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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OOO이 대통령되면 나라가 망한다?…가짜뉴스가 통하는 이유

[취재파일] OOO이 대통령되면 나라가 망한다?…가짜뉴스가 통하는 이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세월호 선박회사의 자문변호사였다’
‘중국이 민주당 의원들을 매수했고, 촛불집회에 6만 명의 중국인 유학생을 동원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사실로 믿고 있는 두 가지 가짜 뉴스입니다. 탄핵심판 관련한 내용이 주를 이루던 가짜뉴스는 최근 조기 대선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대선 주자를 흠집 내는 방향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특히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높은 야권 주자들을 겨냥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지요. 이미 꽤나 사실인양 퍼져 있어서 '이걸 믿는 사람이 있을까'하고 우습게 넘기기 어렵습니다. 실제 문재인 전 대표와 세월호를 검색하면 세월호 자문변호사가 연관 검색어로 나옵니다. 중국과 민주당을 검색해도 의원들이 매수됐다는 내용과 함께 촛불집회에 중국인 유학생이 동원됐다는 글들을 볼 수 있을 정도지요.

● 가짜 뉴스가 통하는 이유

가짜 뉴스가 통하는 첫 번째 이유는 말 그대로 ‘그럴싸하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세월호 자문변호사라는 가짜 뉴스는 문 전 대표가 숨진 유병언 회장의 채권 확보 책임자였던 사실을 왜곡해 표현한 겁니다. 문 전 대표는 세월호 사고가 있기 14년 전 유 회장에게 돈을 떼인 회사의 파산 관재인으로 일을 했습니다. 유 회장의 반대편에서 일한 것인데 가짜 뉴스는 악의적으로 사실을 뒤집어서 표현한 것이지요. 아예 없던 일을 지어낸 게 아니라 일부 사실을 비틀어 표현했기 때문에 쉽게 가짜란 걸 알아차리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친박 단체 게시판을 떠돌고 있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글도 비슷합니다. 보수 논객의 칼럼으로 소개된 글에선 황교안 대행의 국정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여론조사 결과 40%를 언급하며 지지율이 크게 오르고 있다고 썼습니다. 하지만 이 글에 쓰인 2월 둘째 주 한국갤럽의 실제 여론조사 결과는 국정 수행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49%로 긍정 평가보다 오히려 높았습니다. 자기 입맛에 맞는 일부 사실만 골라 교묘히 왜곡한 것인데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 퍼졌습니다.

근거 없는 비약과 허위가 섞인 수준 낮은 가짜 뉴스가 무섭게 퍼져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지지율이 크게 오르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에 대한 가짜 뉴스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안 지사의 동성애에 대한 입장 때문에 ‘그가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은 에이즈 공화국이 된다’는 허무맹랑한 기사가 돌고 있는 것입니다.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하면 ‘OOO이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 망한다’, ‘OOO은 하늘이 택했다’는 등의 개인의 저주나 바람이 담긴 가짜 뉴스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으로 이런 수준 낮은 기사가 널리 퍼지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탄핵심판이 진행되면서 기각이냐 인용이냐를 놓고 사회가 둘로 쪼개져 갈등과 분노가 커지고 있는데 이런 확증편향도 더 강화되고 있습니다.

●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가짜 뉴스에 대응하려면 누가 만드는 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일단 그리 어렵지 않게 옳고 그름을 분별할 수 있는 가짜 뉴스가 있습니다. 매체 이름부터 공신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죠. 태극기 집회 때 호외 형식으로 발행돼 논란이 된 매체들이 대표적입니다. 현행 신문법은 자체 생산하는 기사 비율이 30%만 넘으면 등록을 통해 언론 활동을 할 수 있게 합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출판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별다른 조건을 두지 않고 있는 것이지요. 실제 이들 매체들도 인터넷 언론으로 등록돼 있긴 합니다만 공신력을 가진 협회에는 가입돼 있지 않습니다. 이들 매체들은 이름부터가 낯설고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막무가내 의혹 제기나 저주에 가까운 비난이 실려 있어 신뢰도는 그리 높지 않습니다. 유튜브나 팟캐스트 등을 통해 인터넷 언론으로 등록조차 하지 않고 마치 언론인양 뉴스를 내보내는 곳도 있는데 이들 역시 상식 수준에서 가짜 뉴스를 분별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문제는 주요 매체들을 통해 퍼지는 가짜 뉴스입니다. 글의 처음에 썼던 두 가짜 뉴스는 모두 유력 언론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지난 2015년 한 언론은 문재인 전 대표가 유병언 회장의 파산관재인이었다는 내용을 다루며 이상한 주장을 했습니다. 당시 유 회장 재산에 대한 환수 조치가 제대로 안 돼 14년 뒤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입니다. 비약에 가까운 이 주장은 최근에도 친박단체 게시판에 문 전 대표가 세월호 자문변호사란 가짜 뉴스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쓰이고 있습니다. ‘촛불집회에 6만 명의 중국인 유학생이 동원됐다’는 확인되지 않은 의혹도 한 언론사 기자의 블로그로부터 시작됐는데 여기에 중국이 민주당 의원들을 매수했다는 거짓이 더해져 가짜 뉴스로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지요.

옥스포드 사전은 지난해를 대표하는 단어로 ‘포스트 트루스(Post-truth)’를 선정했습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을 예로 들며, 사실이나 진실보다 감정에 호소하는 게 더 잘 통하는 현상을 설명한 것입니다. 포스트 트루스는 가짜 뉴스가 횡행하는 2017년 우리의 현재를 설명하는데도 적절합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포스트 트루스 시대를 만든 데 대한 언론의 책임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언론의 의무를 동시에 지적합니다. 확인이 덜 된 정보, 근거가 부족한 의혹들을 쏟아내며 사회의 불신을 키운 언론의 잘못을 분명히 꼬집으면서도 이제라도 언론이 무엇이 거짓인지 밝히는 일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짜 뉴스를 가려내는 게 큰 사명이 됐다는 것입니다. 사실 외면의 시대, 더 반성해야 할 사람은 가짜 뉴스를 만드는 이보다는 저를 비롯한 기존 언론인들이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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