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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차 안에서 할머니가 얼어 죽었어요!"…경찰이 구조해보니

[월드리포트] "차 안에서 할머니가 얼어 죽었어요!"…경찰이 구조해보니
지난 금요일 아침, 미국 뉴욕주의 허드슨 경찰서에 신고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주차된 승용차 조수석에 할머니 한 분이 갇힌 채 얼어 죽은 것 같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지난주에는 미국 동부와 북부 일대에 기록적인 한파가 강타해 곳곳에 한파 주의보가 내려진 상황이었습니다. 곳곳에 폭설까지 쏟아지면서 교통사고도 속출해 최소 15명이 숨지는 최악의 상황이었던 겁니다. 이날도 아침 기온이 섭씨 영하 15도의 강추위로 허드슨 전체가 얼음 도시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경찰은 즉각 응급구조대에 연락하고 현장 주변에 있는 순찰차에게 무전을 보내 현장에 보냈습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어렵지 않게 눈으로 뒤덮인 승용차 한대를 찾아냈습니다. 덮인 눈 더미만 보더라도 꽤나 오랫동안 주차된 상태였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마네킹이 앉아있던 자동차 (사진=CNN)
경찰이 차에 덮인 눈을 손으로 거둬내고 성에 낀 차 창문을 통해 들여다 보니 신고 전화대로 앞 조수석에 할머니 한 분이 죽은 듯 앉아 있었습니다. 얼굴에는 산소마스크까지 쓰고 있었는데 주변의 소란스러운 움직임에도 할머니는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신고 전화 대로 추위에 동사해 마치 얼음처럼 굳어버린 것 같았습니다. 경찰관 한 명이 뒤 창문을 곤봉으로 깨고 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할머니를 구하려는데, 경찰관은 그만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산소마스크 쓴 할머니 모습의 마네킹 (사진=CNN)
조수석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미동도 없이 앉아있던 할머니는 사람과 똑같은 크기의 마네킹이었습니다. 병원 같은 곳에서 CPR 그러니까 응급 구조를 훈련할 때 쓰는 그런 마네킹이었던 겁니다. 위 사진에서도 보셨지만 이 마네킹은 말이 마네킹이지 얼마나 정교한지 바로 코 앞에서 봐도 사람과 구별할 수 없을 만큼 정교했습니다. 머리카락도 진짜였고, 안경을 끼고 신발과 옷을 입고 있었고 피부도 사람 피부처럼 정교했던 겁니다. 게다가 안전벨트까지 메고 있었으니 누가 봐도 진짜 할머니로 오해할 만 했던 겁니다.
산소마스크 쓴 할머니 모습의 마네킹 (사진=CNN)
허드슨 경찰서는 차주를 찾아 연락했고 차주는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왔습니다. 그 남성은 자신을 각종 의료장비를 만들어 병원 같은 곳에 납품하는 업체 대표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항상 마네킹을 차에 실어 나를 때 혹시라도 상할까 봐 안전벨트를 채운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찰이 왜 멀쩡한 자기 차 창문을 깼느냐며 강하게 항의했습니다.
허드슨 경찰서의 경찰들 (사진=CNN)
“그 남자가 우리 경찰관에게 쌍소리까지 하면서 소리를 질렀다고 하더라고요.” 허드슨 경찰서장의 말입니다. “영하의 강추위 속에 길가에 주차된 차에서 사람이 안전벨트까지 맨 채 얼어 죽었다는 신고를 받았다면 창문을 깨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게 마네킹인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사실 저도 사진을 보고 혹시 이 차의 주인이 차량 통행이 붐비는 러시아워때 카풀 레인 (두명 이상 승차해야 탈수 있는 전용노선)을 타려고 꼼수를 쓴 게 아닌가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카풀 레인을 타려고 차 안에 마네킹이나 허수아비를 싣고 다니는 얌체족들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하튼 경찰은 비록 코미디 같은 일로 아침부터 부산하게 움직였지만 그래도 사람이 아닌 마네킹이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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