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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26년간 암과 싸워온 여성…그녀의 생존법

[월드리포트] 26년간 암과 싸워온 여성…그녀의 생존법
미국 뉴저지 주에서 특수아동 교사로 일하는 버나뎃 맥로플린에게 지난 1990년 4월 6일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최악의 순간이었습니다. 의사로부터 처음 유방암 진단을 받은 날입니다. “당시, 저는 36살이었고, 이혼해서 8살 된 아들과 단 둘이 살고 있었죠. 유방암 진단을 받고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어요.”

왼쪽 가슴에서 발견된 암을 제거하기 위해 방사선 치료가 진행됐습니다. “방사선 치료는 너무 끔찍했어요. 영화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느낌이랄까요? 방사선 기계 안에 온몸을 누이고 귀를 울리는 기계음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온몸이 부서져서 사라질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거예요.”
유방 엑스레이 사진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던 맥로플린의 삶은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갔습니다. 학교 교사로 계속 일했고, 학교 교장은 그녀가 수업이 없는 동안에 잠시라도 누워서 쉴 수 있도록, 그리고 이미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아들을 방과후에 데려와 함께 머물 수 있도록 간이 침대가 있는 작은 방도 하나 마련해줬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몇 달 뒤 맥로플린은 약물과 방사선 치료 덕분에 암에서 완치됐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매주마다 받아야 했던 방사선 치료는 중단했고 6개월에 한 번씩 X 선 촬영만 받으면 됐습니다. 그렇게 그녀의 일상도 다시 정상을 되찾게 됐습니다. 
조명이 켜진 수술실
하지만, 3년 뒤, 그리고 기가 막히게도 암 완치판정을 받았던 같은 날짜에 맥로플린은 의사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얘기를 들어야 했습니다. 왼쪽 유방에서 다시 암세포가 발견됐던 겁니다. 게다가 이제는 방사선 치료로도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유일한 방법은 왼쪽 가슴을 절제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그녀는 왼쪽 가슴 전체를 절제하고 보형물을 넣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왼쪽 가슴에는 마치 황량한 벌판에 철로가 지나듯 여기 저기 꿰맨 자국들이 남아 있어요. 그래도 다시 살 수 있게 됐잖아요. 감사할 일이죠.”

힘든 여정을 겪었어도 그녀는 모든 게 끝나서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7년 뒤, 맥로플린은 어느 날 오른쪽 가슴에 뭔가 응어리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새로 그녀를 맡게 된 의사는 아직 속단하기 이르니 몇 달 더 지켜보자고 했지만 그녀는 조직 검사를 해 볼 것을 강력히 요구했습니다. 조직 검사 결과는 그녀의 걱정이 단지 기우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줬습니다. 암세포가 발견된 겁니다. “10년 동안 세 번째 암 진단을 받은 거죠.” 이번에는 상태가 심각했고 할 수 없이 방사선 치료 대신 곧바로 절개술을 해야 했습니다.
수술실 사진
아직 다른 조직으로 전이되지 않은 상태였기에 다행히 그녀는 또 한번 암으로부터 생명을 지켰고 보형물을 넣는 수술도 차질 없이 진행됐습니다. 양쪽 가슴을 잃고 보형물이 그 자리를 채웠지만 10년에 걸친 지긋지긋한 암의 그늘로부터 해방됐다는 것에서 위안을 찾았습니다.
인터뷰하는 맥로플린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8년 뒤 그녀의 가슴 피부에서 암 세포가 또 발견된 겁니다. 할 수 없이 보형 물을 들어내고 암세포가 전이된 피부를 절개한 다음 이전 보다 훨씬 작은 보형물을 넣고 남은 피부를 최대한 늘려 이어 붙이는 수술이 진행됐습니다. 그녀는 가슴이 이전보다 훨씬 작아졌지만 그래도 삶의 끈이 계속 이어진 것에 감사했습니다.

하지만, 6주 후, 그녀는 다시 응급실에 실려가야 했습니다. 또 가슴 피부에서 암세포 전이가 발견된 겁니다. 이번에는 보형물을 넣을 수 없을 만큼 가슴 피부를 절개해야 했습니다. 참으로 기구한 운명입니다.
거울을 보고 있는 맥로플린
그녀의 가슴은 이제 완전히 사라졌고 28번의 수술 자국만이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가슴을 잃었다는 상실감에다 가슴 여기 저기에 철길처럼 난 수술 자국을 바라보면서 절망감마저 느껴야 했습니다. 샤워를 끝내고 전신 거울에 비추인 자신의 모습을 볼 때마다 선명하게 남아있는 수술의 기억들이 그녀를 괴롭혔고 앞으로 삶에 대한 용기도 잃게 만들었습니다. 갈수록 우울증도 심해졌습니다.
문신
거울을 볼 때마다 드는 상실감과 절망감을 달랠 수 있는 그녀만의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문신이었습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미용의 목적으로 문신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문신에 대한 거부감이 훨씬 적습니다. 수술 자국에는 장미꽃과 가시 달린 가지들이 하나 둘 들어찼습니다. 그녀는 양쪽 가슴을 잃었지만 다행히 암으로부터 해방된 지 17년이 되는 날을 맞았습니다. 그녀는 암과 투병하는 여성들에게 말합니다. “암과 함께 살게 되더라도 결코 암세포가 여러분의 인생을 망치게 하지 마세요.”  

(사진=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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