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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국정역사교과서 홍보 요청…지자체 '문전박대'

[취재파일] 국정역사교과서 홍보 요청…지자체 '문전박대'
교육부는 지난달 초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국정역사교과서 홍보물을 보냈다. 종이 박스 1상자에 담겨 지자체 자치행정과에 배달된 것은 50여 쪽 분량의 홍보 책자와 책자 내용을 요약한 수백 장의 작은 리플릿이다. 광역 뿐 아니라 시,군,구 등 기초자치단체에까지 발송했다. ‘올바른 역사교과서 무엇이 달라졌나요?’라는 제목의 홍보 책자는 역사 교과서 추진 배경과 함께 기존 교과서와 달라진 내용을 소개했다. 
국정역사교과서 홍보물
교육부는 별도로 공문도 보냈다. 자치단체 본청 민원실, 주민자치센터, 심지어 보건소까지 홍보물을 비치해 국민들에게 알려 달라고 했다. 교육부가 전국 교육청이 아닌 시청, 도청, 군청, 구청에 직접 홍보물을 보내 홍보를 요청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홍보물 배포는 지난해 11월 28일 이준식 교육부장관이 기자회견을 열어 현장 검토 본 웹사이트 공개와 의견 수렴 계획을 밝힌 뒤 일주일 가량 지난 뒤에 이루어졌다.
국정역사교과서 홍보물
교육부 협조 요청을 받은 지자체의 태도는 각각 달랐다. 대전 유성구는 일단 본청 민원실에만 홍보물 일부를 비치했고, 주민자치센터나 보건소에는 보내지 않았다. 나머지 대부분의 홍보물은 종이 박스에 담겨 자치행정과에서 보관하고 있다. 구청은 “갈등이 있는 정책을 지자체에서 홍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민들의 항의가 있었다”고 했다. 더 이상 비치할 계획이 없고, 주민센터나 보건소는 보내지 않을 것 이라고 덧붙였다. 충남 공주시도 사정은 비슷했다. 교육부로부터 받은 홍보물을 민원실이나 주민센터, 보건소에 비치하지 않았다. 홍보책자와 리플릿은 박스에 담겨 민원실 한쪽 구석에 처박혀 있다. 시청은 “홍보하기가 애매해서 보관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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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의 요청을 받아들인 자치단체들도 최근 국정역사교과서 홍보물을 앞다퉈 회수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국정역사교과서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고, 지난해 12월 27일 교육부가 현장 적용 시기를 내년 3월로 1년 미룬다고 발표하자 논란이 되고 있는 역사 교과서를 더 이상 홍보할 수 없다는 판단에 수거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또 대선 결과에 따라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 정치적 판단도 깔려있다. 충남 아산시는 시청 민원실 등에 배포된 리플릿 5백 30부와 홍보 책자 42권을 모두 회수했다. 대전 대덕구도 구청민원실과 주민센터, 보건소에 있던 홍보물을 치웠다.   
국정역사교과서 홍보물
국정역사교과서 홍보물이 문전박대 당하고 있지만 교육부는 부정적 여론에 아랑곳없이 마이웨이다. 교육부는 지난 4일 내년부터 중·고등학교에서 국정.검정교과서를 함께 사용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령 안을 입법예고했다. 주요 내용은 '국·검정도서가 모두 개발되어 있을 때 학교의 장은 국정 도서 또는 검정 도서를 선정,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검정실시 공고 기간도 최초 사용 학년 1년 6월 이전에서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 조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이 같은 개정안을 다음 달에 확정하기로 했다.
국정역사교과서 현장적용계획 발표
교육부의 국정역사교과서 강행 의지와 달리 학생들의 교육을 실질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교육청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고 반대가 확고하다. 전국 17개 교육청 가운데 13개 교육청은  오는 3월부터 국정역사교과서를 가르칠 연구학교 지정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연구학교로 지정되면 1천만 원의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교육청들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교육부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13개 교육청은 서울,경기,인천,강원,세종,경남,광주,충북,충남,부산,전북,전남,제주 등이다.

교육부는 조만간 연구학교 지정 절차를 시작해달라는 공문을 시,도교육청에 보내고, 협조하지 않는 교육청은 제재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장관이 교육정책추진.교과용도서 검증 등의 목적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교육감에게 연구학교 지정을 요청할 수 있고, 교육감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요청에 응하여야 한다”는 교육부령을 근거로 들고 있다. 하지만 ‘특별한 사유’의 해석과 범위를 놓고도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정부는 늘 수요자 눈높이에 맞춘 정책 개발과 집행을 강조하고 있다. 홍보물조차 외면당하고 있는 국정역사교과서가 과연 국민 눈높이에 맞춘 행정인지 되묻고 싶다. 국민의 신뢰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줄 때 싹이 트고 튼튼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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