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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호의시사전망대] 김용민 "김기춘, 영화를 바이러스라고 인식하는 듯"

* 대담 : 김용민 시사 평론가, 최영일 시사 평론가

[박진호의시사전망대] 김용민 "김기춘, 영화를 바이러스라고 인식하는 듯"
- '문화가 답이다'고 했던 조윤선, 리스트 당사자들 "사퇴가 답이다"
- 블랙리스트 인사들, 이념보다 反박 인사들 저지른 잘못
- 朴 블랙리스트로 편 가르기? 일종의 통치기술
- 대통령에겐 '순수한 국민' '불순한 국민'이 있다?
- 1만 명 블랙리스트는 대통령의 '불순한 국민' 명단
- 영화 '변호인' '광해' 해외 상영금지? 보수 정권이 시장 통제 놀라워
- 김영한 비망록, 영화 '변호인' 옆에 응징 말살이라고 쓰여 있어
- "각종 리스트 넘쳐나는 대한민국 현실은 Back In Black"

▷ 박진호/사회자:

대한민국 지성을 위협하는 사건이었죠. 블랙리스트 파문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전망대가 거리로 나가서 직접 들어봤습니다. 오늘 4부에서는 전방위 블랙리스트 파문 자세하게 짚어보는 특별한 대담을 준비했습니다. 인기 팟캐스트 진행자시죠. 김용민 시사 평론가 나와 주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 김용민 시사 평론가:

네. 안녕하십니까. 

▶ 최영일 시사 평론가:

네. 안녕하세요.

▷ 박진호/사회자:

리스트라고 하면 보통 들어가서는 안 되는 개념인데. 이번에는 블랙리스트에 내 이름이 올라서 다행이다. 이렇게 말하시는 분들이 있을 정도예요. 그 연장선상인 것 같은데. 사실 블랙리스트에 이름 올린 문화예술인들이 바로 오늘이죠. 광화문에서 블랙리스트 버스를 타고 문화체육부 세종시 관사를 방문한다고 하는데요.

▶ 김용민 시사 평론가:

예. 지금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조윤선 장관인데. 이 분이 18대 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 있을 때 국회 문광위 소속위원이었습니다. 그 때 그 분이 신문 잡지에 낸 글들을 모아서 낸 책이 있는데, 책 제목이 ‘문화가 답이다’인데요. 그런데 이번에 블랙리스트 버스 타신 분들의 구호 중 하나가 ‘사퇴가 답이다’입니다.

▷ 박진호/사회자:

이게 청문회에서 18번 질문을 받으셨나요? 블랙리스트 존재한다. 이런 모습, 좀 안타까운 모습.

▶ 최영일 시사 평론가: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 한 가지 질문만 18번을 했고요. 결국은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 인정하느냐, 아니냐. 인정한다는 답을 이끌어내기는 했는데. 사실은 법조인 출신이에요. 조윤선 장관이. 그러다 보니까 블랙리스트가 존재합니다라고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아 예술인들이 지원에서 배제된 명단이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이렇게 아주 절묘한 대답을 했네요.

▶ 김용민 시사 평론가:

그렇죠. 사실은 하철경 예총 회장. 이 분 같은 경우에는 작년 20대 국회의원 선거에 새누리당 비례대표 지원을 한 분입니다. 그런데 이 분도 블랙리스트에 들어가 있어요. 예술인 지원을 좀 더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는데. 이게 밉보인 게 아닌가.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나 같은 보수적인 사람도 왜 여기에 속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얘기하고 있으니... 그런데 확실한 것은 이 정부가 사람 가르는 것, 편 가르는 것은 일종의 통치 기술이라는 느낌도 받았어요. 구체적으로 세월호 가족. 일반인 유가족하고 단원고 학생 유가족하고 편 가르기 하는 일도 있었고요. 보육 문제 관련해서 직장맘 그리고 전업주부. 이렇게 편 가르기도 했고요. 곳곳에서 정국 운영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국민이 편 가르고 싸워버리면 정부는 그 책임을 비교적 덜 져도 되는 구도가 형성됐거든요.

