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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6.25 전쟁 중에도…정부별로 살펴본 정경유착의 역사

[리포트+] 6.25 전쟁 중에도…정부별로 살펴본 정경유착의 역사
1988년 국회에서 열린 '제5공화국 청문회' 이 자리엔 재벌 그룹 총수들이 불려 나왔습니다.

삼성 이건희 회장, 선경(SK) 최종현 회장, 롯데 신격호 회장, 현대 정주영 회장, 럭키금성그룹( LG) 구자경 회장, 한진 조중훈 회장 등이었습니다.

28년이 흐른 지난 6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해 국회에는 또다시 재벌 총수들 9명이 출석하게 됐습니다. 세대교체만 됐을 뿐, 앞서 나온 6개 회사는 그대로였습니다.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한 재계 총수 6명은 1988년 제5공화국 청문회에 참석했던 이들의 자제입니다.
삼성 이재용 부사장, SK 최태원 회장, 롯데 신동빈 회장, 현대 정몽구 회장, LG 구본무 회장, 한진 조양호 회장 등입니다.

이렇게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정경유착'은 우리 역사에 너무나 오랜 시간 이어져 왔습니다. 찾지 못하는 게 더 어렵고, 다 나열하기도 어려울 정도입니다.

오늘 '리포트+'에서는 주요 사건 위주로 정경유착의 역사를 살펴봅니다.

■ 이승만 정부

6.25전쟁이 한창이던 지난 1952년 6월, 이승만 정부에 의해 건국 이후 첫 정경유착 사건이 터집니다.

중석을 일본에 부정 수출한 문제, 이른바 '중석불 사건'입니다. '중석불'이란 당시 우리나라의 대표 수출품이던 중석(텅스텐)을 수출하고 벌어들인 달러를 말합니다.

중석불로는 양곡이나 비료수입이 금지되어 있었는데 정부는 대한중석·고려흥업·남선무역 등 13~14개 상사에 중석불을 불하했습니다.

이 돈으로 상사들은 밀가루 9,940톤, 비료 11,368톤을 수입했고, 이후 정부와 상사가 결탁해 궁핍한 농민들에게 팔아 폭리를 취했습니다.

상사들이 거머쥔 무려 5백여억 원에 달하는 부당이득은 자연스럽게 다시 정치권으로 흘러들어 갔고, 이승만 대통령 재선에도 이 돈 일부가 쓰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나중에 이런 사실이 들통 나 조사에 들어갔지만, 여당인 자유당에서 벌인 일이기도 하고, 휴전 상황이라는 배경도 영향을 미치면서 전말에 대한 조사는 흐지부지됐다는 평가입니다.

결국 한국 최초의 '정경유착' 의혹 사건은 1957년 4월 대구고등법원에서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이라는 싱거운 판결로 끝났습니다.
이승만 정부는 중석불 사건 등으로 대한민국 건국 이후 첫 정경유착 사건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 박정희 정부

본격적인 정경유착의 뿌리는 박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집권시기였던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대기업 위주의 경제성장정책을 펼쳤고, 기업들은 엄청난 속도로 몸집을 불렸습니다. 무엇보다도 박 정권은 1961년 전경련을 설립해 정부와 기업간 공생관계의 발판으로 삼았습니다.

72년에는 ‘8·3긴급경제조치’로 대기업이 짊어진 사채를 모두 신고토록 해 사채금리를 낮추고 상환기간을 연장해 주기까지 했습니다.

그만큼 굵직한 정권유착 사건도 많았습니다. 대표적인 사건이 ‘현대아파트 특혜분양’ 사건입니다.

현대건설은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1512가구 중 952가구를 현대의 무주택사원에게 분양한다는 조건으로 당국의 건설 허가를 받았지만, 무주택 사원에게 돌아가야 할 952가구 중 661가구가 국회의원, 고위공직자, 언론인 등에게 분양됐습니다.

이병철 삼성회장의 재계 은퇴를 부른 '한국비료 사카린 밀수사건'도 있었습니다. 1966년 4월 이병철 삼성회장이 박 전 대통령의 묵인하에 부산 세관을 통해 무려 60톤에 이르는 사카린 원료와 현찰 100만 달러 등을 밀반입한 겁니다.

