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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인공강우로 미세먼지 씻어낸다?

[취재파일] 인공강우로 미세먼지 씻어낸다?
인공강우로 미세먼지 씻어낸다?

경기도는 어제(2월 14일)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대책의 하나로 올해 3차례에 걸쳐 서해안 지역에서 인공강우 실험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만간 인공강우에 사용할 다목적 항공기가 도입될 경우 이르면 5월, 늦어도 10월에는 인공강우 실험을 한다는 계획이다. 도는 한 차례 실험에 2천 500만 원 정도가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인공강우는 비구름은 있지만 비를 만드는 씨앗(응결핵)이 부족해 비가 내리지 않거나 비가 적게 내릴 경우 항공기나 로켓으로 비의 씨앗 역할을 할 수 있는 요오드화은이나 드라이아이스 등을 구름 위에 뿌려 비를 더 내리게 하는 것을 말한다. 강수량을 당초 예상보다 늘인다는 뜻에서 ‘인공강우’라는 말보다는 ‘인공증우’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인공강우에 관한 한 중국이 우리나라보다 한 수 위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중국에서는 항공기와 로켓 수백~수천 발을 발사해 비를 더 내리게 했다는 보도가 여러 차례 나왔다. 비구름에 씨앗을 과다하게 많이 뿌리면 물방울이 더 잘게 쪼개지면서 비가 내리지 않거나 구름을 소산시킬 수도 있는데 중국은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기간에 이 같은 방법으로 비구름을 소산시켜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국내에서도 오래전부터 인공강우에 대한 연구가 있었지만 실제 가뭄 해갈을 시도한 것은 지난 1995년이다. 당시 원하는 비가 내리지는 않았지만 추풍령 지상실험에서 요오드화은을 태워 연기를 상공으로 올린 적이 있다.

이후 기상청의 인공강우 실험 결과를 보면 기상청은 2008년부터 2016년까지 하층에 구름(층운이나 층적운)이 덮여 있는 겨울철, 즉 인공강우 실험 조건을 만족하는 날에 모두 32차례의 항공실험을 실시해 41%가 성공했고 성공한 경우는 당초 예보보다 1.0cm의 눈이 더 내리는 효과를 얻었다. 2006년부터 2016년까지 겨울철에 총 140차례 실시한 지상실험에서는 32%가 성공했고 성공한 경우 0.5cm의 눈이 더 내리는 효과가 있었다고 기상청은 밝히고 있다. 눈을 비로 환산할 경우 항공기로 비구름의 씨앗을 뿌릴 경우 성공하면 1mm의 비를 더 내리게 하는 효과가 있고 지상에서 요오드화은을 태워 올릴 때는 0.5mm의 비를 더 내리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여기저기에서 인공강우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지만 인공강우로 미세먼지를 깨끗하게 씻어냈다는 소식은 좀처럼 들려오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우선 미세먼지가 지독한 날이 어떤 날인지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먹구름이 끼고 비바람이 부는 날은 일반적으로 미세먼지가 많지 않다. 눈이 내리고 찬바람이 쌩쌩 부는 날도 미세먼지는 많지 않다. 미세먼지가 지독한 날은 대부분 바람이 약하거나 불지 않고 아침에 안개가 짙게 끼는 날이다. 보통 우리나라가 고기압의 중심에 들면서 대기가 전반적으로 안정되고 먼지 확산이 제대로 되지 않고 쌓이는 날이다. 이럴 때 중국발 미세먼지까지 날아오는 날에는 말 그대로 지독한 고농도 미세먼지가 나타난다.

그런데 아침에 안개 낀 날은 맑다는 말이 있다. 안개가 걷히면 하늘은 맑다는 뜻이다. 비를 뿌릴만한 구름이 없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지독한 미세먼지가 나타나는 날은 하늘에 구름이 없는 날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인공강우는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푸른 하늘에 비를 만드는 씨앗을 뿌려 비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비를 창조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비가 오려고 하지만 비를 만드는 씨앗이 부족해 비가 내리지 않거나 비가 적게 내릴 경우 씨앗을 뿌려줘 강수량을 늘리는 것이다. 미세먼지가 지독할 때의 기상 상황과 비구름이 많아 인공강우에 적합할 때의 기상 상황은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일반적으로는 동시에 나타날 수 없다는 뜻이다. 물론 먹구름이 낀 날도 미세먼지가 일부 있을 수 있는 만큼 그때 인공강우 실험을 할 수도 있지 않느냐 주장을 할 수는 있다.

오죽 답답하고 골치 아프면 인공강우를 해서라도 미세먼지를 제거하려고 했겠느냐 만은 인공강우 조건이 맞아 실험이 성공을 한다고 하더라도 기상청의 실험 결과를 보면 성공률은 30~40%에 불과하다. 성공해도 늘어나는 비의 양은 0.5mm ~ 1mm에 불과하다. 시쳇말로 태평양에 돛단배 하나 지나간다고 해서 흔적이나 남겠는가? 중국 대륙 전체에 지독하게 나타나는 스모그를 비행기 몇 번 지나가고 로켓 쏜다고 미세먼지가 사라지겠는가? 실제로 인공강우에 여러 차례 성공했다고 야단법석을 떨었던 중국도 지금까지 인공강우로 미세먼지를 씻어냈다는 자랑은 하지 않고 있다. 씻어 낼 수 있다면 그 지독한 미세먼지를 지금도 그대로 마시고 있겠는가?

미세먼지를 씻어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과 정책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대책을 내와야 하는 것은 맞다. 답답한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 인공강우 실험도 매우 중요하다. 당연히 꾸준히 해야 한다. 하지만 인공강우로 당장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는 것은 인공강우의 기본 원리나 현재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나가도 너무 많이 나간 것이다. 기본 원리에 대한 문제인 만큼 기술이 발달한다고 당장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난 1995년 정부는 극심한 가뭄을 인공강우로 해결하겠다는 발표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인공강우 실험에서 비는 한 방울도 떨어지지 않았다. 국민을 상대로 희망 고문만 한 꼴이 됐다. 이번에는 인공강우로 미세먼지를 해결해 보겠다는 정책이 나왔다. 정말 인공강우로 미세먼지를 씻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인공강우에 대한 이론과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로 미뤄볼 때 인공강우로 미세먼지를 씻어낼 수 있을지 없을지 예측하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다. 인공강우라는 말이 국민에게 잠시 희망을 줄 수 있는 것처럼 보일지는 모르지만 극심한 가뭄 해갈에서 골치 아픈 미세먼지 해결로 이어지는 정책이 이솝우화의 ‘양치기 소년’을 따라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오늘 아침도 바람이 없고 곳곳에 안개가 끼어 있다. 경기북부와 강원영서 등 중부와 경북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예보가 나와 있다. 하지만 다목적 항공기가 있어도 빗방울의 씨앗인 요오드화은이나 드라이아이스가 아무리 많아도 인공강우를 시도할 수 없다. 기본 전제 조건인 비구름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도 하늘은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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