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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손에 독 묻혔는데 용의자 '멀쩡'…독극물 종류는

<앵커>

안정식 북한전문 기자, 조동찬 의학전문 기자와 함께 이 문제 좀 더 다뤄보겠습니다. 먼저 조 기자, 독극물을 맨손에 묻혀 다뤘으면, 맨손에 독극물이 묻은 베트남 여성은 왜 괜찮은 거죠?

<조동찬 기자>

오늘(22일) 북한 대사관도 그런 점을 들어서 김정남의 사인은 따로 있다, 여성 용의자가 장난친 것뿐이니까 빨리 석방하라고 주장했죠.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CCTV 영상을 보면 베트남 여성이 김정남의 눈 부위를 손으로 감쌉니다.

김정남도 눈 주위를 손으로 비비는 시늉을 했습니다.

눈 안쪽 점막은 손 피부와는 구조가 달라서 약물이 쉽게 투과할 수 있습니다.

독감 바이러스도 손 피부는 못 뚫지만, 눈 점막으로는 침투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스프레이도 아니고 독침도 아니고 문지른 거다, 독극물의 종류가 좀 좁혀질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조동찬 기자>

그동안 전문가들이 추정해왔던 독극물이 세 가지 정도 있었는데, 보툴리눔, Vx가스, 리신이었습니다.

그런데 Vx 가스와 리신은 도저히 맨손으로 다루기는 어렵다고 말합니다.

최소한 헝겊이나 종이라도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유일하게 맨손으로 다룰 수 있는 게 보툴리눔입니다.

액체 상태고 정상적인 피부를 뚫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손에 오래 묻어 있으면 기화되는 공기를 맡아서 범인이 스스로 해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에 급하게 손을 씻은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래서 빨리 화장실에 가서 씻은 것이겠군요. 자, 안정식 기자, 북한 대사관의 2등 서기관이 연루됐다고 말레이 경찰이 발표를 한건데, 이 정도면 북한 정권의 조직적인 개입이다, 이렇게 거의 확신해도 되지 않겠어요?

<안정식 기자>

2등 서기관이면 국내 직급으로 따지면 5급 사무관인데 어쨌든 공무원이 개입을 했다하면, 국가의 조직적인 범죄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사실 사흘 전에 말레이시아 경찰이 북한 국적 용의자들을 대거 공개하지 않았습니까?

사실 그때에도 정권의 조직적인 범죄다, 이렇게 보는 데 큰 무리는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이라는 나라는 민간 영역이라는 게 없는 나라입니다.

일반적인 국가는 자국민이 범죄에 연루가 됐어도, 조직폭력배가 한 거다, 정부하고는 관계가 없다, 이런 논리가 가능한데, 북한에서는 정권이 연루되지 않고 이런 조직적인 행동이 불가능하거든요.

하지만 어쨌든 북한의 외교관까지 개입한 것이 사실이라면 북한이 변명하기는 더 어려워졌습니다.

<앵커>

어쨌든 북한에서 여권을 받아서 밖에 나와서 해외에서 활동할 수 있다고 하면 어쨌든 정부와는 연관이 없다고 보기에는 어렵겠죠. 그런데, 외교관, 2등 서기관은 외교관이잖아요. 보통 외교관 면책 특권이라는 게 있으면 처벌할 수가 없는 거 아닌가요?

<안정식 기자>

말씀하신 대로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처벌이 어렵습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북한 외교관 실명까지 거론한 걸 보면 혐의가 특정됐다, 그만큼 자신 있다, 이런 걸로 볼 수 있는데, 말레이시아 정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는 추방밖에 없습니다.

북한이 협조를 안 하면 별수가 없거든요. 일반적인 경우에 외교관이 타국에서 범죄를 저지르면 보통 자국으로 돌아와서 자국에서 벌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이번에 이 2등 서기관이 북한으로 돌아갔다고 했을 때 북한에서 처벌을 받을까요?

안 받겠죠.

<앵커>

외교관 추방뿐만이 아니라 지금 말레이 정부 입장 흘러나오는 이야기들 들어보면 북한하고 단교까지 검토할 수 있다 이런 이야기까지 나오더라고요?

<안정식 기자>

그렇습니다.

지금 말레이시아와 북한이 서로 비난하는 국면으로 가면서 상황이 안 좋아지고 있는데요, 말레이시아 총리 얘기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나집 라작(말레이시아 총리) : 북한 대사의 발언은 굉장히 부적절했고 외교적으로도 무례했습니다.]

말레이시아 총리는 단계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했는데, 대사 소환에 이어서 무비자 협정 무효화 등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단교는 최후의 조치이기 때문에 쉽게 쓰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북한이 어느 정도 선만 지켜주면 적당하게 상황을 관리하려 할 것 같은데, 다만, 북한이 이번 주처럼 계속 엇나가 버리면 말레이시아 국민 여론이 나빠질 것이기 때문에 단교 카드까지 테이블에 오를 수는 있어 보입니다.

<앵커>

대사가 기습적으로 기자회견을 해서 자기 주장만 하고, 이런 것들 말하는 거죠? 마지막으로 조동찬 기자, 보통 부검을 하면 결과가 금방 나오는 것으로 아는데, 부검한 지 꽤 오래됐는데 아직도 결과가 안 나오고 있어요?

<조동찬 기자>

독극물이 검출돼야 사인을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보툴리눔을 포함해서 여러 독극물들 중에 극미량으로 사람을 해쳤을 경우에는 사실상 검출해내기가 불가능합니다.

다만, 암살자들이 살인 확률을 높이기 위해 아주 많은 양을 사용해왔는데, 그럴 경우 정밀 검사를 통해 밝혀낼 수도 있습니다. 

<앵커>

아직까지는 독극물이 잘 검출이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는 거군요. 조동찬 기자, 안정식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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