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봅슬레이 전향' 여호수아 "아내에게 멋진 모습 보여주고파"

'봅슬레이 선수로 인생 2막' 여호수아 인터뷰

[취재파일] '봅슬레이 전향' 여호수아 "아내에게 멋진 모습 보여주고파"
한국 남자 단거리 육상의 간판으로 활약했던 여호수아 선수가 최근 봅슬레이로 전향해 화제입니다. 여호수아는 김국영과 함께 한국 남자 육상 100m와 200m에서 라이벌 구도를 이뤘던 선수입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200m에서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의 장재근 이후 28년 만에 메달(동메달)을 따냈고, 1600m 계주에서는 결승선을 앞두고 몸을 던지는 투혼으로 극적인 역전극을 펼치며 대표팀에 은메달을 안겼습니다.

2014년 고향인 인천에서 육상 선수로서 최고의 순간을 맛봤던 여호수아는 이듬해인 2015년 선수 인생의 최대 위기를 맞았습니다. 2015년 2월과 9월에 두 차례 오른쪽 무릎 수술을 받았습니다. 치료와 재활에 꼬박 2년이 걸렸습니다. 선수 인생의 기로에 선 여호수아에게 봅슬레이 대표팀의 이용 감독이 깜짝 놀랄만한 제의를 했습니다. 봅슬레이에 도전해보지 않겠냐고.

"이용 감독님이 마음의 문을 닫고 듣지 말라고 하시면서 저한테 전향할 마음이 없냐고 제의를 하셨죠. 저는 당시 봅슬레이에 대해 전혀 생각한 바가 없어서 솔직히 처음에는 대충대충으로 그다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이용 감독은 여호수아를 눈여겨본 이유에 대해 그의 순발력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운동 선수로서 성실성과 자기 관리 능력, 그리고 마음가짐 때문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용 감독의 끈질긴 설득에도 여호수아는 30년 인생 중 20년을 해온 육상에 대한 미련, 그리고 전혀 생소한 봅슬레이 도전에 대한 걱정 때문에 선뜻 결정을 하지 못했습니다.

여호수아는 육상 선수로서 가장 아쉬운 것이 200m 한국신기록을 작성하지 못한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200m 한국 최고기록은 1985년 장재근이 세운 20초 41로 32년째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고심을 거듭하던 여호수아가 봅슬레이 전향을 결심한데는 아버지의 조언이 결정적이었다고 합니다. 여호수아는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아버지의 조언을 구하고 도움을 받는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목사이고 여호수아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독실한 기독교 신자입니다.
여호수아 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
"저는 아버지와 항상 의견을 많이 공유하는 편이고, 봅슬레이로 전향하게 된 계기도 아버지의 역할이 컸던 것 같아요. 아버지께서 미련없이 넌 할만큼 했다 육상에서는 할만큼 했고 보여줬으니까 봅슬레이 전향은 기회인거 같다 너한테. 아무한테나 오는 기회가 아니기 때문에 한 번 도전해봤으면 좋겠다. 이것도 모험이고 저것도 모험이라면 더 큰 모험을 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말씀해주셔가지고 거기에서 힘을 얻었어요. 용기가 생겼고."

여호수아는 육상 선수로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그리고 2011년 대구 세계 육상선수권 등 각종 메이저대회에 출전했지만 유일하게 올림픽 무대는 밟지 못했습니다. 선수로서 최대 꿈인 올림픽에 대한 아쉬움이 늘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봅슬레이 선수로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도 결정에 크게 작용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꿈.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되는 것이 꿈이잖아요. 솔직히. 그거 하나 보고 가는 거에요. 올림픽 메달 하나 정도 나한테 있다고 하면 내 장식장에 같이 있으면 너무 예쁠 것 같아요."

여호수아는 현재 월드컵에 출전하느라 외국에 머물고 있는 봅슬레이 대표팀이 다음달 귀국하면 본격적으로 썰매를 미는 훈련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그 때까지는 육상 훈련과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몸을 만들 계획입니다. 무엇보다 체중을 불리는 게 급선무입니다. 여호수아의 원래 몸무게는 74kg이었는데 지금은 81kg까지 불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용 감독으로부터 102kg까지 불리라는 과제를 부여받아서 아직 20kg 이상을 더 찌워야 합니다. 

