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은 화려하게 진행됐습니다. 공화당과 민주당 정치인들의 입장과 마지막으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행사장에 입장했습니다. 이후 우아한 팡파르가 울려 퍼지며 아나운서의 소개가 이어졌습니다. “Ladies and Gentlemen, the president elect of United States. Barack H Obama”
미국인이 가장 좋아한다는 빨간색의 타이와 검은 코트를 입은 오바마 신임 대통령이 밝은 미소와 함께 등장했습니다. 그의 등장에 행사 참석자들은 모두 박수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저도 손뼉을 친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대통령 선서식이었습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로버츠 대법원장 앞에서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이 1861년 취임식에서 사용했던 성경에 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했었습니다. 대법원장과 오바마 본인도 긴장했던 것 같습니다. 두 사람 모두 선서식 중 약간의 실수가 있었죠. 그러나 오바마는 여유로운 미소로 넘어갔죠. 옅은 노란색의 코트를 입고 있던 퍼스트 레이디 미셸도 밝은 미소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날 날씨도 상당히 추웠습니다. 추위와 강풍이 겹치면서 이날 체감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혹한 때문에 축하 연주를 준비한 음악가들은 제대로 연주를 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녹음테이프를 틀었다는 뉴스를 본 기억도 납니다. 그러나 혹한 속에도 예상하지 못했던 많은 인파가 모였습니다.
당시 영상만 보아도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미국인들의 사랑은 대단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공중에서 촬영한 국회의사당에서 링컨 기념관까지의 거리 영상을 보면 정말 대단했습니다. 빈 자리가 없었죠. 결국 많은 시민은 야외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취임식을 보아야 했습니다. 역사상 가장 많은 관중이 취임식장에 모였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일부 시민들은 감격해 눈물까지 흘리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었죠.
그런데 오는 1월 20일 예정된 트럼프 새 대통령의 취임식은 약간 걱정이 됩니다. 일단 이날 축하 노래를 불러줄 유명 가수가 A급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 때만 해도 비욘세와 U2, 스티비 원더 등 정상급 가수들이 화려한 공연을 펼쳤습니다. 2001년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취임식 때도 리키 마틴과 제시카 심슨 등 유명 가수가 축하 공연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때는 사정이 다르다고 하네요. 엘튼 존은 취임식 공연 가수로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자마자 바로 거절했습니다. 사실 엘튼 존은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지지한 가수였죠. 또 셀린 디옹도 거절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뉴욕의 명물인 로케트 무용단은 트럼프 취임식에 참석하기로 했지만 돌연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무용단 중 일부가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다며 축하 공연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폭스 뉴스가 보도한 내용을 보면 더욱 충격적입니다. 무용단에 있는 한 여성은 함께 있는 여성 대부분이 취임식에서 공연하기를 원하지 않고 있다는 글을 자신의 SNS에 썼다가 얼마 지나지 못하고 삭제했습니다.그런데 문제가 더 커지면서 로케트 무용단 사장이 여성을 협박했다는 것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자신이 해고된다 해도 공연에 참석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취임식에 참석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트럼프 당선자가 해결해야 할 숙제가 한두 가지가 아닌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소통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