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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아야 한다' 각오로 달려온 '아빠의 하루'

[SBS 스페셜] 아빠의 전쟁 1부 '아빠, 오늘 일찍 와?'

한국의 야경을 보고 외국인들이 물었다. "오 뷰티풀! 이렇게 야경이 아름다운 이유가 무엇입니까?" 한국인이 답했다. "야근입니다."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라는 대한민국, OECD가 분석한 삶의 질은 거꾸로 달리고 있다. 36개 국가 중 노동시간은 두 번째로 길고 '일과 삶의 균형 지수'는 끝에서 3번째를 기록했다.

죽도록 일에 빠져 살지만 풍요롭지도 않다. 행복하지도 않다. GDP 대비 가계부채 1위, 자살 사망률 1위, 삶의 만족도 34개국 중 27위,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하는 시간은 36개국 중 가장 짧다  특히 우리나라 아빠들이 아이와 보내는 시간은 OECD 평균의 8분의 1, 고작 6분이다. 

가정의 경제를 책임진다는 명분 아래 아내에게 가정의 모든 일을 맡겨두고 가족과 멀어지는 가장의 모습은 우리에게 익숙한 아버지의 이미지다. 열심히 일할수록 가족과 멀어지고, 여유를 부리다가는 언제 낭떠러지로 떨어질지 모르는 딜레마. 

아빠들은 말한다. 먹고 살려면, 정글 같은 이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다고. 그것이 가족의 행복을 책임지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그래서 지금, 우리는 행복한가?

일과 가정 사이를 표류하며 그림자가 되어가는 아빠들 그들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좀 더 여유 있는 삶을 꿈꾸는 건 우리에겐 배부른 고민인 걸까.

2017 신년특집 SBS스페셜 '아빠의 전쟁'은 저녁이 사라져버린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아빠들과 함께 '더 나은 삶'에 대한 화두를 던지며 그 해법을 모색했다.

◇ 두꺼비와 식물 사이

누군가 그랬다. 대한민국 남자들은 나이가 들면 기름진 두꺼비나 말없는 식물이 된다고. 두꺼비라니, 적어도 그 정도는 아니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묘한 술래잡기가 벌어지고 있다. 마치, 서로의 모습을 들키지 않아야 한다는 규칙이라도 있듯이. 마주치면 그대로 굳어버리는 딸. 마치 징그러운 두꺼비라도 보게 된 것처럼. 그래서 아빠는 딸이 일어나기 전 새벽같이 집을 나선다.  

그동안 크게 부모 속 한번 썩인 일 없었던 딸. 한땐, 그 어렵다는 국제중학교에 입학해 부모의 자랑이 되기도 했다. 이제 곧, 수능을 앞둔 딸에게 아빠에게 바라는 점이 무엇이냐 물어봤다.  

"옛날엔 아빠를 좋아했는데, 지금은 그냥, 없었으면 좋겠어요."

가족의 끈끈한 정을 내세우기에는 너무 오랫동안  함께하지 못한 부녀. IT 기술 개발자였던 아빠는 밤낮없이 일에 빠져 살았고, 그 결과, 휴일에도 책상 앞에 앉아 일하기에 바빴던 날들이 많았다. 어린 딸이 놀자고 매달려 봐도, 일을 해야 했던 아빤 딸을 내보낸 채 문을 잠가야 했다. 

이제는 딸이 반대로 문을 열지 않는다.  서로의 벽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부녀. 급기야, "아빠 번호도 지워버렸어요."  점점 벼랑 끝으로 향할 뿐이다. 아빤 사실 좀 억울하다. 다 먹고살자고 한 일인데. 

그런데, 딸의 마음을 완전히 접게 만든 사건이 또 있었으니. "그러니까 제가 날짜까지 기억해요. 5월 14일 그날 아빠랑 마지막으로 싸웠거든요." 딸의 마음을 완전히 닫게 만든 어긋난 기억. 아빠가 기억 못하는 그날의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 이상과 현실 사이…아빠는 오늘도 야근 중

매일 오전 7시 32분, 집에서 나와 40분의 출근전쟁을 치르고 8시 25분부터 매일 9시간 14분씩 근무, 그 중 일주일에 두 번은 야근을 하느라 늦고 한 번은 회식을 하느라 밤을 불태우는 대한민국의 보통아빠들. 

아이들과 행복해지려면 능력 있는 아빠가 되어야 하고, 능력 있는 아빠가 되기 위해선 그만큼 회사에 헌신해야 되는 악순환. 그렇게 아이와의 시간은 포기한 채, 점점 아빠의 자리는 사라져 간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에서 기이한 명령이 떨어졌다.

