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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 스브스] 오리 묻힌 땅 몇 년 뒤 가보니…끔찍한 고통 고스란히

이번 겨울에도 AI와 구제역이 발생해 많은 축산농가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7년 전에도 정말 최악의 상황으로 전국에 수많은 가축이 매립됐었죠. 아픔이 묻힌 이 땅을 찾아간 사진작가가 있습니다.

2010년 구제역과 AI에 감염된 가축들이 땅에 파묻혔습니다. 당시 이 장면을 봤던 사진작가 문선희 씨는 마치 동물이 살려달라 울부짖는 것 같이 느껴져 마음이 아팠다고요.

시간이 지나고 매립지가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했던 그녀는 무작정 오리가 묻힌 한 농가를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썩은 냄새가 진동했고 땅은 기괴한 색으로 변해있었습니다.

그 현장을 사진에 담았는데 이렇게 자정 능력을 잃어서 새하얀 눈처럼 곰팡이가 피어나고 그 속에 간혹 새싹이 돋아나 힘겹게 생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기괴한 땅을 보며 그녀는 공범이란 생각이 들었고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다른 매몰지를 찾아 떠났습니다. 그렇게 100곳을 목표로 1년 정도 전국을 돌아다니며 목격한 땅의 모습을 렌즈에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현장을 직접 보며 죄책감이 든 선희 씨는 다른 사람들과 이 장면을 공유하겠다는 생각에 제사를 지내는 마음으로 한 사찰 옆의 미술관에 사진을 전시했습니다.

끔찍한 실상을 본 관람객들에게 비난받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모두 인간으로서 "부끄럽다. 충격적이다."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살처분의 고통을 직접 겪었던 한 가족이 찾아와서 그녀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대신해줘서 고맙다고 말이죠.

누군가에겐 이미 잊힌 기억일 수 있지만, 아직도 땅은 그날의 아픔과 슬픔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 우리가 묻어버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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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엔 1만여 개의 기업들이 밀집해 한국의 실리콘 밸리로 성장해 가고 있습니다.

또 금천패션타운은 아웃렛의 메카로 불리며 값싸고 품질 좋은 옷들이 많아서 정말 많은 분들이 찾고 있는데요, 이 외에도 자랑할 게 많은 금천구지만, 딱 하나 없는 게 있습니다. 바로 소방서입니다.

서울 25개 구 가운데 금천구에만 소방서가 없습니다. 시흥대로에서 버스와 승용차가 부딪쳐 교통사고가 발생한 날 구급차가 도착했는데, 차엔 구로소방서라고 적혀 있었죠.

금천구엔 구로 소방서 소속 119안전센터 두 곳만 있고 이곳엔 소방차 2대와 구급차 1대뿐입니다. 금천구에 큰불이 나거나 사고가 나면 추가 지원 차량이 구로구에서 출발을 해야 해 대응이 느릴 수밖에 없습니다.

또 최근엔 차량정체가 심해져서 금천구까지 도착하는데 시간도 꽤 걸린다고요. 이에 금천구민들은 안전 차별을 받고 있다며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금천구청과 소방재난본부가 금천구에 소방서를 건립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소방서 부지 근처 주민들이 사이렌 소리가 시끄러워서 집값에 영향을 끼칠 것이 우려해 반대하고 나섰는데요, 금천구민 95%는 소방서 건립에 찬성했기 때문에 부지 주변 주민과 타협점을 찾아서 건립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금천구에 인구는 23만 명입니다. 사고가 생겨서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은 없어야겠죠. 어느 곳이든 안전하게 살 권리는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

▶ 금천구라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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