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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딱 1년, 평창의 고민이 깊다

[칼럼] 딱 1년, 평창의 고민이 깊다
스포츠 기자는 아니지만, 스포츠에 관심이 참 많습니다. 

어릴 적부터 축구 야구 직접 하는 걸 워낙 좋아했습니다. 입시생이었던 고등학생 때도 휴일 아침엔 친구들과 자장면 내기 한판을 하고서야 책상머리에 앉곤 했으니까요. 특히 겨울 스포츠는 늘 가까이 있었습니다. 고향 강원도의 겨울은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었습니다. 눈 덮인 산자락은 그대로 썰매장이었습니다. 얼어붙은 논과 호수는 그대로 스케이트장이었죠.

이렇다 할 인공시설이 거의 없던 시절이라 자연환경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슬로프야말로 진정한 슬로프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집에서 어른들이 쓰던 비닐이나 비료포대를 가지고 산등성이에 오르기만 하면 스릴 넘치는 썰매타기가 언제든 가능했죠. 좀 사는 집 아이들은 스케이트, 여유가 없으면 없는대로 아버지나 삼촌이 만들어준 수제(?) 썰매를 지치면 그뿐이었습니다. 얼굴은 발갛게 얼어왔지만 정말 시간가는 줄 몰랐습니다.

그래서인지 지난 2010년 보도제작부에 근무할 때 당시 밴쿠버 동계올림픽 관련 특집다큐 1시간짜리를 2개 만들 기회를 얻게 됐는데 - 하나는 누구 하나 관심 갖지 않는 열악한 여건 속에 올림픽 출전을 꿈꾸는 봅슬레이 국가대표를 다룬 것이었고, 또 하나는 밴쿠버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의 숨겨졌던 비밀을 다룬 것으로 기억합니다 - 새삼 기자가 된 보람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이제 꼭 1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가끔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평창이 내년 12월에 열리죠?" 아닙니다. 평창은 내년 2월에 열립니다. 내년 2월 9일부터 17일동안 평창, 강릉, 정선 등 3개 도시 일대에서 펼쳐집니다. 그러니까 딱 1년 남은 겁니다. 평창은 3수 끝 간절한 바람 속에 유치됐습니다. 선수들은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듯 대한민국 겨울스포츠를 일궈왔습니다.

대한민국 겨울스포츠는 평창 동계올림픽과 그 역사를 같이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아무도 봐주지 않는 곳에서 선수들은 꿈과 눈물과 도전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개최를 딱 1년 남겨놓은 시점에서 평창에 대한 열기는 되레 유지할 때보다 줄어든 것 같습니다. 희대의 국정농단사태에 유탄을 맞은 것도 그렇지만, 예산부족 홍보부족 사후관리도 문제입니다.

평창 동계올림픽과 그 시설을 개최이후 자랑스러운 유산으로 남길지, 아니면 고통스럽고 부담스러운 유산으로 남길지 이제 1년 우리 손에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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