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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일본 내 '올해의 한국인'을 뽑으라면…

12월도 벌써 중순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일본은 국가적으로 계절성 이벤트가 많습니다. 봄에는 벗꽃 놀이, 여름에는 불꽃 놀이, 가을에는 단풍 놀이, 겨울에는 일루미네이션(전시조명)입니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행사가 있지만, 일본이 더 참여 인원이 많고, 집단적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하여튼 도쿄 전역에 요즘 각종 일루미네이션이 설치돼 조금씩 연말 분위기가 나고 있습니다.
도쿄 일루미네이션
저도 지난 3월 도쿄 특파원으로 와 새로운 근무환경에서 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하지만, 일본에서의 올 한 해를 돌아보면 역시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조용히 보낸 것 같습니다. 4월 구마모토 지진 등 일부 재해를 제외하면 큰 사건이 없었다고 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2016년 일본의 10대 뉴스가 아닌 다른 리스트를 정리해봤습니다. 바로 일본 내 '올해의 한국인 TOP5'입니다. 전적으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이들을 통해 현재 한일관계 상황도 짚어보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 1위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두 명이지만, 그냥 한 명으로 묶어서 1위입니다. 올해 일본 지상파 방송들이 가장 많이 보도한 한국인이 아닌가 합니다. 일본 방송들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지난 10월25일 박 대통령의 1차 대국민 담화 전후부터 집중 보도했습니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의 국정 개입을 처음 인정했던 담화였죠. 이후 거의 두 달간 보도량이 엄청 났습니다. 방송에 나온 일본 평론가들은 "한국은 여전히 부패의 나라다. 정경유착이 심각하다. 최순실과 고경태의 사이는 마치 한류 드라마 같다"라며 조롱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국격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절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탄핵안 가결 이후 보도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더 진지해지고, 무거워졌습니다. 우선 올해 도쿄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한중일 정상회담이 내년으로 연기됐습니다. 지난해 12월 위안부 합의도 위기에 처했습니다. 특히 지난 9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위안부 합의 중단'을 언급하자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졌습니다. 저와 만난 일본 기자들은 "한국 측이 정말 합의를 중단할 가능성이 있느냐? 현재 대선후보들의 입장은 뭐냐? 한국 내에서 논란이 불거지는 시기는 언제가 될 것같냐?"고 질문을 쏟아냈습니다. 위안부 합의 문제는 내년 한일 관계의 핵심 뇌관이 될 듯 합니다.
김정은

● 2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도 박 대통령 못지 않게 일본 뉴스를 장식한 인물입니다. (북한 인물이지만, 그냥 편의상 한국인으로 포함시켰습니다.) 김 위원장은 올해에만 무려 21발의 탄도미사일과 3발의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했습니다. 아버지였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재임 17년간 16발을 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특히 9월5일 탄도미사일 세 발을 연속 발사해 일본의 방공망을 무력화시켰습니다. 일본 군사전문가들은 일본 이지스함의 구형 요격시스템으로는 세 발의 미사일을 모두 요격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그런데, 김 위원장의 도발은 일본 방위성에 호재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방위성은 북한 미사일 대응 등을 내세워 내년 역대 최대 규모인 52조 4천억 원의 예산을 확보했습니다. (내년도 한국 국방비 40조 3천여억 원) 그리고, 한국과 군사비밀정보 보호협정(GSOMIA)도 타결했습니다. 물론 앞으로 할 일이 많습니다. 한일 간에는 1) 공유할 군사정보의 내역을 정리하고, 2) 유무선 등 다양한 공유 방식을 연구하고. 3) 이에 필요한 보안 시스템도 구축해야 합니다. 최소 6개월이 걸리는 절차입니다. 하지만, 탄핵안 가결 이후 박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이마저도 다소 늦어지고 있습니다.
이보미 선수
● 3위 일본 여자골프 이보미 선수

위 사진은 '위클리 골프 다이제스트' 연말 특대호의 표지 모델로 나온 이보미 선수입니다. 이보미 선수는 올해 일본 여자 프로골프에서 상금왕, 다승왕(5승)에 평균 최저타수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일본의 골프장 이용자수는 1992년 1억 232만 5천 명으로 피크를 찍은 뒤 지난해 8775만 3천 명으로 떨어졌습니다. 올해 한 대회당 평균 관중(갤러리)수는 남자 대회가 1만4659명, 여자 대회는 1만4501명입니다. 