같은 해 9월 15일 <경향신문>이 이를 대서특필하자 박 대통령은 "해당 사건은 자신과 무관하다"고 발뺌했습니다.
박정희 정권은 대기업 위주의 경제성장정책을 펼친 만큼 굵직한 정경유착 사건도 많이 터졌습니다.
■ 전두환 정부

전두환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 기업 경영인들을 청와대로 직접 불러 비자금을 받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드러난 뇌물금액만 해도 2천259억 5천만 원에 달합니다.

일해재단(현 세종연구소) 모금에 대기업을 동원해 598억 원을 걷은 일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비자금을 후하게 낸 덕에 삼성은 율곡사업, 차세대 전투기, 반도체 등의 사업 진출에 혜택을 받으며 승승장구했습니다.

반면 정치자금과 관련해 밉보였던 일부 기업들은 하루아침에 문을 닫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지금까지도 회자 되는 당시 재계순위 7위였던 국제그룹이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로 해체된 사건입니다. 93년 현 헌법재판소인 헌법재판사무소는 국제그룹 해체사건에 위헌 판정을 내렸습니다.

희대의 사기 사건이었던 이철희·장영자 어음사기 사건(1982)도 이때의 일입니다. 사채시장의 큰손으로 불리던 장씨가 거액의 사기사건을 벌일 수 있었던 배경엔 전 전 대통령의 처삼촌 이규광씨(장씨의 형부)가 있었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대기업으로부터 어마어마한 규모의 비자금을 받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 노태우 정부

민주화 바람이 불었던 노태우 정권 시기에도 정경유착의 고리는 여전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 역시 전 전 대통령처럼 재벌들로부터 막대한 비자금을 챙겼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약 5천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막대한 비자금을 제공한 대우, 삼성, 현대, LG 등은 정부로부터 다양한 영역에서 각종 특혜를 받았습니다. 특히 SK그룹은 노태우 정권 당시 '사돈 특혜' 로 급성장한 기업입니다.

노 전 대통령의 딸 노소영씨가 SK의 최태원 회장과 결혼한 것을 계기로 SK는 제2이동통신 사업자로 선정되는 등 국내 5대 재벌에 드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SK가 사돈 특혜로 성장했다면 한보그룹은 탁월한 로비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당대를 뒤흔든 '수서비리'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강남의 노른자 땅 강남구 수서·대치지구에 아파트 건설을 추진하기 위해 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정관계 인사들에게 150억 원을 주며 수서택지개발지구 중 일부를 수의계약 형식으로 특별 분양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청탁한 겁니다.

1991년 세계일보의 보도로 수서비리가 세상에 드러나 수많은 공직자들이 옷을 벗고 정태수 회장이 구속되며 사건은 일단락됐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의 고종사촌 동생인 박철언 전 의원은 김영삼 정부 초기 슬롯머신 사건에 휘말리기도 했습니다.

검사 출신이었던 박 전 의원은 ‘6공 황태자’로 불리며 정권 실세로 부상했으나 이 사건으로 의원직을 상실하고 1년 6개월을 복역했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시기에도 정경유착의 고리는 여전해 노 정권은 재벌들로부터 막대한 뇌물을 챙겼습니다.
■ 김영삼 정부

군부 출신이 아닌 최초의 민간인 출신 정부라는 뜻에서 '문민정부'라 불린 김영삼 정권은 초반부터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하며 재벌과 고위공직자들의 불법행위를 제재할 수 있는 금융실명제, 출자총액제한제 등의 정책들을 도입했습니다.

군사정권이 막을 내리고 정경유착에 대한 사법적 처벌이 이뤄진 것도 이때가 처음입니다.

1995년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대선 때 비자금을 제공한 재벌 총수들이 줄줄이 재판에 넘겨져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5공 비리를 묵인한 노 전 대통령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재임 중 범죄로 구속된 전직 대통령이 됐습니다.