"제가 20년 동안 육상을 하면서 몸 관리를 해서 그나마 이런 선수가 된 것 같아요. 그게 뭐냐면 아주 사소한 건데 탄산음료 안 마시고 라면 같은 거 안 먹고 패스트푸드 같은 거 안 먹고 최대한 그렇게 살아왔었는데 지금은 이것 저것 안 가리고 햄버거도 먹고 탄산 음료도 먹고 저 나름 방탕한 생활을 하고 있죠.(웃음). 몸무게를 늘렸을 때 제일 걱정되는 것은 아무래도 제가 무릎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체중을 늘리면서 그만큼 운동을 할 때 무릎에 무리가 갈테니까 부상에 대한 염려는 없지 않아 있어요."
 
"제가 아직 평창 슬라이딩센터 가서 썰매를 만져보지도 않았고 직접적으로 경험한 것은 아직 없고요. 이용 감독님과 얘기해서 훈련 스케줄 이런 거만 공유만 된 상태고 지금은 유튜브 봅슬레이 경기 영상을 통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있습니다."
여호수아 아내와 함께 찍은 사진
여호수아는 2015년 12월에 결혼했는데 육상 선수 시절 경기 모습을 아내에게 보여주지 못한 것이 지금도 많이 아쉽다고 합니다. 그래서 봅슬레이 선수로서 평창 올림픽에서 당당하게 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하다고 했습니다.

"아내가 육상 선수로서의 여호수아를 보지 못해서 그게 제일 아쉽죠. 제일 멋있었을 때니까 (웃음) 그래도 우리나라 평창에서 경기하는 모습을 제가 올림픽 최종엔트리에 들어가서 보여줄 수 있다고 하면 아내가 너무 좋아할 것 같아요."

여호수아는 육상을 할 때도 스타트가 좋은 선수였습니다. 그래서 400m 계주에서 언제나 대표팀의 스타트를 맡아서 했는데 봅슬레이 스타트에서도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제가 육상은 400m 계주에서 항상 대표팀에서 스타트를 맡았고 그만큼 제가 스타트에 대해서 자신있어요. 이용 감독님이 그런 것 때문에 저한테 더 러브콜을 하신 것 같아요."

여호수아는 현재 봅슬레이 대표팀의 주축 브레이크맨으로 활약하고 있는 서영우와도 친분이 있습니다. 여호수아는 서영우의 인천체고-성결대 4년 선배입니다. 

"제가 봅슬레이 전향한다는 기사가 나온 뒤 서영우 선수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영우랑 진짜 오랜만에 통화했거든요. 영우는 정말 힘든 결정하셨고 빨리 보고 싶다며 반갑게 맞아주더라고요. 많이 고마웠어요. 영우가 지금까지 봅슬레이에서 경험하고 이뤄온 것들을 제가 많이 전수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봅슬레이에 대해 아직 모르니까요. 그 친구한테 많이 배우는 마음으로 초심의 마음으로 운동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여호수아는 국내에서 열리는 메이저대회에 또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 너무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제가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참가했고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도 참가했고 선수로서 많은 복을 받은 선수인 것 같아요. 2018년 평창에서 하는 올림픽에도 출전하게 된다면 너무 영광일 것 같아요. 아직 최종엔트리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노력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평창 올림픽에 출전한다면 정말 자신있어요. 부상 없이만 간다고 하면. 누구보다 달리는 것은 자신 있어요."

여호수아는 봅슬레이에서 출발할 때 썰매를 밀면서 달리는 푸시맨 또는 브레이크맨 역할을 맡게 됩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단거리 스프린터였던만큼 순발력은 이미 검증받았지만, 봅슬레이 선수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체중을 불려야 하고 근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체중을 불리면서도 순발력을 유지하고, 썰매를 미는 힘을 길러야 좋은 스타트 기록을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른의 나이에 인생의 새로운 도전을 택한 여호수아가 봅슬레이에 순조롭게 적응해서 세계 정상권으로 발돋움한 한국 썰매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육상서 '봅슬레이'로 전향…올림픽 꿈 이룬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