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리포트+] 탄흔서 발견된 '잔인성'…5·18 진실을 밝혀야 하는 이유

[리포트+] 탄흔서 발견된 '잔인성'…5·18 진실을 밝혀야 하는 이유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헬기에서도 무차별 발포를 했다는 사실이 37년 만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감정결과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국과수가 지난해 8월 광주시의 의뢰를 받아 광주 금남로 1가에 있는 '5·18의 역사적 현장'인 전일빌딩의 185발 총탄 흔적에 대해 감식한 결과입니다.

국과수는 지난 12일 "전일빌딩에서 지난해 발견된 총탄 흔적이 80년 5·18 당시 헬기 사격에 의한 탄흔이 유력하다"고 밝히며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식 보고서를 광주시에 전달했습니다.

■ 37년 동안 군이 강력 부인한 '진실'
관련 사진
국과수의 이번 발표는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 여부를 정부 기록으로서 처음 인정한 것이란 의미가 있습니다. 그동안 계엄군의 헬기 사격은 의혹과 증언만 있는 상태였습니다.
 
작년 9월 선종한 조비오 신부는 89년 2월 국회의 5·18 진상규명 청문회에 출석해 자신이 목격한 헬기 사격에 대해 증언했습니다.

80년 5월 광주에 머물렀던 미국인 선교사 아널드 피터슨도 95년 펴낸 저서 ‘5·18 광주사태’에서 “5월 21일 오후 3시15분쯤 헬기가 거리의 군중을 쏘기 시작하면서 병원에 환자들이 몰려들었다”고 적었습니다.

이처럼 확인된 목격자만 20명 안팎에 달했지만,구체적인 증거가 없었고 군은 해당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해 왔습니다.

그동안 계엄군이 헬기에서 총을 난사했다는 확실한 물증은 없었고, 군 당국은 해당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이번 국과수의 감정 결과는 그간 수많은 목격자들이 외쳐온 진실을 정부 차원에서 마침내 공식 인정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 185발의 탄흔 속 감춰진 진실 드러낸 '국과수'

탄흔이 발견된 전일빌딩은 5·18 당시 시민군이 계엄군을 피해 몸을 숨겼던 은신 장소이자 계엄군의 진압에 맞서 마지막까지 항쟁했던 공간입니다.

옛 전남도청과 함께 ‘5·18항쟁의 상징 건물’로 여겨지는 곳이죠.

국과수는 지난해 8월 이후 광주시 전일빌딩에서 세 차례 정밀한 현장 분석 작업을 벌였습니다.

조사 결과 전일빌딩 외벽과 내부에서 모두 185개의 총탄 흔적이 발견됐고, 국과수는 총탄이 헬기에서 사격된 것으로 결론지었습니다.

국과수가 밝힌 그 근거는 다음의 세 가지로 추려집니다. 첫째, 총탄 흔적의 각도가 수평 또는 하향이었다는 것. 둘째, 벽이 있는 바닥에도 총탄 흔적이 남았다는 것. 셋째, 당시 전일빌딩 주변에 고층 건물이 없었다는 것. 

때문에 호버링, 즉 공중정지 상태의 헬기에서 총이 발사된 것이라는 결론입니다. 
관련 사진
국과수는 당시 사용된 총기가 어떤 것인지는 아직 판단을 유보한 상태입니다. 국과수는 M-16 소총일 가능성을 우선 추정하면서도 M-60 기관총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 계엄군 측은 집단 살상을 시도했나

이번 국과수 감정서는 5·18 당시 계엄군의 무자비한 진압 실상을 추가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헬기 사격은 당시 군이 단순한 시위 진압이 아니라 집단 살상을 시도했다는 증거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관련 사진
당시 군에서 헬기 사격을 실시했다는 것이 확인될 경우, 그간 군에서 내세운 ‘정당방위’나 ‘자위권 발동’ 따위의 발포 이유는 무색해집니다.

군 당국은 89년 국회의 5·18 진상규명 청문회와 95년 검찰의 5·18 수사 때 “(80년 광주에서) 수만 명의 시민이 몰려든 데다 장갑차마저 탈취해 장병(계엄군)의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 자위권 차원에서 발포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 더 밝혀져야 할 5·18의 진실
관련 사진
국과수의 감정 결과가 발표된 12일 정수만 전 5·18 민주유공자유족회장은 “진실 찾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말했습니다.

계엄군이 헬기 사격을 요청했다는 내용의 군 보고서와 이번 국과수의 판단으로 드러난 잔인하고 조직적인 학살 시도의 전모를 밝혀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40년 가까이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많은 것들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당시 헬기 사격을 처음 지시한 사람이 누구였는지, 헬기 사격에 의한 사상자가 몇 명이나 됐는지, 또 희생자들은 누가 어디로 옮겼는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습니다.

스페인 태생의 미국 철학자인 '조지 산타야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 과거를 반복한다."

우리가 5.18의 진실을 캐고 기억해야 할 이유입니다.

(기획, 구성 : 김도균, 정윤교 / 디자인 : 정혜연)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