▶ 최영일 시사 평론가:

그런데 이게 정국 통치 기술로 보든, 정국 운영의 하나의 기술로 보든 원활하지가 않았죠. 이것 때문에 곳곳에 싸움이 났는데. 저는 떠오르는 것이 2014년 세월호 당시로 가면 대통령께서 유가족들이 청와대 행진, 청와대 방문, 대통령이 꼭 좀 만나달라고 하소연 할 때. 순수한 국민은 만나주겠지만. 이런 전제를 답니다. 여기서 대통령의 인식, 기준이 순수한 국민이 있고요. 그 반대에는 불순한 국민이 있는 건데. 이번에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해서도 대통령의 전언이 일부 보도되기 시작했는데. 건전도서를 지원하라. 이게 출판 지원에 관한 얘기입니다.

▷ 박진호/사회자:

이것은 과거 건전가요, 이런 것을 떠오르게 하네요.

▶ 김용민 시사 평론가:

그러니까 대통령하고 친하냐, 친하지 않느냐. 이것으로 편 가르기가 이뤄졌다는 겁니다. 이게 보수, 진보 이런 차원이 아니라. 지난 총선 때 보더라도 새누리당 안에서 진실하냐, 진실하지 않느냐. 이것은 결국 대통령과 가까우냐, 가깝지 않느냐. 평소에 바른 말 하느냐, 평소에 대통령 듣기 쓴 소리를 하느냐, 안 하느냐. 말 그대로 충성하느냐. 이런 잣대로 자꾸 가르기를 하다 보니까. 국민들을 자연스럽게 대통령에게 잘 보이면 덕 보고 대통령에게 잘못 보이면 참 여러 가지로 곤란하다는 인식을 은연중에 심어주기 위해서라도. 이런 편 가르기를 시도했던 것이 아닌지.

▷ 박진호/사회자:

결국 블랙리스트라는 것을 만든 착상의 배경에는 국가 안보. 이런 발상이 있었다는 점을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인데. 이것 역시 상당히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볼 수밖에 없네요.

▶ 김용민 시사 평론가:

예. 김기춘 실장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말살시켜야 한다. 말살이라는 표현. 이것은 사실 굉장히 부정적인 표현 아닙니까? 그런데 본인 입으로 아무개를 말살시켜야 한다. 이런 식으로 표현했다고 한다면 이것은 블랙리스트의 의도가 너무나 빤히 보이는 것이고. 한 마디로 본인도 이게 굉장히 부정적인 지시고, 또 이런 여파를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인지하고 이렇게 말살하라고 한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판단이 되거든요.

▷ 박진호/사회자:

두 가지 새로 나온 보도가 주목이 돼요. 어제 나온 보도가 국내에서 굉장히 인기를 끌었던 ‘변호인’, ‘광해’, 또 ‘천안함 프로젝트’, 다큐멘터리 영화죠. 이 영화에 대해서 해외 상영을 사실상 금지하는 조치가 하달됐다는 게 외교관 분의 증언으로 드러났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 최영일 시사 평론가:

맞습니다. 육성 고백 들었는데요. ‘변호인’은 CJ가 바로 거론이 되는데. CJ는 배급을 했던 거죠, CGV를 통해서. 처음에는 개봉관 자체를 통제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만든 회사는 NEW라고 하는 제작사입니다. 그런데 이게 흥행에 탄력을 받으니까 천만 명이 휙 넘어가면서 CJ 입장에서야 관객이 드는데 개봉관을 늘이지 않을 수가 없었겠죠. 이게 시장 원리입니다. 제가 이번 정부가 매우 이상한 것은 무엇이냐면. 보수주의 하면 자유시장경제를 오히려 극대화 하려는 노력을 하는데 시장을 통제하려고 했다는 게 놀라운 점이에요. 문화시장이지 않습니까?

▷ 박진호/사회자:

그 영화들도 무슨 시민단체에서 만든 영화도 아닌데.

▶ 최영일 시사 평론가:

그리고 이 ‘변호인’을 많은 분들이 보셨겠지만. 대한민국 헌법 1조를 강조하면서 부림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만. 그 내용이 무슨 사회주의적인 영화나 공산주의적인 영화가 아니에요. 대한민국에서 벌어졌던 70년대 권위주의 통치 시절의 잘못됐던 점을 부각시키는, 공안통치의 문제점을 오히려 예리하게 비판하는 건데. 그것을 반대하려고 했다. 아까 말살이라는 표현 쓰셨습니다만. 또 다른 표현은 故 김영한 민정수석의 비망록에는 응징이라는 말도 나오거든요. 응징과 말살. 그러면 이게 정말 적대시했다는 건데. 이 변호인이라는 영화 자체는 21세기 민주주의 국가에서 저런 사건이 있었구나 하는 역사적인 환기와 함께 민주주의라는 것은, 개인의 자유라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깨닫게 해주는 영화예요. 광해는 심지어 사극입니다. 그런데 다만 이것이 노무현 대통령을 연상케 한다. 그 이유는 하나인데. 당시 문재인 후보가 이 영화를 보고 펑펑 울었다. 이런 보도가 나왔죠.

