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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고양이 AI 첫 감염 사례…인체 감염 가능성은?

[취재파일] 고양이 AI 첫 감염 사례…인체 감염 가능성은?
조류인플루엔자, AI가 온 나라를 휩쓸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곳곳에서 소중한 생명이 안타깝게 희생되고 있지만, AI 바이러스의 기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꺾이기는커녕, 어제 경기도 포천에선 고양이 3마리가 AI에 감염돼 폐사한 것으로 확인되며 우려를 더하고 있습니다.
 
2014년 개가 AI에 감염된 데 이어, 2년 만에 다른 포유류인 고양이도 AI 감염돼 죽은 것으로 확인되자, 방역 당국은 비상이 걸렸습니다. AI에 걸린 조류는 살처분할 수 있지만, 고양이는 일일이 붙잡아 살처분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우려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고양이를 통해 사람까지 AI에 감염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며, AI에 대한 불안감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양계업 종사자가 아니면 현실적으로 AI에 걸린 조류를 접할 기회는 거의 없지만, 고양이는 일상생활에서 상대적으로 쉽게 접할 수 있어 감염될 위험성이 더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과연, 고양이를 통한 사람의 AI 감염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 고양이·개 - 사람 사이엔 AI 감염이 어려운 ‘종간 장벽’ 존재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고양이를 통해 사람이 AI에 감염될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일상생활에선 감염 가능성이 거의 '희박'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기자이기 전에 기초의학을 전공한 수의사(수의병리학 박사)로서, 고양이(혹은 개)를 통한 AI의 인체 감염 가능성 얼마나 되는지 관련 연구 논문을 찾아봤습니다.
 
이와 관련해, 고양이(혹은 개)를 통한 AI 인체감염 가능성을 실험적으로 입증한 연구논문이 있었습니다. 바이러스학자인 고려대 약학대학 송대섭 교수(수의학박사) 연구였습니다. (※ Inter- and intraspecies transmission of canine influenza virus (H3N2) in dogs, cats, and ferrets, Influenza and Other Respiratory Viruses Volume 7)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종간 감염’에 대해 연구 중인 송 교수는 고양이와 개, 사람 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H3N2) 감염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사람을 직접 시험할 수 없기에,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사람과 유사한 병리적 기전을 나타내는 ‘페럿’을 실험동물로 선택했습니다.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고양이와 개, 페럿을 감염이 가능한 가까운 거리(10cm)에 두고 사육하며, 감염 경과를 지켜봤습니다. 그 결과, 모두 개, 고양이, 페럿에서 AI 감염이 일어났습니다. 이는 개나 고양이를 통해 사람도 AI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걸 의미하는 겁니다.
 
송 교수는 앞서 또 다른 연구를 통해, ‘조류→개’, ‘조류→고양이’ 감염이 가능하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결국, 이 실험을 통해 “새를 통해 개나 고양이도 AI에 감염될 수 있고, 또 개나 고양이를 통해 사람도 AI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라는 사실을 확인한 겁니다. 즉, ‘조류→개→다른 개 혹은 고양이→사람(페럿 실험동물)’이 감염이 가능하단 겁니다.
 
하지만, 눈여겨봐야 할 점은 각 동물이 보인 증상 정도입니다. 이 개와 고양이는 기침과 호흡곤란 등 심각한 증세를 보인 반면 (※ 고양이는 AI에 민감해 폐사율이 50%에 육박합니다.) 다행히 ‘사람 모델 실험동물’인 페럿은 매우 가벼운 콧물 증세만 보일 뿐이었습니다. 특히, 페럿에선 인플루엔자의 가장 큰 특징인 호흡기 질환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는 고양이·개 - 페럿(사람 모델 실험동물) 사이에는 서로 다른 종간에 감염이 쉽게 이뤄지지 않는 ‘종간 장벽(species barrier)’이 어느 정도 작동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페럿은 개나 고양이를 통해 오는 AI에 저항성을 가진다는 겁니다. 결국, 개, 고양이를 통해 AI 바이러스가 인체로 들어온다고 해도, 병원성이 악해 증세가 심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 이와 관련해, 미국의 한 동물보호센터에서 고양이가 수의사를 감염시킨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가 발견돼 보건당국이 조사 중인데, 이 경우도 해당 수의사는 가벼운 증상만 보이고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I 바이러스(H3N2) 감염 고양이 폐조직 사진(7일차)
: 괴사한 세포와 백혈구 같은 염증세포들이 폐포에 자리 잡고 있음
AI 바이러스(H3N2) 감염 고양이 폐조직 사진(7일차)
: 기관지에 화농성 폐렴 증상 보임
AI 바이러스(H3N2) 감염 고양이 기관지 상피세포(7일차)
: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항해 생긴 항체 덩어리가 관찰됨

● 고양이·개를 통한 AI 인체 감염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희박’

다시 경기 포천에서 AI 감염돼 폐사한 고양이 얘기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앞서 설명해 드린 대로, 사람이 다른 포유류를 통해 AI에 감염되더라도, 병원성은 매우 약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더 결정적으로, 일상생활에서 사람이 길고양이와 접촉할 가능성 또한 크지 않습니다.
 
