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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박 대통령 무더기 증인 신청에 담긴 의미…'특검을 피하라'

[리포트+] 박 대통령 무더기 증인 신청에 담긴 의미…'특검을 피하라'
오늘(23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8차 변론에서 박 대통령 측이 증인 39명을 무더기로 추가 신청했습니다.

앞서 국회 측은 신청 증인 28명 가운데 10명을 철회했습니다. 국회 측은 증인을 줄이고, 대통령 측은 늘리려는 상황입니다.

헌재가 탄핵심판에 속도를 내면서 이르면 2월 말쯤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증인 신청이 늘거나, 준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 연일 속도 내기에 분주했던 헌재

헌재는 그동안 탄핵심판의 진행 속도를 앞당기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헌재는 이달 3일 첫 변론을 가진 이래 20일 동안 모두 8번의 변론기일을 진행했습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이 32일간 7차례의 변론을 가진 후 기각됐던 것에 비하면 굉장히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재판부가 첫 준비기일에서 직권으로 탄핵사유를 5가지로 압축해 정리하고, 검찰 수사기록을 대거 증거로 채택한 점이 심리를 앞당긴 결정적 요소로 평가됩니다.

헌재는 양측에 자료 제출과 의견 정리를 재촉하며 심리가 늘어지는 것도 막고 있습니다.

국회 소추인단 쪽은 헌재에서 검찰 조서를 증거로 대거 채택하자 지난 20일, 애초 신청한 증인 28명 중 안봉근·이재만 전 청와대 비서관 등 10명에 대해 철회한 바 있습니다.

탄핵 사유도 헌법위배 중심으로 재정비해 재판부의 신속 심리를 위해 적극 협조했습니다.

박 대통령 측에선 "증인신문도 준비하고 재판부가 요구하는 답변서도 작성하기에 '시간이 촉박하다'"고 불만을 토로할 정도였습니다.

■ 탄핵심판 시계를 늦추려는 박 대통령 측

그렇다면 박 대통령 측에서 39명이나 되는 증인을 신청한 이유는 뭘까요? 무슨 의도가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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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측은 조서만 채택됐을 경우 반대신문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얘기하면 '탄핵심판 피청구인인 박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에 국회 소추인단 측 대리인인 황정근 변호사는 이들을 직접 부르는 대신 진술서를 받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박 대통령 측은 "재판정에 나와서 증인 신문을 하는 것이 재판관들의 심증 형성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이 같은 박 대통령 측의 추가 증인 신청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탄핵 심판의 속도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됩니다.

39명의 증인을 모두 받아들여 헌재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한 주에 두세 차례 변론을 열어 한번에 두세 명 정도의 증인을 출석시킨다면 빨라도 한 달 정도의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불출석 등이 이어지면 더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됩니다.

추후 재판관 회의와 평결, 결정문 작성 등에 소요되는 2주 정도의 시간까지 더해지면 2월 말 또는 3월 초 결론이 나올 것이란 예상은 4월에서 5월까지도 늦춰질 수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상황이 박 대통령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걸까요?

■ 탄핵심판 시계 늦춰지면 무엇이 유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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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도 이제 반환점을 돌고 있습니다. 공식 수사기간 70일 가운데, 오늘(23일)로 34일째를 맞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헌재의 결론이 늦어질수록 박 대통령은 헌법상 불소추 특권을 오래 유지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헌재의 결정 시점에 따라 박 대통령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를 피해 갈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

여전히 직무가 정지된 대통령에 대해 강제수사를 할 수 있다, 없다에 대해 여전히 의견이 분분한 상황입니다.

물론 대통령 측이 대면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고는 했지만 막상 상황이 닥치면 '못 나간다, 법대로 하라'는 식으로 조사를 거부하며 공방을 벌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특히 이렇게 헌재의 결정을 늦추려는 것으로 볼 때 특검의 대면 조사에도 성실하게 응할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 탄핵심판 늦춰지면 헌재 결정에도 영향

탄핵심판이 늦춰질수록 변수는 또 있습니다. 바로 헌재 심판관의 임기에 따라 결정에 참여하는 재판관의 수가 달라진다는 겁니다.

헌법 113조에 따라 탄핵을 확정하기 위해서는 헌재 재판관 9명 가운데 6명 이상이 탄핵안을 인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달 31일이면 박한철 헌재소장의 임기가 끝납니다. 8명 가운데 6명이 찬성을 해야 하는 겁니다.

여기에 이정미 재판의 임기는 3월 13일입니다. 이 때까지도 결론이 안 나올 경우 7명 가운데 6명이 찬성해야 탄핵심판이 인용됩니다. 바꿔 말하면 2명만 반대해도 탄핵 심판은 기각됩니다.

■ 헌재 결정에 따라 달력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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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증인신청의 취지를 보고 이들 증인을 채택할지 여부를 다음 기일인 모레 판단할 예정입니다. 헌재가 증인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그 수를 줄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탄핵 심판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은 "피청구인(대통령) 측에서 여러 기관에 (이미) 사실 조회 신청을 많이 했기 때문에, 이게 채택되면 관련 증인은 필요 없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 "(대통령 측이 제시한 증인 중) 기업 관련된 사람들은 일관 되게 '청와대가 두 재단(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주도했다'고 얘기하는데, 왜 굳이 대통령측에 불리한 진술을 할 것 같은 사람들도 증인 신청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오늘 박 대통령 측의 추가 증인신청으로 앞으로의 탄핵심판 일정에 변수가 생겼습니다. 탄핵 심판 시계가 빨라질지 늦춰질지 모레 헌재의 결정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기획, 구성 : 김도균, 정윤교 / 디자인 : 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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