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한 유 전 장관은 특검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준비한 메모지를 꺼내 들고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해 20분가량 충격적인 발언을 쏟아 냈습니다.
유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가 '김기춘 전 실장이 주도한 조직적 범죄'라며 작심 발언을 시작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가진 민주적인 어떤 기본질서와 가치를 절대로 훼손한 일'이라며 블랙리스트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블랙리스트 수사가 정점을 향해 가고 있는 가운데, 오늘 '리포트+'에서는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의 발언과 그의 발언이 수사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정리해봤습니다.
■ 차별하고 배제하기 위한 명단
유진룡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가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조직적으로 차별하고 배제하기 위한 명단이었고, 지시를 받은 문체부 직원들이 눈물까지 쏟으며 힘들어했다고 털어놨습니다.
특검은 김기춘, 조윤선 두 사람의 '모르쇠' 주장을 깨기 위한 진술과 증거를 유 전 장관으로부터 받아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대통령은 왜 ‘묵묵부답’이었나?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유진룡 전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문제가 있다"고 두 차례나 지적하면서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특검은 유 전 장관의 증언이 박 대통령이 블랙리스트에 사실상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중요한 정황으로 보고 있습니다. 조만간 특검은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장관을 다시 불러 관련 사실을 캐물을 계획입니다.
유진룡 전 장관은 특검이 공식 출범하기 직전 이미 유 전 장관은 한 차례 조사를 받았고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유 전 장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작성과 운용 초기에 주무 장관을 지내다 경질됐던 만큼 그 실상을 가장 확실하고, 분명하게 말해줄 수 있는 인물입니다.
특검 수사가 시작되기 전에 유 전 장관이 진술했던 내용을 블랙리스트 수사의 ‘스모킹건’으로 보는 이유입니다. 유 전 장관의 발언이 이번 수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겁니다.
유 전 장관은 노무현 정권 당시에는 차관을 역임했다가 청와대와의 갈등으로 경질됐습니다. 박근혜 정권에서는 장관이 됐는데, 또 대통령과의 갈등으로 경질됐습니다.
진보와 보수 정부 양쪽에서 잘린 매우 드문 경력의 공무원입니다.
특검이 대통령에게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항의했다는 유 전 장관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직접 조사한 것은 블랙리스트 수사가 대통령 턱밑까지 왔다는 의미입니다.
유 전 장관이 블랙리스트 주모자로 지목한 김 전 실장은 이미 구속 상태이기 때문에 특검의 남은 과제는 대통령의 책임소재를 가리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