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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지문에서 타액까지…'김정남 피살'로 주목받는 세계의 첩보전

[리포트+] 지문에서 타액까지…'김정남 피살'로 주목받는 세계의 첩보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공항에서 지난 13일 살해된 김정남은 피살 당시 '김철'이라는 가명의 북한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습니다. 국내 언론은 물론 외신도 그의 피살 소식을 긴급 타전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정부나 북한의 언론은 침묵했습니다.

그렇다면 '김철'이란 이름의 피살당한 남성이 사실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라는 사실은 어떻게 밝혀진 걸까요?

김정남의 신원 확인 과정에 우리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우리 정보 당국이 말레이시아 측에 김정남의 지문(指紋) 정보를 제공하면서 김철이란 사망자의 실제 신원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늘(20일) '리포트+'에서는 국가 정보기관들의 국경을 아우르는 비밀스러운 첩보 활동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 김정남 지문 가진 국정원?

국정원은 김정남의 지문 이외에 김정남이 사용 중이었던 가명 여권 정보도 이미 입수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정원은 김정남뿐만 아니라 김정남과 본처 사이의 아들인 김금솔과 둘째 부인 사이의 아들인 김한솔 등의 생체 정보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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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입국한 적이 없는 김정남의 지문을 국정원은 언제, 어떤 방법으로 확보한 걸까요?

지난 2001년 5월, 김정남은 도미니카 위조 여권으로 일본에 불법 입국하려다가 체포당했습니다. 당시 김정남은 일본 이바라키현 불법 입국자 수용 시설에서 본처인 신정희, 아들 김금솔과 함께 머물렀습니다.

이때 일본 당국에서 김정남과 그 일가의 생체 정보를 채취해 우리나라에 공유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구금 시설에서는 머리카락, 지문 등의 생체 정보를 수집하는 일이 비교적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해외에서 생활한 것으로 알려진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이나 김정은 위원장의 친형인 김정철의 생체 정보도 국정원이 이미 수집했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미국, 러시아 등도 북한의 급변 사태에 대비해 김정은 위원장 일가의 생체 정보 확보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지문에서 타액, 심지어 배설물까지

지난 2010년, 내부고발 인터넷 언론매체로 알려진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전문(電文)은 전 세계를 발칵 뒤집었습니다.

위키리크스는 3년간 미국 국무부가 전 세계 270개 해외 공관과 주고받은 외교 전문 25만여 건을 공개했는데, 미국 당국이 각국 지도자의 DNA, 머리카락, 타액, 지문, 홍채 정보는 물론 배설물 수집까지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전문에는 미 국무부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 유엔 핵심 관계자들의 인적사항과 신용카드 번호, 계좌번호, 이메일 주소, 자주 사용하는 항공편까지 모두 확보했다고 쓰여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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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관련한 다소 놀라운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김정일이 중국을 방문했는데, 중국 당국에 생체 정보나 건강 상태가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대소변을 수거해 북한으로 가져갔다는 겁니다.

2011년, 미국의 한 방송사는 미국 정보기관인 중앙정보국(CIA)에 각국 지도자들의 건강과 정신 상태를 분석하는 '의료심리분석실'이 따로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 미국 외교관은 스파이가 아니다?

미국에는 중앙정보국(CIA)을 비롯해 국가정보국(DNI), 국가안보국(NSA), 연방수사국(FBI) 등 17개의 정보기관이 있습니다. 2015년 기준, 정보기관의 예산은 668억 달러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큽니다.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기관이 다양하기 때문일까요?

미국은 정보기관의 활동이 폭로돼 논란에 휩싸인 사례가 많았습니다.

지난 2008년에는 루마니아, 헝가리, 슬로베니아의 지도자와 차세대 리더, 그들의 조언자에 대한 생체 정보 및 건강 상태, 부패혐의, 치명적 약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라는 미 당국의 지시가 발견됐습니다.

2009년에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자국 외교관에게 내린 비밀지령에는 북한 고위 외교관의 생체정보를 수집하라는 지시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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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영국의 대표 일간지 가디언은, CIA의 '휴민트 매니저(manager of Humint)'가 1년에 한 번씩 정보 수집 대상자 목록을 작성해 유엔 본부 및 각국에 파견된 미국 외교관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Human(사람)과 Intelligence(정보)의 합성어인 휴민트(Humint)는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얻은 인적 정보를 의미합니다. 휴민트 매니저는 9ㆍ11테러 이후 정보 수집 강화를 위해 2005년 부시 행정부 때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미 당국은 '미국 외교관은 스파이가 아니다'라며 적극 해명했지만, 비판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습니다.

■ 사생활도 노리는 러시아 연방보안국

러시아의 국가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은 사생활 정보를 수집하는 것으로 각국 지도자들에게 악명이 높습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3년 모스크바에서 매춘 여성들과 음란 파티를 벌였다는 이른바 ‘트럼프 X파일’이 논란이 됐는데, 이 파일의 출처가 러시아 FSB이라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11일, 당선 이후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적극 부인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트럼프 X파일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트럼프 X파일의 배후로 러시아 FSB이 꼽힌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소련 시절 국가보안위원회(KGB)의 후신인 FSB 등 러시아 정보기관들은 '콤프로마트(kompromat)'라는 수법을 자주 사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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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프로마트는 도청장치, 몰래카메라 등을 동원해 유명 정치인이나 기업인들이 매춘 여성과 함께 있는 장면을 촬영한 뒤, 협박을 가하는 정보기관의 공작을 말합니다.

지난 2009년 8월에는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의 서기관과 영국 대사관의 부영사가 러시아 매춘 여성들과 성관계를 맺은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됐습니다.

당시 동영상에 등장한 매춘 여성들이 신분을 가장한 러시아 정보 요원들로 밝혀지면서, 일부 외신들은 동영상의 배후로 FSB을 지목했습니다.

(기획·구성: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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