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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특검의 자신감…'딜레마'에 빠진 이재용

[리포트+] 특검의 자신감…'딜레마'에 빠진 이재용
오늘(13일) 오전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등장한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금명(今明)입니다. 한자어인 금명(今明)은 오늘(今日)이나 내일(明日) 사이를 뜻하는 말로 금명간(今明間)이라는 표현으로도 쓰입니다.

이 단어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이유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하 특검)이 '금명간'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특검의 박근혜 대통령 뇌물죄 수사가 정점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어제 오전 9시 반쯤 특검에 불려 나와 22시간가량 조사를 받은 뒤 오늘 오전 8시쯤 귀가했습니다.

특검의 칼끝은 재계 서열 1위인 삼성그룹 오너를 직접 겨누고 있습니다.

특검이 이 부회장을 사법처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가운데, 이번 '리포트+'에서는 특검이 자신감을 보이는 배경과 혐의를 입증할 증거는 무엇인지 살펴봤습니다.

■ 특검의 자신감, 여러 개의 '스모킹 건'

특검은 이 부회장을 강도 높게 조사한 뒤 최지성, 장충기 등 다른 삼성 임원들과 함께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특검은 혐의 입증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는 상황입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삼성 간 뒷거래의 중심에 이재용 부회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죠.

특검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게 적용한 주요 혐의는 '뇌물 공여'입니다.

최순실 씨 독일 회사에 지원하기로 계약한 220억 원과 장시호 씨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건넨 16억 원, 미르와 K스포츠재단 등에 출연한 204억 원 등 약 440억 원이 모두 뇌물이라고 특검은 보고 있는 겁니다.

이 돈이 모두 회삿돈으로 처리된 만큼 특검은 횡령 혐의도 함께 검토한다는 입장입니다. 이 부회장은 국회 청문회에서 위증한 혐의로 고발된 상태입니다.

특검은 최 씨의 딸 정유라 씨 등 최씨 일가에 대한 지원의 핵심에 이 부회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승마협회 지원을 비롯한 각종 지원을 이 부회장이 주도적으로 했다는 겁니다. 이를 입증할 수 있는 다양한 물증도 특검은 이미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특검이 잡아낸 석연찮은 '정황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가 공모했다는 의혹과 이재용 부회장이 뇌물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는 무엇일까요?

2014년 9월, 박 대통령은 이 부회장과 독대한 자리에서 '승마협회 지원'을 요구했습니다.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이듬해 3월, 삼성의 박상진 사장이 승마협회장을 맡았죠.

2015년 7월 17일, 삼성 합병의 키를 쥐고 있던 국민연금은 합병 시너지를 조작해가면서까지 합병을 찬성했습니다.

그로부터 8일 뒤, 박 대통령은 이 부회장과 다시 독대한 자리에서 "지원이 부족하다"고 질책하며, 승마협회 간부 두 명의 교체도 요구했습니다.
지원이 부족하다는 박근혜
공교롭게도 이 시점은 최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출산 후 승마를 다시 시작하기 위해 독일로 건너간 직후였죠. 이후 삼성은 박 사장을 독일로 출국시키며 적극적으로 최씨 일가 지원에 나섰습니다.

2015년 11월에는 삼성이 최 씨에게 좌지우지되는 정황도 다수 파악했습니다. 명마 살바토르를 구입해 최 씨에게 전달했는데, 말의 소유주를 삼성으로 등록했다가 최 씨에게 혼쭐이 난 겁니다.

최 씨가 "대통령이 말을 사주라고 했지 빌려 달라고 했느냐"며 격노했다는 진술이 박원오 고문에게서 나왔습니다. 사장은 이 말을 전해 듣고 최 씨에게 "원하는 대로 다 해 드리겠다"며 한껏 몸을 낮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삼성의 적극적인 지원에 만족했던 걸까요?

박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에티오피아 순방에 동행한 박 사장을 이례적으로 헤드테이블까지 불러서 앉혔습니다. 특검은 박 사장으로부터 "당시 박 대통령이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싶었다'고 말해 당황했다"는 진술도 받아낸 상태입니다.

■ 말 바꾼 이재용의 '약한 고리'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을 소환한 것은 구속영장 청구를 위한 명분 쌓기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입니다.

영장 청구 가능성을 높인 것은 이 부회장의 '말 바꾸기'였습니다.

이 부회장은 검찰에서 최순실 씨에 대한 지원이 '정상적인 지원'이라고 했다가 특검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강요에 못 이겨서 돈을 줬다'라고 말을 바꾼 겁니다.
이재용의 말바꾸기
진술이 흔들릴 경우 영장청구의 주된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삼성 뇌물죄 수사에서 삼성의 가장 '약한 고리'는 검찰과 특검 단계에서 진술이 흔들렸다는 점입니다.

이 부회장은 최 씨를 몰랐고, 지원 여부도 몰랐다고 주장해왔습니다. 하지만, 특검은 이 부회장이 어떻게 진술을 하느냐에 따라서 논리적 허점을 막기 위한, 시나리오들을 준비해둔 것으로 보입니다.

이 부회장의 진술을 듣고 있다가 증거와 다른 진술이 나올 경우에 ‘거짓말을 하고 있다’, ‘죄질이 좋지 않다’라고 하면서 구속 필요 사유로 삼을 가능성이 높은 겁니다.

이번에 특검이 이 부회장 소환한 것이 구속영장 청구를 위한 명분 쌓기 성격이 강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 '딜레마'에 빠진 이재용 부회장

오늘 새벽까지 특검 조사실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상당히 머리가 아팠을 겁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입니다.
[SBS 법조팀 이한석 기자]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을 조사해보고, 구속영장 청구할지 결정하겠다고 얘기했는데, 이게 무슨 얘기냐 하면 '자백해라', 그러면 불구속 수사를 하겠다는 뜻입니다.

근데 자백을 하면, 즉 '뇌물을 줬다'고 얘기를 하면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을 수 있겠습니다만, 자백을 했으니까 중형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만약에 자백을 안 하고 '피해자다' 아니면 계속 혐의를 부인할 경우에는 특검 입장에서는 죄질이 안 좋다고 하면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겁니다.

그러니 이재용 부회장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란 말이죠."
이 부회장 조사 이후 특검에서 구속영장 청구 검토라는 말이 나왔다는 건, 결국 이 부회장이 자백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 순간에도 이재용 부회장은 다음 행보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딜레마' 속에서 갈등하고 있을 겁니다.

(취재: 박상진, 이한석, 전병남, 민경호 / 기획·구성: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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