물론, 한 단계를 더 거치는, 다시 말해, ‘길고양이→집고양이→사람’ 이런 감염 경로도 가정해 볼 수 있습니다. 집고양이가 길고양이에게서 AI에 감염되고, 주인이 집고양이를 통해 재감염하는 경우입니다. 하지만, 사람과 마찬가지로, 길거리는 배회하는 길고양이와 대부분의 생활을 실내에서 하는 집고양이가 접촉할 기회는 현실적으로 매우 낮습니다. 고양이 AI가 사람에게 넘어올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낮다는 뜻입니다.
 
또, 고양이는 AI에 감염되면 폐사율이 높지만, 감염 후 바이러스를 몸 밖으로 보내는 배출량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쉽게 말해, 고양이가 AI에 걸리면 자기는 잘 죽지만, 밖으로 전파하는 바이러스는 많지 않다는 겁니다. 더욱이 이번에 폐사한 고양이에서 검출된 ‘H5형’ 고병원성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개체 간 감염(individual to individual infection)이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앞서 설명 드린 실험과 현실적인 조건을 감안할 때, 사람이 개나 고양이 등을 통해 AI에 감염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는 게 맞을 거 같습니다.
 
실제로, 개나 고양이 등의 포유류가 보유한 AI 바이러스가 인체로 감염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아직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H5N6형 AI에 감염된 중국인 17명도 확인되지 않은 1명을 제외한 16명은 개나 고양이가 아닌 조류에서 직접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진화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지속적인 관찰과 연구가 필요

그렇다고, 무조건 안심할 수만은 없습니다. 또 다른 연구논문을 보면, 2006년 처음 발견한 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사람 모델 동물인 ‘페럿’에서 매우 낮은 병원성을 보였는데, 시간이 지나 2012년 발견된 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사람의 ‘신종 플루(H1N1)’와 만나며 병원성이 더 강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RNA 한 가닥으로 돼 있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두 가락이 서로 꼬여 있는 다른 DNA형 바이러스에 비해 불안정해, 돌연변이가 매우 쉽게 생깁니다. 거기에 종류도 144종이나 되다 보니, 말 그대로 언제, 어떤 종으로 변화할지 좀처럼 예측하기도 어렵습니다. 당연히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연구는 매우 어렵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처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인플루인자 바이러스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연구지원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또, 만약 바이러스가 변이를 거쳐 길고양이→ 집고양이로 전파될 능력을 갖춘다면, 사람에게도 충분히 넘어올 개연성이 있습니다. 더 근원적으로는, 조류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만연하면 인체 감염환자 발생 가능성이 그 만큼 올라갈수 밖에 없기에, 백신 정책 등으로 AI 바이러스 자체가 증식하는 걸 막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합니다. 동시에, 혹시 모를 'AI 인체감염'을 막기 위해, 예방적 차원에서 바이러스 감염 고위험군인 조류 살처분 담당 방역담당자들에 대한 ‘타미플루’ 투여에 소홀하자 않게 관리하는 게 필요해 보입니다.

끝으로, AI로 자식 같은 생명을 파묻은 양계 농민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또 혹한에 현장에서 불철주야 근무하는 방역요원들에게도 '격려의 말씀'을 드립니다.
 
※ 참고문헌
1. Inter- and intraspecies transmission of canine influenza virus (H3N2) in dogs, cats, and ferrets, Influenza and Other Respiratory Viruses Volume 7, Issue 3 Pages i–i, 227–490
2. Interspecies transmission of the canine influenza H3N2 virus to domestic cats in South Korea, 2010 92: 2350-2355,
3. Transmission of Avian Influenza Virus (H3N2) to Dogs, National Center for Infectious Diseases 2008;14:741-746
4. H3N2 canine influenza virus with the matrix gene from the pandemic A/H1N1 virus: infection dynamics in dogs and ferrets, Epidemiology & Infection, 143, Issue 4
March 2015, pp. 772-780
 
※ 취재과정에서 송대섭 교수(고려대 약학대학), 서상희 교수(충남대 수의과대학), 정규식·박진규 교수(경북대 수의과대학)의 연구자료와 자문을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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