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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최순실이 靑홍보수석까지 검증한 이유는?

박근혜 정권이 검찰수사, 세무조사, 민·형사소송 같은 제도적 절차들은 물론, 유·무형의 압력수단들을 동원해서 비판적 언론사들에 재갈을 물리려 했다는 의혹은 정권 초기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런 가운데 최순실 씨가 직접 나서 SBS 기자 출신 언론인의 정치적 성향을 검증한 뒤, 그가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에 임명되도록 추천했다는, 최순실 게이트 관련자의 구체적 증언이 탄핵심판 과정에서 나오면서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 차은택 "김성우 靑홍보수석도 최순실이 추천"

국정농단에 연루돼 구속기소된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은 지난 23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8차 심리에 출석해 청와대 수석 임명 과정과 관련한 진술을 했다.

국회 탄핵소추위원단 측이 "최순실 씨가 김성우 씨의 프로필을 보여주면서 아느냐고 물어봐서 안다고 답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차은택 씨는 "(김성우 씨는) 당시 청와대에서 자문을 하고 있었다"며 "자세히는 기억이 안 난다"고 일단 답했다. 기자 출신으로 SBS 보도국장을 역임한 김성우 전 홍보수석은 지난 2015년 1월, SBS 기획본부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 사회문화특보를 맡았다. 정권을 감시하고 비판해야 하는 언론사의 임원이 청와대 특보를 맡는 건 부적절하다는 안팎의 비판이 제기되자 그는 SBS에 사표를 제출했다.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은 이어  "김성우 씨를 만나서 정치적 성향이 어떤지, 홍보수석을 맡을 의향이 있는지를 알아보라고 최순실 씨가 말했느냐"고 질문했고, 차 씨는 "네"라고 답했다. 차 씨는 이후 송성각 전 콘텐츠진흥원장에게 김성우 씨를 만나도록 한 뒤, 그의 의사와 성향을 파악했고, 그 결과를 최순실 씨에게 전달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CF 감독 출신인 차 씨는 최 씨의 영향력 아래 창조경제추진단장에 임명됐고, 광고 회사 대표 출신인 송성각 씨 역시 최순실 씨의 불법적인 인사개입으로 차관급인 콘텐츠진흥원장에 임명됐다고 국회와 검찰은 보고 있다. 이들은 공직을 맡은 이후 최 씨 일가의 이익을 위해 광고 회사 강탈 등 각종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태다.
[마부작침] 차은택 헌재 증언

● 최 씨 입맛에 맞는 '靑홍보수석 임명' 노린 것? "비판 기능 무력화 언론계 장악"

차은택 씨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정부 최고위급 인사인 청와대 홍보수석을 아무런 권한도 없는 최순실 씨가 마음대로 검증해 임명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의 정상적 절차를 통한 검증보다는 최 씨 입맛에 맞는 성향과 사상이 임명 과정에 더 중요한 변수였던 건 아닌지 의심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 씨가 지상파 임원 출신인 김성우 전 수석을 자신의 측근인 차은택 씨를 통해 별도 검증작업까지 거치며 홍보수석에 앉히려 했다면, 그 이유는 뭘까. 청와대 홍보수석의 본연의 임무인 정부 정책에 대한 효과적인 홍보 때문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과 최 씨'의 입맛에 맞게 언론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적임자'를 찾는 과정은 아니었을까. 청와대 홍보수석 임명 과정에 관한 차 씨의 증언은 이런 의심을 낳기에 충분하다.

한 달 뒤인 2015년 2월, 홍보수석에 임명된 김성우 전 홍보수석은 국정농단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난해 10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1년 8개월 정도의 홍보수석 재직 기간 동안 KBS 사장 선임에 개입하는 등 박근혜 정권의 언론 장악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김 전 수석에게 제기됐다. 특히 국정농단 사태 이후엔 중국으로 도주한 차은택 씨와 말 맞추기를 시도했다는 의혹도 언론을 통해 나왔다. 
[마부작침] 차은택 진술로 구성한 청홍보수석 임명과정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디자인/개발: 임송이
리서처:장동호

※마부작침(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 속에서 송곳 같은 팩트를 찾는 저널리즘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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