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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블랙리스트 스모킹건' 유진룡…대통령 턱밑 겨눈 칼끝

[리포트+] '블랙리스트 스모킹건' 유진룡…대통령 턱밑 겨눈 칼끝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처음 폭로했던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이 어제(23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하 특검)에 출석했습니다.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한 유 전 장관은 특검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준비한 메모지를 꺼내 들고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해 20분가량 충격적인 발언을 쏟아 냈습니다.

유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가 '김기춘 전 실장이 주도한 조직적 범죄'라며 작심 발언을 시작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가진 민주적인 어떤 기본질서와 가치를 절대로 훼손한 일'이라며 블랙리스트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블랙리스트 수사가 정점을 향해 가고 있는 가운데, 오늘 '리포트+'에서는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의 발언과 그의 발언이 수사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정리해봤습니다.

■ 차별하고 배제하기 위한 명단

유진룡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가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조직적으로 차별하고 배제하기 위한 명단이었고, 지시를 받은 문체부 직원들이 눈물까지 쏟으며 힘들어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유진룡 / 전 문체부 장관]
“블랙리스트는 저와 저의 동료와 후배들이 목격하고 경험하고 모든 정보를 취합해볼 때, 그건 분명히 김기춘 씨가 주도를 한 겁니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은 블랙리스트를 주도한 인물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라고 이름을 명확히 언급하며, 김 전 실장의 구속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유진룡 / 전 문체부 장관]
“김기춘 씨의 구속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다시 정의롭고 자유로운 사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김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장관까지 겨냥한 듯 "이제 와서 모른다고 하는 건 비겁한 일"이라며, "관련자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유진룡 / 전 문체부 장관]
“대한민국 역사를 30년을 돌려놓은 거예요. 앞으로 또 이런 일이 벌어지면 대한민국 민주화 역사는 계속 후퇴할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유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가 실제로 있고, 직접 봤다는 폭탄선언을 하면서 의혹에 머물렀던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수면 위로 끌어 올렸습니다.

특검은 김기춘, 조윤선 두 사람의 '모르쇠' 주장을 깨기 위한 진술과 증거를 유 전 장관으로부터 받아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대통령은 왜 ‘묵묵부답’이었나?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유진룡 전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문제가 있다"고 두 차례나 지적하면서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유진룡/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저는 블랙리스트 명단 이전에 차별, 배제 행위가 계속 이뤄지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에게 저한테 약속한 것처럼 '이렇게 하시면 안 된다' 이런 말씀을 드린 적이 2014년 1월 29일 있었습니다.”
유 전 장관의 이런 증언은 블랙리스트의 작성과 운용이 위헌적 차별행위임을 박 대통령이 알면서도 묵인했다는 얘기입니다. 특검도 이 부분을 눈여겨보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검은 유 전 장관의 증언이 박 대통령이 블랙리스트에 사실상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중요한 정황으로 보고 있습니다. 조만간 특검은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장관을 다시 불러 관련 사실을 캐물을 계획입니다.

[이규철 특검보 / 특검 대변인]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장관은 조만간 다시 소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블랙리스트의 ‘스모킹건’

유진룡 전 장관은 특검이 공식 출범하기 직전 이미 유 전 장관은 한 차례 조사를 받았고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유 전 장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작성과 운용 초기에 주무 장관을 지내다 경질됐던 만큼 그 실상을 가장 확실하고, 분명하게 말해줄 수 있는 인물입니다.

특검 수사가 시작되기 전에 유 전 장관이 진술했던 내용을 블랙리스트 수사의 ‘스모킹건’으로 보는 이유입니다. 유 전 장관의 발언이 이번 수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겁니다.

유 전 장관은 노무현 정권 당시에는 차관을 역임했다가 청와대와의 갈등으로 경질됐습니다. 박근혜 정권에서는 장관이 됐는데, 또 대통령과의 갈등으로 경질됐습니다.

진보와 보수 정부 양쪽에서 잘린 매우 드문 경력의 공무원입니다.
영혼있는 공무원 유진룡
유 전 장관은 김기춘 전 실장의 따귀를 때릴까 봐 청문회에 안 나오려 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이른바 '영혼 있는' 공무원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특검이 대통령에게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항의했다는 유 전 장관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직접 조사한 것은 블랙리스트 수사가 대통령 턱밑까지 왔다는 의미입니다.

유 전 장관이 블랙리스트 주모자로 지목한 김 전 실장은 이미 구속 상태이기 때문에 특검의 남은 과제는 대통령의 책임소재를 가리는 일입니다.
[SBS 법조팀 정성엽 기자]
"대통령 측에서는 블랙리스트 작성을 대통령이 지시했다고 보도한 언론사를 고소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정말 억울해서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블랙리스트가 사실로 드러나면 대통령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했거나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다면, 탄핵심판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블랙리스트는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돈과 권력으로 개인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범죄입니다. 돈을 줘서라도 쓴소리를 들어야 할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런 사람이 리더의 자격을 인정받을지는 의문입니다."
(취재 : 정성엽, 김혜민, 민경호 / 기획·구성 :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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