사는 “두 당 모두 우파 동지”라고 표현했습니다. 홍 지사는 지금은 물고 뜯고 싸우더라도, 결국 대선 후보가 결정되면, 보수라는 이름 아래 통합하게 될 것이라면서, 통합시점까지도 예측했습니다.

‘설전 제2라운드’의 결과는 아마도 탄핵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겁니다. 탄핵이 인용되느냐, 기각되느냐에 따라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가운데 보수 적통이 누구인지 판가름 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홍 지사의 말처럼 결국 대선을 앞두고 보수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뭉칠 수도 있습니다. 탄핵이 대통령의 숨통을 좌지우지할 뿐 아니라, 보수의 운명도 좌지우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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