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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 과연 미국인 10명 중 6명이 찬성했을까요?

[월드리포트]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 과연 미국인 10명 중 6명이 찬성했을까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이 시행에 들어간 이후 유독 두드러져 보이는 한 여론조사가 있었습니다. '보수적 여론조사 기관'이라는 전제를 달면서도 대부분의 언론이 이 시점 '라스무센 리포트'를 인용했습니다. 라스무센 리포트의 홈페이지( http://www.rasmussenreports.com/)를 한 번 휙 둘러보기만 해도 금세 정치적 성향을 알 수 있습니다. 

문제(?)의 여론조사는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이 발표되기도 전인 지난달 25일부터 이틀간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습니다. 응답자의 57%가 트럼프에 의해 '불량국가'로 지목된 7개국 출신 난민의 입국을 한시적으로 금지하는 데 찬성했다는 내용입니다. 반대는 33%에 그쳤고 10%는 찬반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돼 있습니다. 찬성 57%, 반대 33%라면 그 차가 꽤 커 보입니다.

대통령 취임 직전 역대 최저인 37%, 취임 직후에도 45%에 그친 참담한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뿌리 깊은 반이민 정서, 일자리 상실에 대한 위협, 테러 공포가 반영된 결과라는 게 대부분 언론의 해석이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57%의 찬성을 얻어낸 그 여론조사의 질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 Do you favor or oppose a temporary ban on refugees from Syria, Iraq, Iran, Libya, Somalia, Sudan and Yemen until the federal government improves its ability to screen out potential terrorists from coming here?

- 연방정부가 잠재적 테러리스트를 다 가려낼 수 있을 때까지 시리아, 이라크, 이란,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예멘 출신 난민들의 한시적 입국 금지 조치에 찬성하십니까? 반대하십니까?


질문 자체가 찬성을 유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이 질문대로라면 현재 미 연방정부는 잠재적 테러리스트를 걸러낼 능력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테러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누가 '나쁜 놈'인지 가릴 정부의 능력이 완전히 갖춰질 때까지, 그것도 한시적으로 입국을 제한하자는 데 반대한다는 답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 겁니다.

물론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이 시행된 이후 <로이터>에서 미국인 1,2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찬성한다는 응답이 48%로 반대한다는 응답 41%보다 많이 나왔습니다. 트럼프로서는 충분히 버틸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입니다.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라는 미국적 가치를 차치하고서라도 웬만한 미국의 중소도시, 대도시는 하루라도 무슬림 출신 이민자나 난민들 없이는 돌아가지 않습니다. 9·11 이후 미국에서 일어난 테러의 대부분은 미국에서 태어난 '외로운 늑대'들에 의해 자행됐지만, 무슬림에 대한 미국 사회의 반감은 좀처럼 가시지 않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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