97년 대법원은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추징금 2205억원, 2628억원을 선고합니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 역시 정경유착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한보비리, 김현철 게이트, 세풍 사건들이 줄줄이 터졌습니다. 아들 현철씨가 '소통령'으로 대접받으며 위세를 떨치다 1997년 한보 사태가 터지면서 기업인들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드러나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사법처리된 것으로, 기업과 대통령 친인척이 연관된 사건이 계속 밝혀진 겁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부정부패 척결을 기치로 내세웠으나 아들 현철씨가 연루된 '김현철 게이트' 등으로 정경유착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 김대중 정부

집권 첫날부터 '재벌개혁'을 강조한 김대중 정권. 하지만 '재벌 개혁'은 자본을 가진 기득권들의 격렬한 반대와 경제 불황으로 '용두사미'로 끝났고, 정경유착으로 인한 각종 비리까지 터졌습니다.

특히 이른바 '홍삼 트리오'로 불린 홍일, 홍업, 홍걸 형제는 대형비리 사건에 잇따라 연루됐습니다. 2002년 김 전 대통령이 총애했던 최규선씨가 김 전 대통령의 3남 홍걸씨를 등에 업고 각종 이권에 개입했던 '최규선 게이트'에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가 47억을 받은 혐의로 입건된 '이용호 게이트'도 있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세 아들이 대형 비리사건에 연루되는 등의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김 전 대통령이 집권 초반 강조했던 '재벌개혁'은 용두사미로 끝났습니다.
■ 노무현 정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곧잘 언급했던 것과 달리 정권 후반 기업에 유리한 정책을 펼쳤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노 대통령의 임기 시기는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이 처음 생긴 시기와 겹치기도 하죠.

또 노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는 세종증권 매각 과정에 개입해 금품을 받은 혐의로 철창신세를 졌습니다. 건평씨는 세무공무원 출신으로 국세청 인사 때마다 '비선 개입' 구설에 올랐습니다.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세종증권 매각사건을 조사하던 검찰은 노무현 대통령과 사건의 핵심인물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연루된 정황을 발견했습니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의 아내 권양숙 여사가 박 회장으로부터 600만 달러, 우리 돈 약 67억 원을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됐습니다.

권 여사의 금품수수 수사 10일 뒤 노 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집권 시기에는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이 처음 탄생했습니다. 또한 친형 건평씨 등 친인척이 비리 사건에 연루되기도 했습니다.
■ 이명박 정부

CEO 출신답게 대선후보시절부터 친기업 성향을 보이던 이명박 대통령은 정권을 잡은 후 노골적으로 기업친화적인 정책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금융위원회는 당시 금산분리 제도를 완화하기 위해 기업이 출자한 사모펀드나 연기금 등이 은행을 소유할 수 있도록 했고, 공정위도 상호출자 금지제도 축소, 출자총액제도 폐지, 채무보증 금지제도 축소, 공정위 직권ㆍ현장조사 축소 등 선진국에서 엄격히 적용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특히 롯데와 관련된 의혹이 무성한 상태입니다.

이전 노태우,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에는 인근 서울공항의 이착륙 항공기 안전 문제로 인허가가 떨어지지 않았던 제2 롯데월드.

하지만 이 대통령은 제2 롯데월드의 건설을 전향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활주로 방향까지 틀면서 건설 인허가가 났습니다. 이에 반대한 공군참모총장까지 내쳐졌죠.

또 지난 2009년 OB맥주 인수에 실패한 롯데칠성이 맥주공장을 짓겠다고 한 '무모한 발표'도 같은 해 이명박 대통령이 '주류 제조업 면허 기준 대폭 완화'를 발표하면서 이후 실제 이루어집니다.

'비선 실세'를 통한 정경유착의 모습도 나타났다는 평가입니다.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이 실세 역할을 해 '만사형(兄)통'이란 신조어를 낳았고, 이 전 의원은 2011년 저축은행 비리 사건에서 불법 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친기업적인 정책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특히 롯데와 관련된 의혹이 현재까지도 무성합니다.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은 비리 사건으로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2016년 현재.

박근혜 정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또다시 계속되는 정경유착의 역사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현재 박근혜 정권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역대급 정경유착 사건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민주화 이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안가에서 재벌 총수에게 민원을 전달한 사례는 그간 없었습니다,.
지워야 하는 '흑역사'는 과연 언제쯤 끝나게 되는 걸까요?

(기획·구성 : 김도균, 정윤교 / 디자인 :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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