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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인기 절정의 '뽑기방'…뽑기 열풍의 그늘

[리포트+] 인기 절정의 '뽑기방'…뽑기 열풍의 그늘
최근 인형과 캡슐 등을 뽑는 '뽑기방’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과거 동네 문방구나 구멍가게 앞에 한두 대 설치됐던 인형뽑기 기계와 캡슐뽑기 기계가 점점 큰 규모를 갖추기 시작했고, 유행을 타면서 새로운 업종까지 만들어 낸 겁니다.

■ 뽑기 열풍 한창인 2030

'뽑기방이 100m마다 하나씩 있다'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인데, 이런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었습니다.

서울 주요 상권뿐 아니라 인천 차이나타운, 전주 한옥마을 등 에 이어 제주까지 전국적으로 뽑기방 시장이 확대된 겁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지난 2015년 21곳에 불과했던 뽑기방은 지난해 8월에 147곳으로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500곳 이상으로 늘었습니다.

2년 사이 24배 정도 증가한 겁니다. 여기에 집계되지 않은 곳까지 포함하면 실제 점포 수는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입니다.

뽑기의 높은 인기는 SNS 등 온라인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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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기 열풍이 이토록 세를 불린 건 2030 세대 덕이라는 분석입니다.

이 세대가 주로 다니는 대학가나 유흥가 등을 중심으로 뽑기방이 퍼지고 있는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합니다.

■ 뽑기방, 왜 이렇게 인기일까?

젊은 세대는 왜 어린이들의 전유물이었던 뽑기에 열광하고 있는 걸까요?

요즘 젊은층 사이에서 자주 거론되는 '탕진잼'이라는 신조어에 그 실마리가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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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곳에 돈을 탕진하는 재미'라는 뜻의 '탕진잼'이라는 말에는 빡빡한 세상살이 속에서 작은 사치라도 누려보려는 심리가 담겨 있다고 합니다.

이 탕진잼의 대상으로 뽑기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뭘까요?

■ 대표적인 '불황업종' 뽑기

일반적으로 불황기에 도박 시장이 불야성을 이루는 현상과 요즘의 뽑기 열풍이 비슷한 맥락에서 설명되기도 합니다.

불황이 찾아오면 적은 돈으로도 큰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업종에 사람들이 몰리기 마련인데, 이 뽑기가 대표적인 불황업종이라는 거죠.

실제 요즘 우리나라 경제 상황은 상당히 암울한 분위기입니다.

최악의 조선업계 불황으로 대량 실직 우려가 터져 나온 경제 침체기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미 대선 이후 불안한 금융시장 등으로 소비자심리지수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월 이후 7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이렇게 뽑기방의 인기는 불황심리를 타고 번성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 작은 투자 큰 만족?…성취에 굶주린 젊은이들

이런 불황의 분위기 속에 뽑기가 주는 어떠한 만족감 내지는 성취감이 이런 인기를 더 크게 했다는 분석입니다.

구직이나 시험 등 만만치 않은 현실 속에서 성취감을 느끼기 힘든 젊은이들에게 이 '뽑기방'이 일상 속 작은 행복을 선물한다는 겁니다.

1천 원에서 1만 원 사이의 돈을 들여 눈앞에 목표를 뽑아내는 과정에서 현실보다는 훨씬 쉽게 성취감을 느끼며 스트레스를 푼다는 겁니다.

■ '키덜트족'도 영향 준 '뽑기방' 열풍

아이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을 뜻하는 '키덜트'들이 많아진 현실도 뽑기방 열풍에 한몫했습니다.

뽑기 기계 안에 들어 있는 1960∼1980년대에 유행했던 캐릭터 피규어와 미국 마블, DC 코믹스 등의 캐릭터 피규어가 이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는 평가입니다.

또 과거 걱정 없었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키덜트족들에게 뽑기방은 편안하고 행복했던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 뽑기=도박?…일부 우려도

일부 전문가들은 뽑기방 유행에 우려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1만 원 안팎의 비용이 드는 뽑기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사실 그 중독성은 도박에 버금간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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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기 역시 도박과 마찬가지로 경위와 경과가 불확실한 사건이나 활동에 돈이나 그에 상응하는 것을 걸어 요행을 바라는 행위라는 거죠.

실제로 인형을 뽑을 때의 이른바 '손맛'을 잊지 못하거나, 한 번만 더 하면 꼭 뽑힐 것만 같다는 생각 때문에 자꾸 뽑기를 하게 된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과한 지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초기 건전한 게임이었던 '바다이야기'나 '유희왕 카드놀이'가 도박으로 변했던 것처럼 이 뽑기 놀이에 대한 우려도 그저 무시할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기획·구성 : 김도균, 정윤교 / 디자인 :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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