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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편의점 심야 영업 금지'에서 드러난 우리 정치의 민낯

[리포트+] '편의점 심야 영업 금지'에서 드러난 우리 정치의 민낯
편의점 하면 뭐가 제일 먼저 떠오르세요?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24시간 영업 즉, 온종일 문을 여는 가게라고 떠올리시는 분 많으실 텐데요. 그런데 최근 편의점 업주들이 화들짝 놀랄만한 일이 있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편의점 심야 영업 금지 방안'을 내놓은 겁니다. 인명진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골목 상권 보호 및 활성화 대책으로 편의점 심야 영업 금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방안은 불과 5일 만에 백지화됐습니다.

■ 편의점 심야 영업 금지가 뭐기에?

지난 16일, 인명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은 골목상권 보호 및 활성화 대책으로 '편의점 심야 영업 금지'와 '전통시장 지원', '복합 쇼핑몰 의무 휴일 규제'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인명진 /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대기업 가맹사업의 과도한 영업행위를 제한하려고 합니다. 현재 24시간 영업 원칙을 심야영업 금지, 자정에서 오전 6시까지 원칙으로 개정하여 가맹점주의 근로여건도 개선할 것입니다."
골목상권 보호 대책
편의점 심야 영업 금지는 자정부터 오전 6시 사이 영업을 금지해 '24시간 영업' 원칙을 깨고, 가맹점주의 근로여건을 개선하는 방침입니다.

또한, 인 위원장은 편의점 영업 거리에 제한을 두는 방안을 검토해 과도한 밀집을 방지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전통시장에는 1조 7400억 원을 투입하고, 대형마트 뿐 아니라 복합 쇼핑몰도 월 2회 의무휴일 규제 대상에 포함 시켜 골목상권을 활성화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 이미 2년 전에 만들어진 법?

편의점 심야 영업 금지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인명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의 기자 간담회 이후, 편의점 주인들과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졌습니다.

편의점 업계 측은 '밤에 다른 곳은 문 여는 데가 없는데 편의점 문만 닫으면, 주변 상권이 살아나는 거냐?'라며 반발했습니다.

소비자들은 '밤에 급할 때 필요한 물건 살 권리도 있는 건데, 그걸 왜 법으로 또 막겠다는 거냐?'며 거세게 비판했죠. 그런데 인 위원장이 내놓은 방안이 '이미 법안으로 시행 중인 내용'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이미 법안?
이미 2천여 개의 편의점이 심야 영업을 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된 겁니다.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2014년부터 부당한 24시간 영업을 강요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습니다.

법안에 따라 이전 6개월간 심야 영업(오전 1시~6시) 수익이 영업비용에 미치지 못할 경우, 가맹점주가 심야 영업을 중단할 수 있습니다.

■ 본질적인 문제 외면한 정치권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자 이현재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편의점 심야 영업 금지 방안은 일부 문제가 되는 편의점만 제한하는 것으로 영업이 잘되는 편의점까지 제한하는 정책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심야 영업 금지 법안이 마련돼 있지만, 편의점 표준 가맹 계약서는 24시간 의무화가 명시돼 있어 '을'의 입장인 가맹점주가 대응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는 겁니다.
본질적인 문제는?
하지만, 업계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편의점 업계의 본질적인 문제는 '24시간 영업'이 아니라, 3만 개가 넘는 '점포 수의 포화 상태'라는 게 업계 측의 입장입니다.

정치권이 본질적인 문제 해결은 외면한 채 선거를 앞두고 법안 만들기에만 급급하다는 비판까지 나오자, 자유한국당은 편의점 심야 영업 금지 방안을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겁니다.

■ 선거 앞둔 '표심 잡기' 법안?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유통 업계 규제 관련 개정안만 20여 개에 달합니다.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에서도 각종 '유통 규제 법안'을 발의한 상태입니다.

편의점 심야 영업 금지와 같은 유통 규제 법안이 왜 갑자기 우후죽순 나오고 있는 걸까요?

선거철이 되면, 각 당과 후보들은 표심을 얻기 위해 서민들에게 솔깃해 보이는 공약을 남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 발의된 각종 유통 규제 법안도 수백만 명에 이르는 자영업자의 표심을 잡기 위한 전형적인 '표퓰리즘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으로 조기 대선 가능성이 언급되는 상황에서 현실은 고려하지 않고, 표심을 확보하기 위해 급하게 내놓은 정책들이라는 겁니다.
[SBS 김범주 기자]
“마트, 백화점, 슈퍼 매주 문 닫고, 편의점 밤에 문 닫아서 전통시장이나 일반 자영업자들이 돈을 더 벌게 되는 게 맞다면, 이건 당연히 해야 될 정책이겠죠.

그런데 문제는 그런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 엄밀한 분석 같은 건 안 하고 그냥 바로 정책을 발표한다는 겁니다.
 
반대로 이러면 소비가 더 줄어드는 건 아닌가, 그리고 일반 소비자들의 쇼핑할 권리는 어떻게 할 건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얘기가 없습니다.
 
결국은 이게 선거용이다. 이런 지적들이 있는데, 그런 점에서는 선거하고 나서 좀 더 면밀하게 조사하고 분석해서 추진하는 게 잡음을 줄이는 길이 아닌가 싶습니다."
(취재: 김범주 / 기획·구성: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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