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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감독 김태윤 - 스크린으로 풀어낸 '약촌오거리 사건'

<앵커>

6년간의 기나긴 진실 공방 끝에 지난 연말 무죄 판결을 받은 일명 '약촌 오거리 택시기사 피살 사건'이 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목격자에서 살인자로 누명을 쓴 청년과 진실을 쫓으려는 변호사의 진심을 담은 영화 '재심'인데요, 이 영화를 연출한 김태윤 감독 오늘 초대석으로 모셨습니다.

감독님, 어서 오십시오. 어제 개봉을 했는데 영화 감독들은 대개 작품을 관객들에게 내놓는 그날이 제일 긴장되는 날이겠죠. 잠을 제대로 못 주무셨다고요.

[김태윤/감독 : 네, 저도 어제 밤새 뒤척이다가 예매율도 확인 해 보고, 관객 수도 확인 해 보고 그랬습니다.]

개봉 첫날인데 자료를 보니 예매율 1위를 차지했더라고요.

[김태윤/감독 : 깜짝 놀랐어요. 저희 같은 경우는 이 영화를 개봉할 수 있을지조차 걱정할 정도로 제작 과정 자체가 어려웠기 때문에 굉장히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영화 '재심'의 모티브가 된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은 시사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소개가 됐었는데, 이 사건이 방송을 통해 광범위하게 알려지기 전부터 준비를 하셨다고요.

[김태윤/감독 : '그것이 알고싶다'를 보고 영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아요. 그렇지 않고 저희가 박준영 변호사를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그것이 알고싶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분들이 알게 되신 거죠.]

처음에 이 사건을 영화로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받으셨을 때는 어떠셨어요, 사실 성공 가능성이 확 보이는 소재가 아닌 것 같은데요.

[김태윤/감독 : 처음에는 거절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저한테 박준영 변호사를 소개시켜 주신 분이 SBS 이대호 기자님인데, 지금은 없어진 프로그램인 '현장 21'에서 사연을 보고 나서 한 번 더 해 보자라고 해서 용기를 내게 됐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재심 사건에 대해 사법부의 판단이 무죄라는 판결이 나지도 않았고, 진범이 잡히지 않은 상황이었고. 결론이 나지 않은 이야기를 영화로 만드는 데는 부담도 많으셨을 것 같아요.

[김태윤/감독 : 무죄 판결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이야기를 어떻게 끌고 나갈지가 관건이었어요. 그래서 재심 판정을 받아내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영화로 만들자 해서 자신만을 알고 살던 변호사가 이 사건의 누명을 쓴 최 군을 만나서 재심 전문 변호사로 재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휴먼드라마입니다.]

가상의 만들어진 스토리가 아니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기 때문에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이 더 어렵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김태윤/감독 : 일반적인 극 영화와 다르게 고려해야 하는 부분들이 많더라고요. 제가 몇 가지 원칙을 세웠는데, 이 영화가 만들어진 다음에 실제 주인공들에게 불이익이 가거가 안 좋은 이미지가 가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이 있고요. 그 다음에 실화를 바탕으로 하되 실화를 해치지 않는 방향에서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과정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영화 속에서 억울한 누명을 쓴 청년 현우 역에 배우 강하늘 씨가 캐스팅 됐고, 변호사 준영 역에는 정우 씨가 캐스팅 됐는데, 두 배우는 어떤 점 때문에 캐스팅 됐나요.

[김태윤/감독 : 먼저 이 영화의 시작을 여는 변호사가 정의롭거나 멋있는 변호사가 아니라 원래 박준영 변호사의 성격에서 따온 캐릭터인데, 굉장히 자기만 알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변호사입니다.]

박 변호사가 지난해에 저희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본인 스스로 그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김태윤/감독 : 자신은 남의 불행을 이용해서 유명해지고 싶었던 그런 변호사였다고 이야기하는데, 그런 연기를 하면서도 밉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해서 친근감을 연기할 수 있고 마지막에 가서는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를 찾다 보니 정우 씨에게 시나리오를 드리게 됐고요.]

강하늘 씨의 눈빛에 굉장히 악한 느낌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셨던데, 그게 어떤 면인가요?

[김태윤/감독 : 감독들이 약간 변태 같은 면이 있어요. 동주에서의 깨끗한 모습을 보니까 저는 욕심이 저 깨끗한 이미지에서 다른 모습을 끄집어내보면 어떨까 했고…실제로 하늘 씨가 가만히 있으면 눈빛이 선한 느낌이 또 있어요, 배우로서 좋은 얼굴이죠, 여러 배역을 할 수 있는. 하늘 씨가 기존까지 안 해 봤던 연기를 한 번 해 봤으면 좋겠다고 해서 연기 주문을 했었죠.]

흔쾌히 하겠다고 하시던가요?

[김태윤/감독 :  하늘 씨가 '그것이 알고싶다' 팬이에요. 그래서 이 사건을 너무 잘 알고 있었고, 이 사건을 영화화한다고 하니 흔쾌히 허락했습니다.]

정우 씨와 강하늘 씨는 이 영화가 두 번째 같이 하는 작품이라면서요, 평소에도 굉장히 친한 사이라던데 영화를 찍으면서 너무 친해서 NG가 난다던가 재밌는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데요.

[김태윤/감독 : 영화에서 클라이막스 씬 중 두 캐릭터가 강하게 부딪히는 장면이 있어요. 분노 때문에 흥분한 하늘 씨를 정우 씨가 뺨을 때리는 장면이 있는데 NG를 20번 가까이 냈어요. 그런데 하늘 씨가 뺨을 맞으면서도 전혀 내색하지 않고 정우 씨도 미안해하면서도 연기를 위해 때리는 모습을 봤을 때 서로 상호간의 신뢰가 없으면 어쩌면 만들어질 수 없던 장면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영화가 완성된 후에도 그 장면을 보고 많은 분들이 대단한 연기력을 보여줬다고 칭찬을 많이 해주셨어요.]

김 감독님이 그 동안 해 오신 영화를 보면 '또 하나의 약속', 그 전에 데뷔작인 '잔혹한 출근'도 그렇고 어떻게 보면 상당히 메시지가 묵직해요, 다시 또 무거운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 '재심'을 만드셨는데,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이것만큼은 놓치지 않고 봐 주셨으면 하는 부분이 있나요?

[김태윤/감독 : 이런 종류의 영화라고 해서 감독의 메시지가 담기면 관객들이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최대한 그런 것에서 벗어나서 어쨌거나 영화라는 것이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만큼 영화를 재밌게 보시고. 저나 배우, 스텝들이 이 영화를 만들면서 생각했던 거는 한국 사회에서 벌어진 실화를 모티브로로 영화를 만들었지만 이런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는 사회에서 살고 싶어서 이런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때보다 정의가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대입니다. 이 영화를 통해서 다시 한 번 우리 사회의 정의를 바로 세우고 사법 체계를 가다듬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좋은 작품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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