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황기철에게 훈장…방산비리 수사의 실체

[취재파일] 황기철에게 훈장…방산비리 수사의 실체
1년 반쯤 전입니다. 기자는 본 취재파일 코너에 <"검찰, 7개월간 회유와 협박"…'해군총장 엮기' 강압수사?>라는 기사를 올렸습니다. 통영함 사건 재판에서 나온 피고들의 진술을 토대로 “검찰이 황기철 전 해군 참모총장을 엮기 위해 해군 장교들을 회유하고 협박했다” “검찰의 실적을 위한 무리한 수사는 군의 신뢰를 깨고 국가안보를 해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곧바로 방산비리 정부 합동 수사단의 고위 관계자 측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를 아는 한 인사를 통해 “군의 일방적인 주장만 듣고 편향된 기사를 쓰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누가 일방적이고 편향된 주장을 좇았을까요?

황 총장은 1심, 2심 그리고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정부는 황 총장이 국가에 기여한 공로를 높이 평가해 보국훈장을 수여하기로 했습니다. 같은 정부의 어떤 기관은 통영함 비리의 몸통이라며 황 총장을 교도소에 수감하고 어떤 기관은 이제 와서 나라에 공을 세웠다며 훈장을 줍니다.

황 총장은 교도소에서 온갖 수모를 당했습니다. 동료 재소자들은 황 총장을 방산비리 주범이라며 욕하고 폭행했습니다. 사법기관과 청와대는 이런 내용을 파악했으면서도 모른 척했습니다. 가족들은 멀쩡히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퇴직금을 받아서, 또 대출을 받아서 변호사 비용을 댔습니다. 무죄로 밝혀졌지만 황 총장 뿐 아니라 가족도 만신창이가 됐습니다. 방산비리 수사의 피해자는 황 총장과 그의 가족만이 아닙니다.
황기철
● 와일드 캣 사건 관련 군인들도 모두 무죄

해군의 신형 해상작전헬기 와일드 캣 사건에 연루된 장교들도 모두 혐의를 벗었습니다. 방산비리 합수단은 “와일드 캣이 작전요구성능 ROC에 못 미치는데도 시험평가서를 허위로 작성했다”며 장교들을 구속해 교도소로 보냈지만 법원은 혐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본 취재파일 코너를 통해 여러 차례 지적했듯이 와일드 캣은 MB 정부 시절 4대강 사업에 돈 대느라 예산이 반토막 나는 바람에 선택한 대안입니다. 2013년 초 와일드 캣을 선정할 당시 정부의 가이드 라인은 5,890억 원으로 해상작전헬기 8대를 도입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현존 최고의 해상작전헬기라는 시호크는 대당 1,400억~1,500억 원이어서 배정된 예산으로는 4대밖에 살 수 없었습니다. 군은 5,890억 원으로 빠듯하게 와일드 캣을 8대 맞춰 계약했고 와일드 캣은 검찰 보란 듯이 ROC를 모두 충족했습니다.

그럼에도 와일드 캣 선정에 관여했던 장교들은 줄줄이 구속돼 감옥살이를 했고 가족들은 황 총장 가족처럼 변호사 선임에 옥바라지하느라 빈털터리가 됐습니다. 방산비리 가족이라는 손가락질도 감내해야 했습니다. 죄가 없는 것으로 판명됐지만 명예 따위는 돌아볼 겨를이 없습니다. 먹고 살 일이 막막합니다.
와일드 캣
● 무너진 군의 신뢰는 누가 책임지나

일부 매체가 방산비리 사건을 부풀려 연속 보도하자 2014년 10월 대통령이 “방산비리는 이적행위”라고 느닷없이 한마디 했고 정부는 부리나케 검찰을 중심으로 방산비리 정부 합동 수사단을 꾸렸습니다. 합수단은 이후 수조원대 방산비리를 적발했다며 몇 차례 수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통영함, 무기상 이규태 씨, 정옥근 전 해군 총장, 와일드 캣 사건이 가장 대표적인 합수단의 실적입니다.

그런데 통영함의 책임자라는 황기철 총장은 훈장을 받는다고 하고 와일드 캣 선정을 맡은 장교들은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규태 씨 사건과 정옥근 총장 사건은 이미 몇 년 전에 불거졌었지만 합수단의 주역인 검찰이 감사원이 국회가 덮었습니다. 이규태 씨 사건과 정옥근 총장 사건은 달리 말하면 검찰과 국회, 감사원이 몇 년 전 자행한 직무유기 또는 비리 사건입니다.

방산비리는 분명히 있습니다. 검찰비리, 언론비리, 기업비리, 사학비리가 있듯이 방산비리는 있습니다. 방산비리는 국가안보와 직결되기에 다른 비리보다 더욱 엄단해야 합니다. 그래서 방산비리 합수단은 군을 이 잡듯 뒤졌지만 실적은 요란한 빈수레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반면에 억울하게 누명을 쓴 군인들과 군의 신뢰는 철저하게 무너졌습니다. 정부는 모든 이들에게 “군은 비리 조직”이라는 인식을 심었습니다. 국산무기를 개발하다 실패해도 비리이고 실력이 모자라 개발일정을 못 맞춰도 비리라는 시각이 굳어졌습니다. “방산비리는 이적행위”라며 시작한 방산비리 수사가 되레 적을 이롭게 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방산비리 합수단 출신 검사와 수사관들은 두루 승진했고 영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