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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한라산에 180mm 넘는 폭우…겨울 맞나?

[취재파일] 한라산에 180mm 넘는 폭우…겨울 맞나?
분명 사흘 뒤면 크리스마스인데, 어제(21일) 밤 내린 비는 겨울에 보던 그런 평범한 비가 아니었습니다. 빗방울이 우산을 때리는 소리도 그렇고, 바람에 날리는 빗줄기가 옷을 적시는 속도도 그렇고.. 겨울 맞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실제로 이번에 기록된 강수량을 보면 예사롭지 않다는 느낌이 괜한 것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2일 오전 7시까지 내린 비의 양을 보면 제주도 한라산 자락인 진달래밭에 182mm, 윗세오름에 161mm가 기록됐습니다.

남해안에 쏟아진 비도 대단합니다. 부산진에 123.5mm, 창원에 108mm의 폭우가 쏟아졌으니 말입니다. 부산의 12월 평년강수량이 22.8mm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정말 엄청난 양인데요, 거의 5년 정도에 내릴 12월 겨울비가 단 하루에 내린 셈이죠.

서울도 예외는 아닙니다. 21일 하루 기록된 강수량이 29.0mm인데, 이 강수량은 12월 일강수량으로는 역대 3위 기록입니다. 12월 평년강수량 21.5mm를 크게 웃도는 것이죠. 서울의 12월 일강수량 최고 기록은 1936년 12월 17일에 기록된 56.9mm입니다.

남해에 내린 85.5mm의 비는 관측사상 가장 많은 것이고, 이렇게 기록을 깬 지역은 철원과 백령도, 수원과 서산 등 중부와 남해안, 서해안을 망라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기록적인 겨울비가 쏟아진 것입니다.

분명히 올 겨울이 춥다고 했는데, 이런 폭우가 어떻게 쏟아진 것일까요?
태풍과 함께 쏟아진 폭우
직접적인 원인은 한반도 남쪽의 따뜻한 공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더운 공기가 우리나라로 확장하는 사이에 기압골이 발달하면서 먹구름이 강하게 발달했고, 더운 공기가 품고 있는 많은 수증기가 좀처럼 겨울에 볼 수 없는 세찬 비를 쏟은 것입니다.

최근 우리나라를 둘러싼 공기의 움직임은 이렇듯 한 마디로 단정하기가 어렵습니다. 북극이 따뜻해지면서 찬 공기가 중위도로 밀려와 한파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전문가들의 주된 분석이기는 하지만, 북극 한기의 남하는 하나의 변수일 뿐입니다.

이번 폭우를 몰고 온 따뜻한 남쪽 공기의 역습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엘니뇨가 라니냐로 바뀌는 등 태평양을 덮고 있는 공기의 움직임도 늘 보던 겨울철 패턴과 차이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올 겨울은 매서운 추위와 이상난동이 번갈아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폭우를 몰고 온 남쪽 공기의 영향은 오래 이어지지는 않겠습니다. 오늘 오후부터는 다시 북쪽 한기가 밀려와 기온이 내려가고 비도 점차 눈으로 바뀔 것으로 보입니다. 한반도에 남아 있는 수증기 양이 많기 때문에 내리는 눈의 양도 만만치 않겠습니다.

경기도와 강원도에 많게는 5cm에서 10cm의 큰 눈이 오겠고, 강원 북부 산간에는 20cm가 넘는 폭설이 내릴 가능성이 큽니다. 습기를 많이 머금은 습설의 형태로 눈의 무게가 상당하기 때문에 비닐하우스 등 시설물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눈은 금요일(23일) 오전에 중부지방부터 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눈이 그친 뒤에는 추위가 다시 찾아와 성탄절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비교적 맑은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오늘과 내일 눈이 내리는 곳이 많겠고, 추위 때문에 눈이 제대로 녹지 않을 가능성이 커서 많은 눈이 예상되는 강원도와 남부의 북부내륙에서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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