골프의 인기는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이보미 선수만은 큰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 선수는 일본에서 다양한 기부 활동도 하고 있어 더욱 팬들이 많습니다. SBS 김영성 기자의 한국어 리포트마저 찾아보는 팬들이 있다고 합니다.



빅뱅
● 4위 일본 콘서트 관객동원 1위 빅뱅

아이돌 그룹 '빅뱅'은 올해 일본 전체 가수 가운데 콘서트 관객동원 1위를 기록했습니다.(이하 닛케이엔터테인먼트 12월호 보도) 모두 60회의 콘서트에서 185만 9천 명의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2위는 일본 최고 인기그룹 아라시입니다. 32회의 콘서트에서 93만 9천 명을 동원했습니다.

일본 내 한류 시장은 2012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당시 일본의 반응은 요즘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한류 차단 정책과 비슷했습니다. 이후 4년여가 지났지만, 5분의 1 정도로 떨어진 한류 소비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요즘 들어 한국드라마 방송이 조금씩 늘고 있지만, 예년만은 못 합니다. 현재 한류 음악시장에서 일본 여성팬들의 지갑을 열 수 있는 가수는 빅뱅, 엑소, 방탄소년단, 장근석 정도라고 합니다. 한국 걸그룹들은 아직 일본 남성팬들에게 큰 인기를 끌지 못 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한류 문화가 점차 한물 간 문화로 취급받고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 일본 정부가 한류와 비슷한 '쿨 재팬(Cool Japan)' 정책을 펼치고 있어 일본 내 한류 문화의 부활은 좀처럼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박주봉 감독
● 5위 일본 배드민턴 국가대표팀 박주봉 감독

일본은 지난 8월 브라질 리우 올림픽에서 사상 최고의 성적(금 12, 은 8, 동 21)을 냈습니다. 일본 방송들은 올림픽이 끝나고, 한두 달이 지나서까지 금메달 선수들의 경기 영상을 반복해서 보여줬죠. 심지어 매년 일본 한자능력검증협회가 선정하는 올해의 한자가 바로 '금'이었습니다. 금메달 리스트들 가운데 가장 드라마틱하게 메달을 딴 종목이 바로 배드민턴 여자 복식이었습니다. 덴마크팀과의 결승에서 막판 역전의 5연속 포인트로 금메달을 따낸 겁니다. 마쓰토모 미사키, 다카하시 아야카의 복식조를 세계랭킹 1위로 육성시켜 금메달까지 따도록 한 박주봉 감독은 올해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은 한국인 지도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4년부터 일본 대표팀을 맡아온 박 감독은 내년 3월까지이던 계약기간을 연장해 2020년 도쿄올림픽 때까지 대표팀을 맡게 됐습니다. 박 감독은 지난달 계약연장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과거 일본 선수들은 경기력은 있는데, 승부욕이나 목표의식이 약했다. 대표팀을 맡은 직후였는데, 경기가 끝나고 돌아가는 버스에서 선수들이 농담하고 웃는 모습을 봤다. 숙소에 도착한 뒤 크게 혼을 낸 적이 있다. 당시 일본 대표팀은 대부분 1회전에 탈락할 정도로 너무 약했다. 장기적 안목에서 정신력, 체력, 기술력을 차례로 강화시켜나갔다. 합숙 훈련을 도입할 때는 소속팀들의 반발도 있었다. 한국은 강력한 대표팀 지원 시스템을 갖고 있다. 대회 성적에 따라 정부나 협회에서 다양한 지원을 하기 때문에 선수들의 목표의식도 뚜렷하다. 명선수가 명감독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나도 선수 은퇴 직후에는 지도 철학 같은 것이나 자신감 등이 없었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리고, 선수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역시 선수 스스로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까지 올 한 해 일본에서 주목받은 한국인 TOP5(김정은 위원장 임의 포함)을 선정해봤습니다. 과학자나 경제인 등 제가 미처 알지 못 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매일 뉴스를 모니터링하면서 꼽아봐도 역시 이 이상의 인물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현재의 한일 관계가 딱 이 정도가 아닌가 합니다. 내년 2017년에는 TOP10을 선정할 수 있을 정도로 한일 관계가 확대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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