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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실익없는 대통령 비공개 대면조사…그리고 언론플레이

[취재파일] 실익없는 대통령 비공개 대면조사…그리고 언론플레이
오늘로 예정됐던 특검의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가 무산됐습니다. SBS 보도가 빌미를 제공했다는 게 박 대통령 변호인단의 공식입장입니다.

박 대통령 변호인단은 "특검이 그동안 피의사실을 누설하고 수사기록이나 증거물을 통째로 언론기관에 유출해 왔다"며 "그 주요 통로 중 하나가 SBS였고, 이번 일정 역시 특검보 중 1인이 SBS에 누설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동안 특검의 피의 사실 누출로 인한 관계자 명예훼손과 인권침해, 신뢰할 수 없는 태도에 대해 강력 항의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 언론의 사명은 국민의 알권리

일단 기자의 관점에서 가장 눈에 띄는 단어는 "누설"과 "유출"입니다. 기사는 기자의 취재와 확인과정을 거쳐 보도됩니다. '팩트'는 기자들의 여러 경로를 통한 적극적인 취재활동을 거쳐 발굴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박 대통령 변호인단이 사용한 "누설"과 "유출"이라는 표현은 정반대의 시각입니다. 취재원들은 적극적인 언론플레이를 하는 사람들이고 기자들은 그저 편안하게 앉아 팩트를 받아먹는 게으른 자들로 규정하는 시각입니다.

특검의 관변언론, 어용언론이라는 의미입니다. 그 대표적인 언론사로 SBS를 지목한 것입니다.

박 대통령측의 이런 시각과 주장에 모욕감보다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것은 그들의 '그릇된' 언론관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박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SBS를 비난하는 근거는 청와대와 특검의 약속을 깼다는 주장입니다.

유감스럽게도 SBS는 약속을 지켜야 할 당사자가 아닙니다. 언론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한 권리입니다.

언론의 사명과 책임은 오로지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서 존재합니다. 그런데 청와대의 의사를 거스르는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박 대통령 측이 특정 언론사에게 비난을 퍼붓고 있는 셈입니다.

비난의 대상이 잘못된 것도 문제지만 언론사가 권력자의 뜻을 거슬렀다고 비난하는 건 초헌법적인 발상입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현정부 입맛에 맞지 않는 인사들과 단체들에게 불이익을 주었던 현 정부의 태도를 닮아 있습니다.
청와대 특검이 SBS에 조사일정 유출
● 실익없는 비공개 대통령 대면조사

본론으로 들어가 봅시다. 박 대통령 측은 비공개 대면조사 일정이 "누설"됐다는 표현을 써가며 명예훼손과 인권이 침해됐다는 주장을 쏟아냈습니다.

침해의 대상은 박근혜 대통령으로 추정됩니다. 핵심은 비공개 일정이 공개됐기 때문입니다.

비공개 대면조사 일정이 공개가 되면 어떤 명예훼손과 인권침해가 발생하는지 명확한 이유와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대통령은 헌법기관입니다. 특검 수사는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해 최순실이라는 사인의 부정한 인사개입과 수뢰 혐의, 더 나아가면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해 뇌물까지 받은 것은 아닌지에 대한 판단으로 귀결됩니다.
박 대통령
특검 수사는 박 대통령 개인사에 대한 수사가 아니라는 점 공인으로서 박 대통령의 범죄혐의를 수사하는 것입니다.

선출된 권력의 부정한 행위를 주권자인 국민들은 감시할 권한이 있습니다. 국민들의 알권리의 본질입니다.

대통령 대면조사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과 결론을 가늠할 핵심 이슈라는 걸 감안할 때 국민들은 당연히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는 얘깁니다.

비공개 대면조사의 실익이 없는 첫 번째 이유입니다.

박 대통령은 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 초기부터 특검 대면조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밝혀왔습니다.

박 대통령이 대면조사에 응한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미 대면조사를 받겠다고 공언한 마당에 비공개의 실익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입니다.

만약 박 대통령 대면조사 장소가 청와대 밖이었다면 보도로 인해 대통령 경호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고 봅니다.

그러나 대면조사는 청와대 경내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잠정 합의가 이뤄진 상태였습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와 경호상의 이유 등을 감안해 종합적으로 내려진 결론입니다.

보도로 인해 박 대통령이 어떤 피해를 받았는지 이 부분도 명확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는 대통령에 대한 형사처벌을 전제로 수사하는 게 아닌 절차상 대통령이 주장하는 억울한 점을 소명하는 기회라는 점입니다.

대면조사 자체가 박 대통령에게 기회라는 점에서 비공개냐 공개냐 여부는 쟁점이 아닙니다.

●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측은 명예훼손과 인권침해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박 대통령 측은 검찰과 특검 수사 내내 헌법이 보장한 현직 대통령의 특권을 보장받고 있습니다.
안종범 전 수석 수첩, 39건 청와대에 감춰왔다
대표적인 건 역시 청와대 압수수색 거부입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수첩 39권이 추가로 확보된 건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수첩은 청와대에 보관되고 있었습니다. 청와대 압수수색이 왜 특검 수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청와대는 여전히 보안시설이라는 명분으로 수사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대면조사 또한 현직 대통령의 특권과 예우를 감안해 정해진 이례적인 조사방식입니다. 박 대통령은 이미 검찰의 대면조사 요구를 거부한 적이 있습니다. 자연인이라면 체포영장이 발부돼 강제조사를 받았을 사안입니다. 박 대통령이 그동안 대통령이라는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볼 대목입니다.

● SBS의 취재원은 특검보?…박 대통령 측 자신있나?

박 대통령 측은 공식 입장을 통해 대면조사 일정 역시 "특검보 중 1인이 SBS에 누설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원칙적으로 언론윤리상 기자는 취재원을 공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되묻고 싶습니다. 박 대통령 측은 어떤 경로를 통해 SBS의 취재원을 확인했는지 말입니다.

SBS는 지극히 정상적인 방식으로 대면조사 시기를 취재했고 취재과정에서 불법이나 언론윤리에 어긋나는 일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분명한 건 기자들의 취재원은 다양하다는 점입니다.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박 대통령이 특검 언론플레이의 주요 통로라고 지목한 SBS의 취재원은 특검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SBS의 취재원은 다양합니다. 추정만으로 특정 언론사의 취재경로를 단정적으로 밝히는 박 대통령 측의 태도는 지양해야 할 저열한 언론플레이 입니다.

모욕감을 넘어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박 대통령 측의 묻지마 폭로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다면 과연 누가 책임질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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