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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열심히 듣기는 들었는데…너무 어려운 의학 용어

[라이프] 열심히 듣기는 들었는데…너무 어려운 의학 용어
"갑작스러운 오심, 구토와 과민성대장증후군 증상은 48~72시간 동안 지속되며 가역적입니다. 경도에서 중증도의 탈수는 경구 수액 공급으로 탈수와 전해질 교정이 가능하나, 심한 탈수는 정맥주사를 통한 수액 공급이 필요합니다."

최근 겨울철 식중독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돼 고생했다면, 이런 설명을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무슨 말인지 쉽게 이해가 어렵습니다. 쉽게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쉽게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이렇게 하면 알아듣기 훨씬 쉬워집니다.

너무 어렵고 복잡한 의학용어 때문에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마치 불치병처럼 무섭게 느껴진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려운 의학 용어…환자와 의사소통 방해

일반적으로 알아듣기 어려운 의학·질병 용어들은 상당히 많습니다. 특히 과도한 한자 사용 때문에 어렵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맥립종, 취한증, 소양증, 구순염 같은 것들도 그런데요, 쉽게 말하면 다래끼, 땀악취증, 가려움, 입술염입니다.

족관절, 수근골, 안검, 한진도 마찬가지입니다. 발목관절, 손목뼈, 눈꺼풀, 땀띠라고 설명해주면 못 알아들을 사람이 없습니다. 

'고관절'이나 '연하곤란'도 '엉덩관절'이나 '삼킴곤란'으로 말하면 훨씬 쉽습니다.

바꾸는 노력은 계속했지만…실제 사용은?

이런 소통의 어려움 때문에 용어를 손보는 시도가 꾸준히 있었습니다.

이미 지난 2003년, 통계청의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를 통해 개정했습니다.

2003년에 시행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제4차 개정'에서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각 회원국에 적용하도록 권고한 내용을 반영하고, 그동안 한자와 일본식 표현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던 질병 용어 637개를 알기 쉬운 우리말로 변경했습니다.

현재는 제7차까지 개정됐는데, 다음은 대한의사협회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사용하도록 권장하는 용어입니다.
현재는 제7차까지 개정됐는데, 다음은 대한의사협회와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사용하도록 권장하는 용어입니다.
의학용어
제4차 개정이 있은 지 14년이나 지났지만 병원과 약국에선 여전히 과거의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려운 용어는 환자와 의사 간의 소통을 방해합니다.

어떤 환자는 더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하면서 진료 시간이 길어지기도 하며, 어떤 환자는 물어보기가 민망해 자신의 병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채 그냥 진단서만 받아 들고나옵니다.

바꾼 우리말이 더 어려운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말로 바꾼다고 다 쉬운 것도 아닙니다. 우리말이 또 다른 혼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막창자꼬리염, 깔때기콩팥염. 원래대로라면 맹장염, 신우신염입니다.

이미 널리 알려진 의학 용어를 굳이 우리말로 바꾸다 보니 또 다른 불통이 생긴 겁니다.
바꾼 우리말이 더 어려운 때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어려운 의학 용어를 한글로 쉽게 푸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꼭 '우리말'일 필요는 없다고 주장합니다.

누구나 아는 '맹장'을 '막창자꼬리'로 바꿔서 혼동을 일으키는 것보다 슬관절(무릎관절), 치은(잇몸)처럼 바꿔야 할 것들만 과감히 정비하면 된다는 것이죠.

이어 무리하게 한자어를 한글로 바꾼다면 의사들 간에 소통의 벽이 생길 수 있으며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용어 문제보다 의사 태도가 문제라는 지적도

환자와 의사의 소통 단절 원인은 단순히 의학 용어 때문이 아니라 의사에게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어려운 의학 용어를 환자가 못 알아듣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환자의 나이, 교육수준에 따라 맞게 풀어 설명할 줄 아는 것도 의사의 능력이라는 것입니다.

또 환자를 대하는 태도와 관점까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용어 문제보다 의사 태도가 문제라는 지적도
'보면 아느냐, 말하면 아느냐'는 식이 아니라 '의사는 최대한 환자를 존중하고 있으며 환자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있다'는 태도로 최대한 쉬운 용어를 사용해 환자에게 설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소통의 어려움은 오해를 낳고 불신을 낳습니다. 의사와 환자의 '언어장벽'만 조금 낮아지더라도 불필요한 오해와 다툼은 훨씬 줄어들지 않을까요?

(기획·구성: 김도균, 송희 / 디자인: 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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