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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코치 구할 돈이 없어요'…평창을 향한 쿨러닝의 도전

[취재파일] '코치 구할 돈이 없어요'…평창을 향한 쿨러닝의 도전
"평창 동계올림픽이 이제 1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은 평창에서 당당히 메달에 도전할 겁니다. 우리는 재능도 있고, 투지도 있지만 딱 하나 없는 게 있어요. 바로 코치입니다. 코치를 구할 수 있도록 우리를 지원해 주세요.”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이 최근 인터넷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 올린 글입니다. 목표는 6만 달러, 우리 돈 7천만 원 정도입니다.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은 이 돈으로 코치를 구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에 도전하겠다며 지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영화 '쿨러닝'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에서 첫 선을 보인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은 1993년 월트디즈니의 영화 ‘쿨러닝’의 실존 모델이기도 합니다. 당시 영화가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자메이카’는 성적을 떠나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봅슬레이 국가’가 됐고, ‘쿨러닝’은 이제 ‘역경을 이겨낸 도전‘을 뜻하는 대명사가 됐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합니다.

하계 올림픽에서는 ‘육상 단거리’ 스타들을 앞세워 최고의 주목을 받는 자메이카지만, 동계 올림픽에서는 찬밥 신세입니다. 여름 밖에 없는 카리브해의 나라에서 ‘겨울스포츠’는 다른 세계의 이야기니까요. 그래서 자메이카 봅슬레이의 도전은 동계 올림픽 때만 되면 세계적으로 관심은 끌면서도 제대로 된 지원은 받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영화 '쿨러닝'
자메이카 봅슬레이는 1988년부터 2002년까지 빠짐없이 올림픽 무대에 섰다가 2006년과 2010년 대회 때는 출전권을 따지 못해 다시 기억 밖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2014년 12년 만에 다시 올림픽 출전 기회를 잡았지만, 돈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자메이카에서 러시아 소치까지 여행 경비가 없어 대회 직전 출전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맞았습니다. 이런 안타까운 사연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여기저기 온정의 손길이 이어졌습니다. 대회 조직위원회가 적극적으로 나섰고, 세계적인 모금 운동까지 이어지면서 11만 5천 달러, 우리도 1억 3천만 원의 지원을 받고 출전하게 됩니다. 비록 최하위에 그쳤지만, 많은 성원과 관심 속에 자메이카 봅슬레이의 명맥을 이어갔습니다.

2014년까지 올림픽에 4번이나 나갔던 '자메이카 봅슬레이의 전설' 윈스턴 와트는 올해 50살이 되면서 완전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새로운 선수들로 세대교체를 한 자메이카 봅슬레이는 올림픽 도전 30주년을 맞아 '메달 획득'이라는 새로운 신화에 도전합니다.
재즈민 펜레이터
사상 처음으로 여자 봅슬레이팀도 구성했습니다. 미국 여자 봅슬레이팀 출신으로 2014년 소치 올림픽에 출전해 11위를 차지했던 재즈민 펜레이터가 자메이카 대표팀에 합류했습니다. 자메이카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에서만 자란 재즈민은 아버지의 나라를 위해서 소치올림픽이 끝나자마자 자메이카 대표팀에 합류했습니다. 

자메이카 봅슬레이는 투지 하나만으로 도전했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제대로 된 훈련을 받아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최고 성적을 노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야심차게 남자 4인승과 여자 2인승 두팀을 꾸렸고, 봅슬레이 전문 코치 영입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돈이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2014년 때 기억을 살려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켜 기부를 유도하기로 했고, 코치 영입을 위해 크라우드펀딩 모금에 돌입한 겁니다. 

자메이카 봅슬레이는 이번 시즌 단 한번도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했습니다. 역시 돈 때문에 가까운 미국과 캐나다에서 열리는 북아메리카컵에만 나가고 있는데, 시즌 최고 성적은 7위입니다. 돈이 없어 대회 조직위원회와 대회가 열리는 지역들의 도움을 받아 힘겹게 대회를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얼마 전 ‘쿨러닝’의 배경이 된 캘거리 대회에서는 현지 주민이 먼 거리에 있는 경기장까지 공짜로 수송을 해줘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모급 시작 11일째인 1월 20일 현재 모금액은 1,640달러.
목표액까지는 한참 남았지만, 설사 모금이 성공해 코치를 구한다 해도 그 다음부터 또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평창에서는 그들을 볼 수 있을까요? 평창을 향한 ‘쿨러닝’의 도전은 여전히 힘겨워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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