▷ 박진호/사회자:

지금 출판계에도 송인서적 부도 사태로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사실 현 정부 들어서 출판계가 무언가 개혁진보 담론의 요람이다. 이런 식의 눈총을 받으면서 상당히 감시의 대상이 됐었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특히 보도를 보면 대통령이 이른바 창작과비평, 창비죠. 그리고 문학동네. 이런 유명 출판사를 언급하면서 ‘건전 문예지에는 왜 지원을 안 하느냐. 건전 세력이 불만이 많다.’ 이런 지적을 했다고 하는데요. 이것도 좀 황당한 내용인 것 같아요.

▶ 최영일 시사 평론가:

그러니까 창비나 문학동네가 불건전 출판사라고 한다면. 국내 대형 출판사거든요. 가장 많은 종수를 출간하고 번역서를 비롯해서 베스트셀러를 많이 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게 한 종당 천만 원 지원해주는 세종도서라고 하는 지원기금. 이게 68년부터 시작했으니까 박정희 정부 때부터 지금까지. 군사정부를 거치면서 계속됐던 사업이에요. 이번 정부에 이게 폐지가 되는데. 그 이유가 대통령이 단 한 권도 지원하지 말라고 지시를 했는데 한 권도 지원 안 할 방법이 없었던 거예요. 

결국 사업 자체를 폐지하게 되는 놀라운 일이 벌어지는데. 지금 창비와 문학동네가 지목돼서 출판계도 깜짝 놀랐습니다만. 일반 대중들은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에 송강호도 있어, 김혜수 씨도 있어. 깜짝 놀라는 거고요. 이처럼 유명 스타들이. 그래서 이게 할리우드 1950년대의 매카시즘과 연결이 되는, 연상이 되는 거예요. 그리고 출판계에서는 지난해에 맨부커상을 탔던 ‘채식주의자’의 작가 한강 씨. 블랙리스트에 있다고 하니까. 그러면 지난해에 얼마나 정부는 놀랐겠습니까. 맨부커상이 세계 3대 문학상인데. 고은 시인이 노벨문학상을 절대 타지 말기를 바랐을 정부가 이번 정부 아니냐. 이런 생각이 들면서. 

그렇다면 이게 문화 융성이라는 4대 국정 기조 중 하나가 있었는데. 문화 융성이 매우 편향된 정책적 발상으로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실제로 대통령과 최순실의 녹취를 보니까요. 정호성 전 비서관의 녹취 파일에서 나왔습니다만. 처음에 2013년 2월 취임식 직전에, 오방낭 행사가 아마 기획되고 있었을 당시인데. 최순실 씨와 대통령의 논쟁이. 최순실 씨는 문화체육 융성이라고 하자. 이게 미르, 케이스포츠 재단을 바로 연상시키는 게 취임 전부터 있었다는 얘기죠. 대통령은 이것을 노골적으로 하면 역풍을 맞으니 그냥 문화 융성으로 하자. 이렇게 결정됐다는 것 아닙니까.

▷ 박진호/사회자:

김용민 평론가님. 총평 한 번 해주시죠.

▶ 김용민 시사 평론가:

예. 사실 블랙리스트 만들 수 있지.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다 잘못됐다고 말하죠. 다만 블랙리스트 만들었다는 사람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쉽게 자백하기 어렵죠. 워낙 죄질이 무거우니까요. 특검 수사가 탄력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일단 지켜봐야 할 텐데.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 똑같이 세금 내고 똑같이 군대 갔다 왔는데 대통령과 친하지 않다는 이유로 배제되고 억압된다면 이건 공화국이 아니죠. 지금 특검도 헌법 재판도 이 공화국을 회복하기 위한 과정이기 때문에. 엄중한 우리의 사후에 대한 정밀한 점검도 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오늘 블랙리스트 얘기를 하다보니까 생각나는 노래가 있네요. ‘Back In Black’인데요. AC/DC의 노래입니다. 이 노래 제목처럼.. 어둠으로 돌아간다고 할까요. 좋은 노랜데, 제목이 딱 우리 현실에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저는 내일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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