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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포켓몬 고' 국내 출시…'4대악' 한국 게임은 어디로 가나

[리포트+] '포켓몬 고' 국내 출시…'4대악' 한국 게임은 어디로 가나
지난해 북미 등 전 세계를 강타한 위치기반(LBS) 증강현실(AR)게임 '포켓몬 고'가 드디어 한국에 상륙했습니다.
포켓몬고를 하는 모습  |  출처 : 게티이미지, 이매진스
포켓몬 고를 출시한 게임업체인 나이앤틱은 오늘(24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포켓몬 고의 한국 서비스 출시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포켓몬 고 게임에 빠져 각종 사건 사고가 일어날 정도로 포켓몬 고는 6개월 전, 전 세계에 포켓몬 열풍을 몰고 왔습니다.

그동안 미국,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전 세계 58개국에서 이 게임을 즐길 수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서비스가 불가능했던 겁니다.
홍콩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포켓몬고를 하는 모습  |  출처 : 게티이미지, 이매진스
나이앤틱은 국내 출시 포켓몬 고에는 구글 지도가 아닌 '인그레스 맵'이란 다른 지도데이터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정식 버전을 국내에서 즐길 수 있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환호하고 있습니다. 엄청난 관심에 국내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관련 주들이 급등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런 '포켓몬 고'의 출시를 두려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정작 세계적 '게임 강국'이었던 한국의 게임 산업 전망은 어둡기 때문입니다.

■ 올해 게임시장 성장률 지난해 절반 예상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 2일 올해 국내 게임시장 규모에 대한 예상치를 발표했습니다.

예상 성장률은 2.9%로 지난해 성장률(5.6%) 절반에 그치는 수준입니다. 역성장했던 지난 2013년(-0.3%)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입니다.
국내 게임시장 규모 및 성장률 그래프
콘진원은 게임 시장의 성장률은 지속적으로 하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런 현상은 국내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의 성장이 둔화 되면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물론 세계 게임시장 성장률도 2018년 3.3%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전문가들이 우리나라 상황을 더 암울하게 보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게임의 미래를 마주하는 자세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메이저회사와 중소 게임사들의 차이를 보여주는 그래픽
■ VR, AR 저만치 뛰어가는 세계…우리는?

이미 지난해부터 글로벌 게임 업계의 트렌드는 VR이 대세였습니다.

지난해 열린 주요 게임쇼들, 미국의 E3이나 중국의 차이나 조이, 일본 도쿄게임쇼 등만 살펴봐도 이미 '대세'는 VR이 된 지 오래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포켓몬 고'의 흥행으로 VR 뿐만 아니라 AR에도 상당한 관심이 쏟아지는 상황입니다.

미국, 중국, 일본 등 해외에서는 이미 VR, AR이라는 차세대 플랫폼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금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중국으로 건너가는 우수 게임 개발자들이 많다는 사실도 업계에선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물론 국내에서도 차세대 플랫폼 게임에 대한 개발과 투자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중소게임업체들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있지만 이른바 게임업계의 '메이저'라고 불리는 회사들은 아직은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 

대형 게임사들이 주저하는 데는 환경적인 탓도 있습니다. VR 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콘솔 게임 사용률이 낮다든가, 기존에 경쟁력을 갖춰놓은 온라인, 모바일 게임에서 여전히 많은 수익이 나올뿐더러 그 안에서의 경쟁도 상당히 치열하다든가 하는 이유입니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새로운 도전 없이는 결국 세계 시장에서 밀려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문체부 예산 삭감에 대한 그래픽
■ '최순실 국정농단' 영향 받은 VR?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VR 업계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달 국회는 2017년 예산을 통과시켰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회는 문체부가 낸 예산안 가운데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관련 사업 예산 1,637억 원을 삭감했습니다.

국회 교문위는 '최순실·차은택 등 개인들의 이익을 위해 편성된 사업으로 구상 단계부터 편성, 집행까지 전 과정이 불투명하고 정책 효과도 알 수 없으며, 국민적 반대와 불신이 거센 만큼 삭감이 필요하다'며 삭감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런데 국회 교문위가 문체부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VR 콘텐츠 산업 육성에 배정한 예산 191억 원 가운데 42%인 81억 원이 삭감됐습니다.

게임 업계에서는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가 엉뚱한 곳에 미친 거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게임에 대한 안좋은 인식을 보여주는 그래픽
■ '게임은 악'이라는 프레임 바뀌어야

우리나라는 2015년 기준으로 중국, 미국, 일본에 이어 게임수익 4위에 해당하는 게임산업 강국입니다.

하지만 게임업체 수는 는 급감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0년 2만여 개에 달했던 게임업체는 2014년 1만 4천여 개로 30%나 감소했습니다.

정부의 강한 규제 탓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바다이야기 이후 시행된 일련의 정부의 게임규제는 게임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 없이 문화이나 산업으로서의 가치를 도외시한 채 마련되었다. 어느 나라에도 찾아볼 수 없는 강제적 셧다운(2011년 도입), 웹보드게임 규제(2014년 도입)가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게임산업 규제정책의 전환 필요성 및 개선방향' 중에서)>>

심지어 지난 2013년 정부는 게임을 '4대 악'으로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게임 중독이나 청소년의 폭력성이 게임 때문이라는 이유인데, 일부 전문가들은 명확한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과도하게 게임 산업을 규제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광화문에서 포켓몬고를 하는 모습  |  출처 : 연합뉴스

여기에 미국이나 독일처럼 게임을 일종의 '예술'로 인식하지는 못하더라도 미래 산업을 위해 이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습니다.

'포켓몬 고'의 한국 출시가 '기대 반 우려 반'으로 다가오는 이유입니다. 

( 기획·구성 : 김도균 / 디자인 : 안준석 /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이매진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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