"선정된 직원은 오늘부터 5시 30분에 칼퇴근 해야 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야근은 절대 금지입니다."

이 파격적인 제안의 진실은 사실, 회사 대표와 제작진, 그리고 사례자의 아내만 아는 상황에서 조기 퇴근을 명령, 그 반응을 살펴보는 실험 카메라. 그런데, 몰카가 시작되고 내정된 대상자가 발표되자마자, 선정기준에 대해 항의하며 한 여직원은 눈물을 보이기도. 난감하긴 회사도 마찬가지. 대체 칼퇴가 뭐라고.

아빠가 된 후 평일 저녁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제대로 식사를 해본 적이 없다는 두 명의 아빠 사원들, 이들은 과연 주변의 시기와 눈치를 뒤로 한 채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필이면, 감사시즌. 일 년 중 가장 바쁜 일주일. 그들의 칼퇴근 미션은 과연 며칠이나 지속될 수 있을까.

◇ 집단 칼퇴 선언 "저 오늘부터 정시 퇴근 하겠습니다"

최근 회사 내부 확장으로 정신없이 바쁜 어느 제조업 회사. 이번에는 갑자기 직원들이 줄줄이 칼퇴 선언을 하기 시작했다. 맞춰야할 물량에 하루 12시간 넘게 일해도 모자를 판에. 정시퇴근? 이것이 말로만 듣던 집단 쿠데타?  

'야근 금지' 실험 카메라와 반대 상황을 연출. '칼퇴 하겠다' 선언하는 직원들 앞에 각 팀장들의 반응을 살펴보기로 했다. "오래 일한다고 일 잘하는 거 아니잖아요?" 그러면서, 물량은 또 맞추라는 대표님의 고난이도 미션. 과연 흔쾌히 직원들의 정시퇴근을 허락해줄 대한민국 1%의 팀장님은 누구?

◇ 공항 한복판의 좌충우돌 '육아 교대식!'

수많은 여행객이 오가는 인천공항. 이른 아침,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말끔한 제복 차림의 공항 여직원. 한 손엔 어린 아일 붙든 채, 초조하게 누군갈 기다리는데. 얼마 후, 직원 전용 통로에서 바삐 뛰어 오는 한 사람. 그의 입에선 "아들!" 감격스런 외침이 울려 퍼진다. 

이렇듯 공항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풍경은 그 이름도 생소한 '육아 교대식' 각 자 출근과 퇴근을 동시에 서로 일과 육아를 바통 터치하는 것이다. 넉넉지 않은 벌이 때문에, 맞벌이를 선택했지만 육아를 도와 줄 사람이 없는 이들 부부에겐 하루하루가 고비다. 일과 육아 사이에서 한 치도 틀어질 수 없는 이들 부부의 육아 바통 터치.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 바쁜 아빠와 더 바쁜 아들…방송인 조영구, 가족생활 전격공개

바쁜 시간 쪼개 집에 오면 아들은 공부하느라 없다고 하고, 항상 바빴던 아빠 때문에 이제는 아빠 없는 스케줄 맞춰져 있다는 엄마. 다름 아닌, 방송인 조영구 신재은 부부 이야기다. 그가 다음 스케줄 남겨놓고 저녁시간 깜짝 등장하게 되는데. 

"내 아이와 많은 시간을 가져줘야 되겠다. 나는 단란하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야 되겠다, 라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는데 저도 아버지와 똑같이 그렇게 살고 있더라고요." 어린 시절, 가난했던 조영구, 늘 무섭고 엄하기만 했던 아버지와의 추억. 이것만큼은 내 아들에게 대물림 하고 싶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돌이켜 보니 자신은 늘 일이 우선이었던 것. 아들의 영재성을 먼저 발견한 것 역시 아내.  

하지만 이제와 아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도 아들이 더 바쁘다. 하루 종일 공부하랴, 학원 가랴 이미 녹초가 된 아들. 갑작스런 아빠의 귀가는 오히려 아들과 아내를 불편하게만 한다.  힘들어 하는 가족을 위해, 저녁 식탁까지 직접 차려봤건만. 결국 쫒기는 시간에 다급해지는 건 어쩔 수 없고. 재촉하는 남편에 결국, 아내가 폭발했다.

"아니, 왜 아빠 스케줄이 맞춰서 우리가 해야 돼?  아, 됐어! 그냥 가. 하지 말고 가. 그냥!" 조영구는 가족들과의 시간을 누구보다 원하고 있지만, 가족들은 아빠의 부재가 오히려 익숙하다. 

이 풀기 힘든 딜레마는 단지 조영구 가족만의 이야기일까. 조영구 가족을 능가하는, 만만치 않은 가족들의 '전쟁 같은 저녁식사'를 공개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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