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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입시 제도 개선, 대선 주자들을 믿을 수 있을까?

[칼럼] 입시 제도 개선, 대선 주자들을 믿을 수 있을까?
긴 겨울방학이 이제 2주 정도 있으면 끝난다. 아이들이 방학이면 엄마는 개학이라고 한다. 방학이 되면 엄마들은 하루 세끼 챙겨 먹이고, 극성 엄마들은 도시락까지 싸서 학원에 데려다 주고 데리고 오는 생활이 시작된다. 아이들의 방학이 엄마에게는 개학인 셈이다.

그러니 방학이 가까워지면 엄마들은 골치가 지끈지끈할 수밖에...... 워킹맘들은 방학을 앞두면 더 골치가 아프다. 방학과 동시에 결식 아동이 되는 아이들을 어떻게 챙겨 먹이고 어떻게 계획을 짜서 방치되지 않도록 할까? 하는 고민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방학이 되면 워킹맘은 더욱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아이들과 어울려 놀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어울려 놀 아이들이 다 학원에 있다. 그렇지 않으면 PC방으로 빠지기 십상이다. 몇 년 전 겨울 방학을 앞두고 고민고민하던 나는 중학생이던 아이를 영어캠프에 보내면서 한시름을 덜었다.

4주 과정으로 비용은 만만치 않았지만 프로그램도 괜찮았다. 영어 공부와 토론, 진로 관련 특강을 비롯한 각종 특강에, 체육 활동까지 하는 내용들이었다. 영어 테스트를 해서 수준별로 반편성을 한다니 제 능력에 맞는 반에 들어가서 하다오면 되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비싸긴 했지만 어차피 한 달 동안 식비와 학원비등을 계산해보면 해볼 만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기에, 특목고에서 주최하는 캠프이니만큼 학교에 관한 오리엔테이션이 될 수도 있고, 그걸 기회로 아이가 이 학교에 가고 싶다는 동기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기대도 했다. 아이는 대만족이었다. 방학만 되면 혼자서 밥 먹고 혼자서 학원 다니다가, 룸메이트와 같이 공부하고 자고, 친구들과 같이 식당에서 밥 먹고, 체육 활동까지 하면서, 전화하는 목소리는 항상 밝았다. 그리고 내 계획대로(?) 그 고등학교에 가고 싶다는 목표까지 챙겨 캠프를 나왔다.

최근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 없는 세상>이 특목, 자사고에서 운영하는 영어캠프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3개 학교가 명목상 영어 캠프라고 하면서 해당학교 입시를 준비할 수 있는 예비과정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수학, 과학 등 교과 과목은 물론 자기소개서 첨삭, 소논문 교육까지 고등학교, 대학교 입시에 대비하는 내용으로 짜여있다는 것이다.

몇 년 전 우리 아이가 캠프에 갈 때와 좀 달라진 부분도 있는 듯하다. 왜 달라졌을까? 이유는 분명하다. 캠프 비용을 내는 엄마들이 원하는 쪽으로 커리큘럼을 바꾼 거다. 입시가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한 살이라도 빨리 입시 준비에 들어가야 하고, 그래서 사교육을 시작하는 나이도 앞당겨지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해 보면 이해가 된다. 입시 준비에 몰두해야 할 방학 한 달 동안 여유 있게 영어 배우고, 체육 활동하고 진로 관련 특강 듣고 그런 한가한(?) 캠프는 엄마들에게 인기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대 연구팀은 EBS와 수능 시험을 연계한 정부 정책이 학생들을 수동적 학습자로 만든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EBS와 수능시험 연계는 사교육비를 줄이고, 사교육 받기 힘든 저소득층에게 유용하도록 만든 정책이다. EBS 교재와 인터넷 방송을 통해서 누구나 많은 돈 들이지 않고 접근할 수 있다는 취지다. 하지만 수능시험이 결국 객관식 문제풀이다 보니 죽어라고 문제 푸는 훈련만 할 수 밖에 없고, 고 3이 문제 푸는 기계가 된다는 거다.

그럴 수밖에 없다. 한 문제 틀리면 대학이 달라지는데 기계적으로 풀고 또 풀어서 하나라도 안틀려야 하는 거다. 이러니 학생들이 무슨 창의성이 생기고 비판적 사고가 생길 수 있을까?
입시 상담
지금의 입시 제도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들 한마디씩 한다. 입시 제도가 문제라는 것도 다들 인식하고 있다. “다시 본고사를 부활해야 한다.”  “입학사정관제니 뭐니 해서 괜히 어렵게 하지 말고 시험 봐서 점수대로 대학가자.” 는 등 처방도 가지각색이다.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면서 대선 주자들도 교육 공약들을 내놓고 있다.

안철수 대표는 학제를 개편하겠다고 하고, 문재인 대표는 고교, 대학 서열을 없애겠다고 하고, 남경필 지사는 사교육을 금지시키겠다고 한다. 실현 가능성을 떠나 대선 주자들에게 묻고 싶다. 왜 입시가 이렇게 치열해졌는지는 알고 있는지?

어디에서건 경쟁이 치열해지는 이유는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입시의 경우 대학을 가려는 사람은 갈수록 늘고 있는데 가고 싶은 대학은 정해져 있고, 그나마 대학원 중심제, 수도권 인구 제한 등으로 그 ‘가고 싶은 대학’의  정원은 줄었다.

저출산으로 아이들 숫자는 줄어 집집마다 한명 겨우 있는 자녀. 아이가 둘도 아니고 하나인데 있는 돈, 노력 다해서 입시에 몰두할 수밖에. 게다가 요즘은 해외 대학도 점점 안가는 추세이고 보니 국내대학 입시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입시 제도를 어떻게 바꾼다고 해도 사교육 업체들은 자신들이 살아남는 방법을 강구할 것이고, 여기에 부모들은 돈을 쏟아 부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때문에 대학을 나오지 않고도 행복하게 잘 사는 세상이 되지 않는 한 대학 진학률은 높아질 수 밖에 없고, 우리나라의 과열 입시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학부모 입장에서 입시 관련 기사들을 볼 때 가장 화가 나는 부분은 대선 주자들을 비롯해 교육 개혁을 주도하는 사람들이 현재의 입시 제도를 얼마나 잘 알까? 하는 점이다. 자신의 자녀들은 한국의 혹독한 입시를 치러봤는지도 물어보고 싶다. 그들 대부분이 본인의 자녀들은 해외 유학파인 경우가 많다. 또는 ‘아빠의 무관심’이 입시 성공의 최대 비결이라며 자녀 교육에 대해서는 엄마에게만 맡겨 놓은 아빠들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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